2021년 3-4월 두 달동안 '더불어 살기 위해 읽는' 독서모임, <더살읽방>을 진행했어요. 4월 26일에는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이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온라인 비건 포트럭 파티'를 열었는데요. 파티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공유합니다 :)
Q. 두 달 동안 더살읽방을 하면서 읽은 책을 공유해주세요!
브랜디 : 제가 3-4월 동안 읽은 책들은 완독 3권, 또 다른 책 3권이 있어요. 우선 <미세먼지 클리어>를 읽었는데요. 사실 전 미세먼지를 기후위기에 대비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 생각을 뒤집게 해 준 책이었어요.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다고 하지만 그 밖에도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문제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 미세먼지 기준도 한국만 조금 다르다 하더라고요. 그런 사실들을 알아가는 점이 유용했어요.
또 다른 책으로는 <위장환경주의>가 있는데, 수많은 그린워싱 사례를 알게 되면서 이런 거대한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핵발전소 노동자>는 일본의 뮤지션이 인터뷰 형식으로 쓴 책인데요. 후쿠시마에서 일했던 노동자 분들의 증언으로 당시의 후쿠시마 원전 속 노동 환경과 인권 침해를 알 수 있었어요.
그밖에 완독은 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도 읽었는데요. 제가 요새 환경 스터디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체계적으로 환경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의를 들으면서 필기하는 형식으로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강연이나 특강처럼 구성이 되어있어서 지식을 쌓아가는 느낌이었어요.
또 <여자 공부하는 여자> 이 책은 40대 두 아이의 엄마가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면서 읽었던 책을 기록한 서평집이에요.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명료하게 정리한 걸 보고 무릎을 막 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올리브 : 제가 소개할 책은 하나는 소설이고 하나는 비문학 책인데요. 먼저 <리얼리티 버블>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실을 환경, 인권, SNS, 기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알려주는 책이에요. 읽으면서 제가 갖고 있던 맹점이나 편견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그래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을 때 현실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을 가지고 있어서 그 점이 조금 아쉽더라고요.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없달까요.
그런 점에서 <긴긴밤>이라는 조금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소설이 제겐 큰 힘이 됐어요. 코끼리와 펭귄이라는 서로 다른 종이 만나 여행하는 이야기인데요. 얼핏 보면 정말 다른 두 종이지만, 어떻게 하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는 소설이라 추천드리고 싶어요.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건 아니지만, 추상적인 개념이라도 무언가 정답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은엽 : 저는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이 책이 몇 년 동안 책상 위에 있었는데, 읽을 엄두를 못 내다가 더살읽방을 계기로 읽게 됐어요.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이라는 표현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해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 뒤로도 이런 결의 책을 계속 읽고 싶어서 <비거닝>도 읽었고,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두 번째 지구는 없다>도 완독 했고, 지금은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완전 비건은 아니지만 지금 덩어리 고기 안 먹기를 두 달째 실천 중이에요. 근데 이런 실천들이 사회생활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같이 일하는 분들한테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것도 난감할 때가 있고..
브랜디 : 맞아요. 저도 채식 초기에 많이 겪었던 감정들인데, 오늘 이런 고민들을 마음껏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결님은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물결 : 저는 <지구연대기>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이 책을 읽고 처음 EFG를 알게 됐고, 뉴스레터 구독도 하고 더살읽방하면서 다양한 사실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두 달 동안 저 자신이 많이 바뀐 게 느껴졌고, 주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는 굉장히 뿌듯하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초록 : 저는 <그냥, 사람>이랑 <장애학의 도전>,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우리들의 채식일기>랑 <위장환경주의>를 읽었고,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읽었다가 지금은 <난치의 상상력>을 읽고 있습니다.
올리브 : <난치의 상상력> 왠지 제목만 들어선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인가요?
초록 : 짧은 글이 모여있는 에세이라 쉽게 읽혀요. 사실 사람들은 아픈 사람한테 빨리 나으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자 분은 낫는 병이 아니에요. 자가면역질환이어서 몸에 계속 염증이 생기는 거예요. 근데 이게 왜 또 난치냐면 죽지는 않거든요. ‘불치’라고 얘기를 하려면 죽어야 한다는 거예요. 근데 죽지는 않고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나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난치'라 하거든요.
그런데 <거부당한 몸>에도 얘기가 나오지만,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투병이 길어지면 죽거나 나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아요. 죽을 만큼 심각하지도 않은데 계속 치료는 받아야 하니까. 난치라는 상태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상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난치의 상상력>인 거죠.
쿠 : 저는 최근에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완독 했어요. 성범죄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시선을 다시 한번 돌이켜볼 수 있었고, 책을 읽는다는 건 편견을 깨려고 읽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 책을 많이 못 읽어서 조금 아쉽긴 해요.
Q. 비거니즘을 실천하면서 고민이 되는 순간이 있나요?
브랜디 : 저는 최근에 <씨스피라시>라는 다큐를 봤는데요. 보면 볼수록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들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더라고요. 물론 하고는 있지만, 내가 텀블러를 쓰고 빨대를 쓰지 않는 것이 정말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큰 의미가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요새는 뭔가 시위라던가, 정치적인 활동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특히 제가 최근에 지구의 날이어서 소등 챌린지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주관하는 데가 ‘환경부'인 걸 보고 나서 왠지 괘씸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하긴 해야 하니까 불을 껐는데, 그때도 일을 해야 해서 노트북을 켜고 있었는데 눈은 눈대로 아프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요.
올리브 : 저는 가족이랑 사는데요. 저희 집에는 저녁은 웬만하면 다 같이 먹어야 한다는 나름의 규칙이 있어요. 근데 저는 되도록 비건식을 하고 싶고 최근에는 자연식물식까지 하고 있는데, 저녁을 같이 먹다 보면 왜 이건 안 먹냐는 말을 종종 들어요. 자연식물식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 가뜩이나 비실거리는 애가 왜 이렇게 부실하게 먹냐, 좀 주는 대로 먹어라 라는 걱정 섞인 잔소리를 듣죠.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싶지만, 제 신념을 바꿀 순 없는 거고 하나하나 말하는 것도 지치더라고요.
브랜디 : 지금 올리브의 상황이 너무 공감되는 게, 저도 채식 초기에 그런 걸 왜 하냐는 말을 들었어요. 특히 엄마는 뭘 차려야 할지 모르겠다, 해줄 게 없다, 계속 이런 말을 하시는데 저는 해달라고 한 적이 없거든요. 내가 알아서 해 먹겠다고 말씀을 드려도 ‘해산물은 왜 안 먹는 거냐'라고 또 다른 질문을 하더라고요. 비거니즘을 하면서 가장 많이 힘든 부분이 가족에게서 나오는 거 같아요.
초록 : 사실 저는 가족들이랑 트러블이 전혀 없거든요. 제가 채식을 한다고 얘기했을 때 같이 사는 가족인 언니는 별 말이 없었어요. 예전부터 책 읽은 얘기도 많이 하고 왜 채식을 하고 싶은지 대화를 자주 나누다 보니까 다툼도 없었죠. 각자 요리해서 같이 먹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면 제가 주변에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 같아요. 부모님도 고혈압 가족력이 있다 보니 ‘채식하면 몸에 좋다'는 입장이셨어요. 구체적으로 내가 뭘 먹고 뭘 안 먹고를 말한 적도 있는데, 그때부터 엄마는 선식도 해보시고 되게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해보세요.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저한테 ‘채식 수저’다 라고들 하더라고요(웃음).
은엽 : 저는 최근에 지인 분들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됐는데요. 메뉴를 얘기하면서 치킨이나 고기 메뉴가 나와서 “제가 최대한 고기를 안 먹으려고요. 혹시 다른 메뉴는 어떨까요?”라고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죄송해요”를 덧붙이더라고요. 그게 두고두고 마음이 안 좋았어요. 당당해야 하는데 왜 나도 모르게 ‘죄송해요'라는 말을 덧붙였을까?
초록 : 저는 그럴 때 생색을 냅니다. 모두가 육식을 하면 지구가 망한다! 나라도 채식을 해서 지구가 지금 이 정도인 거다! 하면서 말이죠(웃음).
물결 : 저도 사회생활할 때 좀 어려운 부분이, 회사에서는 조직 분위기가 수직적이라 회식을 하면 저는 선택권이 없거든요. 그러면 덩어리 고기를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는.. 이걸 남기면 남기는 것 자체로 환경오염이니까 먹어야 하는데, 또 먹기엔 찝찝한 기분이 들죠.
올리브 : 맞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실천하는 게 좋다고 봐요.
쿠 : 저는 특히 ‘맛있는 음식’을 이야기할 때 거기에 동조를 하기가 어려워요. 한국 사람들은 맛집에 진심이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나오는 식당이 논비건 식당인데, 거기다 대고 맛있다고 동조하기 조금 어렵더라고요.
올리브 : 맛있음의 기준이 동물성 성분을 바탕으로 한 음식들에 편중되어 있는 거 같아요. 전에 계란을 빼면 밀가루 맛만 나지 않냐는 소리를 듣듯이 말이죠. 고기가 들어가야 맛있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불편하더라고요. 사실 어찌 보면 고기 자체보다는 요리의 방식이나 양념이 맛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거잖아요.
브랜디 : 혹시 또 다른 고민이 있으신 분 계신가요?
은엽 : 저는 최근에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을 읽다가 모르는 문장이 나왔어요. “당신이 음식을 요리할 때 흰 설탕 한 스푼을 넣을 때마다 동물의 뼈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안다면, 당신은 화들짝 놀랄 것이다”. 그런데 설탕에도 동물 뼈가 들어가나요?
브랜디/올리브/초록 : 네 맞아요. 저도 최근에 알았는데, 설탕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탄화 골분'이라는 숯이 쓰이는데 그게 동물의 뼈로 만들어졌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스코바도’라는 비건(비정제) 설탕이 따로 있어요. 비건 설탕도 그렇고 비건 와인, 비건 맥주, 비건 도자기 그릇 등등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동물성 성분이 쓰이고 있더라고요.
은엽 : 또 제가 하나 고민이 되는 게, 주변에서 “식물은 안 불쌍해?”라고 물을 때 정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브랜디 : 사실은 공장식 축산이 더 많은 식물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있죠.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위해 땅을 개간하고 곡식을 대량 생산하고 있잖아요?
올리브 : 게다가 워낙 획일적으로 하나의 종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식물의 종 다양성도 침해받고 있고, 전염병이 돌면 싹 다 죽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려고 엄청난 화학물질도 분사하고 있죠.
초록 : 저는 그럴 때 쓰는 저만의 치트키가 있는데요. **“육식주의자들은 자기가 무엇을 왜 먹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채식주의자는 존재 자체로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채식이냐 육식이냐로 내게 싸움을 붙인다면 넌 절대로 이길 수 없다"**라고 말해요. 논리가 부족해도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주춤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답니다(웃음).
브랜디 : 진짜 맞는 말이에요!! 식물이 고통을 받는 존재라고 밝혀져도 결국 그거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은 비건이란 말이죠!
Q. 그럼에도 계속해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올리브 : 저는 제가 비거니즘을 하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과연 내가 계속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하는 행동을 누군가 발견해주고, 그 누군가가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도해보고 저한테 공유하는 게 좋거든요. 염치없지만 저는 사랑받고 싶어요(웃음). 사랑받고 싶고, 사랑을 주고 싶고. 누군가가 저로 인해 비거니즘을 같이 하게 된다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고 싶고, 박수를 받은 사람이 더 열심히 하는 걸 또 다른 사람이 보고 따라 하고. 또 그렇게 박수를 보내는 선순환이 제겐 큰 힘이 되더라고요.
물결 : 저는 비거니즘이 선택보다는 의무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장 모든 걸 바꾸기는 어렵다 보니 일주일에 2번 정도 날을 잡고 비건을 실천하고 있어요. 근데 실제로 비건을 실천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다양한 레시피가 있어서 요리가 재미있더라고요. 또 그 요일이 아니더라도 비건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그렇게 하게 되고, 다른 친구들도 제가 요일을 정하고 실천하는 걸 보면서,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면서 같이 시작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랑 함께 한다면 비거니즘이 더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브랜디 : 맞아요. 같이 하는 게 큰 힘이 되죠. 저도 친한 친구가 저로 인해 고기를 먹는 횟수가 줄었다고 말해주는데, 이런 영향력을 주고받는 게 저한테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올리브 : 사실 채식인들은 논비건한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그렇고 먼저 권하는 게 굉장히 조심스럽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논비건 쪽에서 먼저 관심 가져주고 물어봐주는 게 좋더라고요.
은엽 : 저는 이제 막 비거니즘을 시작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단계예요. 사람들한테 내 생각을 어떻게 꾸준히 이야기할지도 고민이고. 또 제가 혼자 밥을 먹게 되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이 돼요. 가령 김밥을 먹게 되면 김밥에 햄이 있으니까 빵을 먹자!는 식으로 먹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비건이 좋은 건 아는데, 사람들이 채식을 반대했을 때 그걸 반박할 논거가 아직은 부족하다 보니 답답하기도 해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리브 : 이게 조금 웃픈 게, 저도 예전에는 논거가 부족해서 씩씩대면서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논거가 탄탄하면 상대방이 그렇게 이기려고 들면 좋냐는 둥, 농담으로 말한 건데 왜 이렇게 진지하게 대하냐는 둥, 또 저만 나쁜 사람이 되더라고요. 어느 선까지 제 신념을 지키면서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네가 맞냐 내가 맞냐는 식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끝은 항상 좋지 않으니까..
쿠 : 저는 한 두 명이라도 논비건이라도,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너 비건으로 사느라 힘들겠다, 그래도 대단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확실히 힘이 나죠. 또 모임을 갔을 때 회식 가면 저는 항상 피했거든요. 나 때문에 메뉴 선택에 시간이 걸리고 가까운 데로 가면 되는 걸 저 때문에 굳이 멀리까지 가야 하니까. 근데 요즘에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게, 생각보다 비건이 쉽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기가 아니더라도 먹을 게 많다는 거? 메밀도 육수 빼고 먹을 수 있다던지, 비빔밥은 계란 빼고 먹을 수 있다던지. “생각보다 비건은 먹을 게 많다, 그러니 이렇게 먹자”고 요구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 같아요.
브랜디 : 맞아요. 비건을 하는 나 자신을 널리 알리고, 꽤 재밌다는 걸 주변에 티 내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Q. 최근 인상 깊게 본 콘텐츠나 추천하는 콘텐츠가 있나요?
올리브 : 저는 최근에 <약속의 네버랜드>라는 애니메이션을 봤어요. 귀신의 먹잇감으로 여겨지는 인간들이 귀신의 세계에서 탈출해 인간 세계로 가는 내용인데요. 논비건 시절에 처음 만화를 접하고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수많은 인간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호흡기만 단 채로 숨만 쉬는 장면이 특히 그랬죠. 나중에 공장식 축산을 알고 나서 이 만화를 다시 봤는데, 비건 권장 만화인가 싶을 정도로 육식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아요. 인육을 기르고 먹는 귀신들의 행위가 가축을 기르는 현대 인류의 행위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애니예요.
브랜디 : 먹는다는 게 현대 사회에서 너무나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는 너무나 많은 걸 먹고 있고, 누군가는 반대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으니까.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잘못된 거 같아요. 또 육식은 맛있고 채식은 건강한 식사라는 편견이 있다는 게.. 아쉽죠.
올리브 : 맞아요. 채식하면 무언갈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채식이야 말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영역이고, 더 연구한다면 무궁무진한 미적인 탐구가 가능할 텐데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아쉬워요.
물결 : 저는 채식 브이로그를 자주 보는데요. 특히 요즘은 ‘밤지윤’님의 요리하고 밥 먹고 하는 브이로그 영상을 좋아해요.
브랜디 : 저는 <씨스피라시>를 강력 추천해요. 그걸 보고 굉장히 많은 생각도 들고 제가 몰랐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들도 알게 됐거든요. 그 밖에도 <씨리얼>이나 <닷페이스> 채널은 영상 뜰 때마다 항상 보고요. <ur mom ashley>라는 외국 브이로그도 자주 봐요. 배우 임세미 님이 하시는 <세미의 절기>도 좋아하구요.
쿠 : 저는 <내일>이라는 프랑스 다큐멘터리를 주변에서 추천받아서 보고 있어요.
올리브 : 아 이 다큐 제가 진짜 좋아해요. 구조적 문제를 짚기보다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뭘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 다큐인데요. 대안 라이프를 실천하는 개인, 단체, 마을 등 다양한 케이스를 다뤄서 보다 보면 희망도 생기고 뭐라도 당장 하고 싶어 지더라고요(웃음).
초록 : 저는 인스타그램을 주로 보는데요. 비건 베이킹 랩이라는 채널에서 두부 크림 만드는 법이라던지 가끔씩 레시피가 올라와요. 저는 먹을 거에 진심이라(웃음), 시간 내서 열심히 따라 하고 있어요. 또 제가 운동을 하고 있어요. 채식하면 비실비실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게 신경 쓰여서(물론 저한테 그런 말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단지앙님 채널 보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더살읽방, 어떠셨나요?
물결 : 인생에 두 번 기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서 아직도 신기해요. 제가 비건을 지향하고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게. 더살읽방으로 책도 많이 읽게 되고, 다른 분들이 읽는 책과 리뷰를 보면서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정말 너무 즐거웠습니다.
은엽 : 몸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걸 체감해요. 사실 그 전에는 계란이나 우유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못 느꼈거든요. 무지한 것들이 깨우쳐지는 시간이었어서 더살읽방이 너무 좋았어요. 또 가장 좋았던 점은 매일 더살읽방에 올라오는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면서, 단지 비거니즘에서 나아가 사회 구조적 문제나 소수자 문제도 끝없이 공부하고 고민하며 살아야겠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쿠 : 꾸준히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짧게라도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좋았어요. 또 저녁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바뀐 거 같아요. 예전에는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시간을 보냈는데, 더살읽방하면서 다른 분들 인증하시는 거 보면서 ‘나도 책 읽어야 되는데’ 하고 리마인드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톡방에 올려주신 다른 분들 글도 너무 좋아서 계속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초록 : 더살읽방은 이쯤에서 느슨해질 법할 때 새로운 자극을 주는 창구였던 거 같아요.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다 보면 ‘나 이제 좀 많이 아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더살읽방에서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책도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책을 다시 읽어보면 새로운 부분이 보이잖아요. 계속 깨어있게 해준 더살읽방 감사해요!
올리브 : 저도 더살읽방을 통해서 여러분이랑 얼굴도 뵙고 맛있는 음식과 술도 마시면서 내적 친밀감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웃음). 저는 평범한 사람들이 나누는 생각과 의견, 관심과 사랑이 건강한 관계 맺기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게 한다고 믿거든요. 앞으로 이런 기회를 많이 갖고 싶고 가능하다면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감사해요!
브랜디 : 제가 더살읽방을 처음 열게 된 배경이 비거니즘 독서모임이었는데, 갔다 올 때마다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그때 다른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너무나 큰 영감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한 달에 한 번만 열리는 게 조금 아쉬워서 제가 이렇게 직접 온라인으로 독서모임을 열게 됐어요. 더살읽방 덕분에 매일매일 제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면서 또 다른 책들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감사해요~
2021년 3-4월 두 달동안 '더불어 살기 위해 읽는' 독서모임, <더살읽방>을 진행했어요. 4월 26일에는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이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온라인 비건 포트럭 파티'를 열었는데요. 파티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공유합니다 :)
Q. 두 달 동안 더살읽방을 하면서 읽은 책을 공유해주세요!
브랜디 : 제가 3-4월 동안 읽은 책들은 완독 3권, 또 다른 책 3권이 있어요. 우선 <미세먼지 클리어>를 읽었는데요. 사실 전 미세먼지를 기후위기에 대비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 생각을 뒤집게 해 준 책이었어요.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다고 하지만 그 밖에도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문제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 미세먼지 기준도 한국만 조금 다르다 하더라고요. 그런 사실들을 알아가는 점이 유용했어요.
또 다른 책으로는 <위장환경주의>가 있는데, 수많은 그린워싱 사례를 알게 되면서 이런 거대한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핵발전소 노동자>는 일본의 뮤지션이 인터뷰 형식으로 쓴 책인데요. 후쿠시마에서 일했던 노동자 분들의 증언으로 당시의 후쿠시마 원전 속 노동 환경과 인권 침해를 알 수 있었어요.
그밖에 완독은 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도 읽었는데요. 제가 요새 환경 스터디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체계적으로 환경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의를 들으면서 필기하는 형식으로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강연이나 특강처럼 구성이 되어있어서 지식을 쌓아가는 느낌이었어요.
또 <여자 공부하는 여자> 이 책은 40대 두 아이의 엄마가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면서 읽었던 책을 기록한 서평집이에요.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명료하게 정리한 걸 보고 무릎을 막 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올리브 : 제가 소개할 책은 하나는 소설이고 하나는 비문학 책인데요. 먼저 <리얼리티 버블>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실을 환경, 인권, SNS, 기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알려주는 책이에요. 읽으면서 제가 갖고 있던 맹점이나 편견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그래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을 때 현실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을 가지고 있어서 그 점이 조금 아쉽더라고요.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없달까요.
그런 점에서 <긴긴밤>이라는 조금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소설이 제겐 큰 힘이 됐어요. 코끼리와 펭귄이라는 서로 다른 종이 만나 여행하는 이야기인데요. 얼핏 보면 정말 다른 두 종이지만, 어떻게 하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는 소설이라 추천드리고 싶어요.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건 아니지만, 추상적인 개념이라도 무언가 정답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은엽 : 저는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이 책이 몇 년 동안 책상 위에 있었는데, 읽을 엄두를 못 내다가 더살읽방을 계기로 읽게 됐어요.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이라는 표현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해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 뒤로도 이런 결의 책을 계속 읽고 싶어서 <비거닝>도 읽었고,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두 번째 지구는 없다>도 완독 했고, 지금은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완전 비건은 아니지만 지금 덩어리 고기 안 먹기를 두 달째 실천 중이에요. 근데 이런 실천들이 사회생활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같이 일하는 분들한테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것도 난감할 때가 있고..
브랜디 : 맞아요. 저도 채식 초기에 많이 겪었던 감정들인데, 오늘 이런 고민들을 마음껏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결님은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물결 : 저는 <지구연대기>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이 책을 읽고 처음 EFG를 알게 됐고, 뉴스레터 구독도 하고 더살읽방하면서 다양한 사실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두 달 동안 저 자신이 많이 바뀐 게 느껴졌고, 주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는 굉장히 뿌듯하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초록 : 저는 <그냥, 사람>이랑 <장애학의 도전>,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우리들의 채식일기>랑 <위장환경주의>를 읽었고,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읽었다가 지금은 <난치의 상상력>을 읽고 있습니다.
올리브 : <난치의 상상력> 왠지 제목만 들어선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인가요?
초록 : 짧은 글이 모여있는 에세이라 쉽게 읽혀요. 사실 사람들은 아픈 사람한테 빨리 나으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자 분은 낫는 병이 아니에요. 자가면역질환이어서 몸에 계속 염증이 생기는 거예요. 근데 이게 왜 또 난치냐면 죽지는 않거든요. ‘불치’라고 얘기를 하려면 죽어야 한다는 거예요. 근데 죽지는 않고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나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난치'라 하거든요.
그런데 <거부당한 몸>에도 얘기가 나오지만,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투병이 길어지면 죽거나 나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아요. 죽을 만큼 심각하지도 않은데 계속 치료는 받아야 하니까. 난치라는 상태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상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난치의 상상력>인 거죠.
쿠 : 저는 최근에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완독 했어요. 성범죄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시선을 다시 한번 돌이켜볼 수 있었고, 책을 읽는다는 건 편견을 깨려고 읽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 책을 많이 못 읽어서 조금 아쉽긴 해요.
Q. 비거니즘을 실천하면서 고민이 되는 순간이 있나요?
브랜디 : 저는 최근에 <씨스피라시>라는 다큐를 봤는데요. 보면 볼수록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들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더라고요. 물론 하고는 있지만, 내가 텀블러를 쓰고 빨대를 쓰지 않는 것이 정말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큰 의미가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요새는 뭔가 시위라던가, 정치적인 활동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특히 제가 최근에 지구의 날이어서 소등 챌린지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주관하는 데가 ‘환경부'인 걸 보고 나서 왠지 괘씸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하긴 해야 하니까 불을 껐는데, 그때도 일을 해야 해서 노트북을 켜고 있었는데 눈은 눈대로 아프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요.
올리브 : 저는 가족이랑 사는데요. 저희 집에는 저녁은 웬만하면 다 같이 먹어야 한다는 나름의 규칙이 있어요. 근데 저는 되도록 비건식을 하고 싶고 최근에는 자연식물식까지 하고 있는데, 저녁을 같이 먹다 보면 왜 이건 안 먹냐는 말을 종종 들어요. 자연식물식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 가뜩이나 비실거리는 애가 왜 이렇게 부실하게 먹냐, 좀 주는 대로 먹어라 라는 걱정 섞인 잔소리를 듣죠.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싶지만, 제 신념을 바꿀 순 없는 거고 하나하나 말하는 것도 지치더라고요.
브랜디 : 지금 올리브의 상황이 너무 공감되는 게, 저도 채식 초기에 그런 걸 왜 하냐는 말을 들었어요. 특히 엄마는 뭘 차려야 할지 모르겠다, 해줄 게 없다, 계속 이런 말을 하시는데 저는 해달라고 한 적이 없거든요. 내가 알아서 해 먹겠다고 말씀을 드려도 ‘해산물은 왜 안 먹는 거냐'라고 또 다른 질문을 하더라고요. 비거니즘을 하면서 가장 많이 힘든 부분이 가족에게서 나오는 거 같아요.
초록 : 사실 저는 가족들이랑 트러블이 전혀 없거든요. 제가 채식을 한다고 얘기했을 때 같이 사는 가족인 언니는 별 말이 없었어요. 예전부터 책 읽은 얘기도 많이 하고 왜 채식을 하고 싶은지 대화를 자주 나누다 보니까 다툼도 없었죠. 각자 요리해서 같이 먹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면 제가 주변에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 같아요. 부모님도 고혈압 가족력이 있다 보니 ‘채식하면 몸에 좋다'는 입장이셨어요. 구체적으로 내가 뭘 먹고 뭘 안 먹고를 말한 적도 있는데, 그때부터 엄마는 선식도 해보시고 되게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해보세요.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저한테 ‘채식 수저’다 라고들 하더라고요(웃음).
은엽 : 저는 최근에 지인 분들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됐는데요. 메뉴를 얘기하면서 치킨이나 고기 메뉴가 나와서 “제가 최대한 고기를 안 먹으려고요. 혹시 다른 메뉴는 어떨까요?”라고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죄송해요”를 덧붙이더라고요. 그게 두고두고 마음이 안 좋았어요. 당당해야 하는데 왜 나도 모르게 ‘죄송해요'라는 말을 덧붙였을까?
초록 : 저는 그럴 때 생색을 냅니다. 모두가 육식을 하면 지구가 망한다! 나라도 채식을 해서 지구가 지금 이 정도인 거다! 하면서 말이죠(웃음).
물결 : 저도 사회생활할 때 좀 어려운 부분이, 회사에서는 조직 분위기가 수직적이라 회식을 하면 저는 선택권이 없거든요. 그러면 덩어리 고기를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는.. 이걸 남기면 남기는 것 자체로 환경오염이니까 먹어야 하는데, 또 먹기엔 찝찝한 기분이 들죠.
올리브 : 맞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실천하는 게 좋다고 봐요.
쿠 : 저는 특히 ‘맛있는 음식’을 이야기할 때 거기에 동조를 하기가 어려워요. 한국 사람들은 맛집에 진심이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나오는 식당이 논비건 식당인데, 거기다 대고 맛있다고 동조하기 조금 어렵더라고요.
올리브 : 맛있음의 기준이 동물성 성분을 바탕으로 한 음식들에 편중되어 있는 거 같아요. 전에 계란을 빼면 밀가루 맛만 나지 않냐는 소리를 듣듯이 말이죠. 고기가 들어가야 맛있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불편하더라고요. 사실 어찌 보면 고기 자체보다는 요리의 방식이나 양념이 맛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거잖아요.
브랜디 : 혹시 또 다른 고민이 있으신 분 계신가요?
은엽 : 저는 최근에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을 읽다가 모르는 문장이 나왔어요. “당신이 음식을 요리할 때 흰 설탕 한 스푼을 넣을 때마다 동물의 뼈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안다면, 당신은 화들짝 놀랄 것이다”. 그런데 설탕에도 동물 뼈가 들어가나요?
브랜디/올리브/초록 : 네 맞아요. 저도 최근에 알았는데, 설탕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탄화 골분'이라는 숯이 쓰이는데 그게 동물의 뼈로 만들어졌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스코바도’라는 비건(비정제) 설탕이 따로 있어요. 비건 설탕도 그렇고 비건 와인, 비건 맥주, 비건 도자기 그릇 등등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동물성 성분이 쓰이고 있더라고요.
은엽 : 또 제가 하나 고민이 되는 게, 주변에서 “식물은 안 불쌍해?”라고 물을 때 정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브랜디 : 사실은 공장식 축산이 더 많은 식물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있죠.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위해 땅을 개간하고 곡식을 대량 생산하고 있잖아요?
올리브 : 게다가 워낙 획일적으로 하나의 종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식물의 종 다양성도 침해받고 있고, 전염병이 돌면 싹 다 죽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려고 엄청난 화학물질도 분사하고 있죠.
초록 : 저는 그럴 때 쓰는 저만의 치트키가 있는데요. **“육식주의자들은 자기가 무엇을 왜 먹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채식주의자는 존재 자체로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채식이냐 육식이냐로 내게 싸움을 붙인다면 넌 절대로 이길 수 없다"**라고 말해요. 논리가 부족해도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주춤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답니다(웃음).
브랜디 : 진짜 맞는 말이에요!! 식물이 고통을 받는 존재라고 밝혀져도 결국 그거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은 비건이란 말이죠!
Q. 그럼에도 계속해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올리브 : 저는 제가 비거니즘을 하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과연 내가 계속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하는 행동을 누군가 발견해주고, 그 누군가가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도해보고 저한테 공유하는 게 좋거든요. 염치없지만 저는 사랑받고 싶어요(웃음). 사랑받고 싶고, 사랑을 주고 싶고. 누군가가 저로 인해 비거니즘을 같이 하게 된다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고 싶고, 박수를 받은 사람이 더 열심히 하는 걸 또 다른 사람이 보고 따라 하고. 또 그렇게 박수를 보내는 선순환이 제겐 큰 힘이 되더라고요.
물결 : 저는 비거니즘이 선택보다는 의무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장 모든 걸 바꾸기는 어렵다 보니 일주일에 2번 정도 날을 잡고 비건을 실천하고 있어요. 근데 실제로 비건을 실천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다양한 레시피가 있어서 요리가 재미있더라고요. 또 그 요일이 아니더라도 비건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그렇게 하게 되고, 다른 친구들도 제가 요일을 정하고 실천하는 걸 보면서,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면서 같이 시작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랑 함께 한다면 비거니즘이 더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브랜디 : 맞아요. 같이 하는 게 큰 힘이 되죠. 저도 친한 친구가 저로 인해 고기를 먹는 횟수가 줄었다고 말해주는데, 이런 영향력을 주고받는 게 저한테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올리브 : 사실 채식인들은 논비건한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그렇고 먼저 권하는 게 굉장히 조심스럽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논비건 쪽에서 먼저 관심 가져주고 물어봐주는 게 좋더라고요.
은엽 : 저는 이제 막 비거니즘을 시작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단계예요. 사람들한테 내 생각을 어떻게 꾸준히 이야기할지도 고민이고. 또 제가 혼자 밥을 먹게 되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이 돼요. 가령 김밥을 먹게 되면 김밥에 햄이 있으니까 빵을 먹자!는 식으로 먹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비건이 좋은 건 아는데, 사람들이 채식을 반대했을 때 그걸 반박할 논거가 아직은 부족하다 보니 답답하기도 해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리브 : 이게 조금 웃픈 게, 저도 예전에는 논거가 부족해서 씩씩대면서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논거가 탄탄하면 상대방이 그렇게 이기려고 들면 좋냐는 둥, 농담으로 말한 건데 왜 이렇게 진지하게 대하냐는 둥, 또 저만 나쁜 사람이 되더라고요. 어느 선까지 제 신념을 지키면서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네가 맞냐 내가 맞냐는 식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끝은 항상 좋지 않으니까..
쿠 : 저는 한 두 명이라도 논비건이라도,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너 비건으로 사느라 힘들겠다, 그래도 대단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확실히 힘이 나죠. 또 모임을 갔을 때 회식 가면 저는 항상 피했거든요. 나 때문에 메뉴 선택에 시간이 걸리고 가까운 데로 가면 되는 걸 저 때문에 굳이 멀리까지 가야 하니까. 근데 요즘에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게, 생각보다 비건이 쉽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기가 아니더라도 먹을 게 많다는 거? 메밀도 육수 빼고 먹을 수 있다던지, 비빔밥은 계란 빼고 먹을 수 있다던지. “생각보다 비건은 먹을 게 많다, 그러니 이렇게 먹자”고 요구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 같아요.
브랜디 : 맞아요. 비건을 하는 나 자신을 널리 알리고, 꽤 재밌다는 걸 주변에 티 내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Q. 최근 인상 깊게 본 콘텐츠나 추천하는 콘텐츠가 있나요?
올리브 : 저는 최근에 <약속의 네버랜드>라는 애니메이션을 봤어요. 귀신의 먹잇감으로 여겨지는 인간들이 귀신의 세계에서 탈출해 인간 세계로 가는 내용인데요. 논비건 시절에 처음 만화를 접하고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수많은 인간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호흡기만 단 채로 숨만 쉬는 장면이 특히 그랬죠. 나중에 공장식 축산을 알고 나서 이 만화를 다시 봤는데, 비건 권장 만화인가 싶을 정도로 육식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아요. 인육을 기르고 먹는 귀신들의 행위가 가축을 기르는 현대 인류의 행위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애니예요.
브랜디 : 먹는다는 게 현대 사회에서 너무나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는 너무나 많은 걸 먹고 있고, 누군가는 반대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으니까.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잘못된 거 같아요. 또 육식은 맛있고 채식은 건강한 식사라는 편견이 있다는 게.. 아쉽죠.
올리브 : 맞아요. 채식하면 무언갈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채식이야 말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영역이고, 더 연구한다면 무궁무진한 미적인 탐구가 가능할 텐데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아쉬워요.
물결 : 저는 채식 브이로그를 자주 보는데요. 특히 요즘은 ‘밤지윤’님의 요리하고 밥 먹고 하는 브이로그 영상을 좋아해요.
브랜디 : 저는 <씨스피라시>를 강력 추천해요. 그걸 보고 굉장히 많은 생각도 들고 제가 몰랐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들도 알게 됐거든요. 그 밖에도 <씨리얼>이나 <닷페이스> 채널은 영상 뜰 때마다 항상 보고요. <ur mom ashley>라는 외국 브이로그도 자주 봐요. 배우 임세미 님이 하시는 <세미의 절기>도 좋아하구요.
쿠 : 저는 <내일>이라는 프랑스 다큐멘터리를 주변에서 추천받아서 보고 있어요.
올리브 : 아 이 다큐 제가 진짜 좋아해요. 구조적 문제를 짚기보다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뭘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 다큐인데요. 대안 라이프를 실천하는 개인, 단체, 마을 등 다양한 케이스를 다뤄서 보다 보면 희망도 생기고 뭐라도 당장 하고 싶어 지더라고요(웃음).
초록 : 저는 인스타그램을 주로 보는데요. 비건 베이킹 랩이라는 채널에서 두부 크림 만드는 법이라던지 가끔씩 레시피가 올라와요. 저는 먹을 거에 진심이라(웃음), 시간 내서 열심히 따라 하고 있어요. 또 제가 운동을 하고 있어요. 채식하면 비실비실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게 신경 쓰여서(물론 저한테 그런 말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단지앙님 채널 보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더살읽방, 어떠셨나요?
물결 : 인생에 두 번 기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서 아직도 신기해요. 제가 비건을 지향하고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게. 더살읽방으로 책도 많이 읽게 되고, 다른 분들이 읽는 책과 리뷰를 보면서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정말 너무 즐거웠습니다.
은엽 : 몸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걸 체감해요. 사실 그 전에는 계란이나 우유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못 느꼈거든요. 무지한 것들이 깨우쳐지는 시간이었어서 더살읽방이 너무 좋았어요. 또 가장 좋았던 점은 매일 더살읽방에 올라오는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면서, 단지 비거니즘에서 나아가 사회 구조적 문제나 소수자 문제도 끝없이 공부하고 고민하며 살아야겠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쿠 : 꾸준히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짧게라도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좋았어요. 또 저녁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바뀐 거 같아요. 예전에는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시간을 보냈는데, 더살읽방하면서 다른 분들 인증하시는 거 보면서 ‘나도 책 읽어야 되는데’ 하고 리마인드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톡방에 올려주신 다른 분들 글도 너무 좋아서 계속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초록 : 더살읽방은 이쯤에서 느슨해질 법할 때 새로운 자극을 주는 창구였던 거 같아요.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다 보면 ‘나 이제 좀 많이 아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더살읽방에서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책도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책을 다시 읽어보면 새로운 부분이 보이잖아요. 계속 깨어있게 해준 더살읽방 감사해요!
올리브 : 저도 더살읽방을 통해서 여러분이랑 얼굴도 뵙고 맛있는 음식과 술도 마시면서 내적 친밀감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웃음). 저는 평범한 사람들이 나누는 생각과 의견, 관심과 사랑이 건강한 관계 맺기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게 한다고 믿거든요. 앞으로 이런 기회를 많이 갖고 싶고 가능하다면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감사해요!
브랜디 : 제가 더살읽방을 처음 열게 된 배경이 비거니즘 독서모임이었는데, 갔다 올 때마다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그때 다른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너무나 큰 영감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한 달에 한 번만 열리는 게 조금 아쉬워서 제가 이렇게 직접 온라인으로 독서모임을 열게 됐어요. 더살읽방 덕분에 매일매일 제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면서 또 다른 책들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