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시에는 반드시 임상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개발된 신약을 바로 인간에게 테스트하기에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먼저 실험을 수행하는데, 이를 ‘전임상 시험’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지난 4월, 폐의 구조가 사람과 닮은 족제비과 페렛에게 바이러스를 주입해 호흡기 등 다양한 체내 조직에 전파되는 경로를 파악했었죠. 또한 무증상 잠복기 감염 상태였던 페렛이 주변의 다른 페렛까지 감염시킨 사례로 잠복기 감염의 진실이 처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사스와 메르스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백신 후보물질을 마우스, 기니피그, 무균돼지 등에 실험하여 그 효능을 입증했다고 합니다. 7~8월 정도에는 영장류 실험을 진행하는 등, 올해 안에 전임상을 모두 마칠 계획이라고 해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어 하루빨리 안전한 백신이 개발되는 게 절실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많은 의료진분들이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시죠. 그러나 이 과정에서 때로는 수많은 실험동물들이 고통 속에서 희생되고 있다는 점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시작합니다.
#EFG ISSUE : 동물실험
🤔 실험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나요?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동물실험은 언제 처음 시행됐을까요? 동물실험이 체계를 갖춰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지만,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해부를 통한 동물실험이 존재했습니다. 동물해부의 기록을 최초로 남긴 사람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였습니다. 이후 해부학의 발달로 16~17세기에는 더 많은 생체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동물은 ‘움직이는 자동 기계’일 뿐이라는 ‘동물기계론’을 말한 데카르트는 ‘동물이 내는 비명은 시계를 부술 때 나는 소리와 같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이는 데카르트 신봉자로 하여금 생체 해부를 정당화하게 했었죠. 그리고 19세기에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도 진행되었어요. (개들의 턱에 구멍을 뚫어 침받이와 튜브를 삽입했다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려졌지만요.)
그럼 현재는 어떤 분야에서 동물실험이 활용되고 있을까요? ‘동물실험’이라 하면 의학 및 과학 발전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실험동물이 사용되는 범위는 정말 넓습니다. 대학, 병원, 제약/화장품/식품 회사 등 많은 곳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데요. 이때의 ‘실험’은 유전적 특징, 성장 과정, 행동 양식을 관찰하는 순수 조사뿐만 아니라, 기형 유발 실험, 번식력 독성 실험, 발암성 실험, 치사량 테스트 등도 포함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8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 실태 보고’(위 사진)에 따르면, 2018년 동물실험에 사용된 동물은 약 370만 마리였습니다. 매년 이 수치는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요, 실험이 점점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기보다는 자료가 점점 더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그래도 2012년 기준 전 세계에서 실험되는 동물의 수가 5억 마리로 추정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의 수치는 얼마나 올랐을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긴하네요.
사진을 보면 쥐, 햄스터 등의 설치류가 전체 실험동물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쥐의 유전자 구성이 인간과 81% 정도 같고, 집단 사육이 쉽고 관리가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관련 자료) 쥐는 다른 동물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고 3세대까지 번식하는데 9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데다, 한 번에 5~10마리를 낳기 때문에 신약 등 의약품의 유전적 영향 검사에 유리하죠.
😥 동물실험, 정말 필요한가요?
어떤 의미에서 실험동물은 의학의 발전과 안전한 약품을 가져다준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고마워만 하기에는 그들이 받는 고통이 극심합니다.
실험동물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을 위한 삶을 삽니다. 그들은 ‘실험동물 공급회사’에서 인위적으로 번식되죠. 아주 드물게 야생에서 포획된 동물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대량으로 사육되고, 실험이 끝나면 99.9%가 안락사됩니다. 실험실 밖으로 나가면 감염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요. 설치류는 4주~6주 정도, 개는 1년 정도 지나면 안락사를 한다고 하는데요.
실험동물의 안락사는 보통 밀폐된 곳의 이산화탄소량을 늘리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때 이산화탄소의 양을 약하게 틀어야 말 그대로 ‘안락’사인 것인데요, 간혹 동물이 집단으로 어떤 질병에 감염됐거나, 실험이 종료된 경우에는 안락사시킬 개체 수가 너무 많아 그 부분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작은 플라스틱 통 안에 여러 마리를 집어넣고 이산화탄소를 급격하게 주입시키는 거죠. 그럼 동물들이 놀라서 버둥대다가 결국 피를 뿜으며 죽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절대 ‘안락’사라고 볼 수 없습니다.
살아있을 때의 대우라도 괜찮았다면 그나마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험동물의 고통은 A부터 E까지 5단계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자세한 분류 기준은 위 사진을 참고해주세요.) 문제는 E등급입니다. 이 등급에 해당되는 실험 중에는 동물을 고통으로 죽을 때까지 방치하는 실험도 있다고 해요. 심지어 E등급에 해당되는 실험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전체 실험 중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실험이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암 등의 중증질환은 신종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나올 정도로 연구의 끝이 없는 분야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정말 대안이 없는 건지 언제까지 이 방법을 써야 하는지 마음이 착잡하기만 합니다.
사진 : youtube 'Cruelty Free International'
위에서 언급했듯이 동물실험이 이루어지는 분야는 의학 말고도 다양합니다. 위의 사진을 보신 적이 있나요? 바로 토끼가 드레이즈 테스트(동물의 눈에 시험물질을 넣어 자극성을 테스트하는 부작용 테스트)를 당하는 사진입니다. 토끼를 저렇게 고정시켜놓고 마스카라를 3000번이나 바른다고 해요. 토끼는 눈 깜박임과 눈물 양이 적어 테스트에 많이 이용되는데, 실험을 너무 많이 당한 토끼는 이물질을 씻어낼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 눈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목뼈가 부려져 사망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콘돔의 안전성을 테스트할 때에도 토끼가 사용되는데요, 암컷 토끼의 질에 콘돔 조각을 넣고 꿰맨 후 며칠간 두고 보는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개와 사람의 장기가 비슷한 탓에 비글도 샴푸의 독성을 확인하는 실험이나 진통제 등의 약물 실험에 정말 많이 사용되는데요. 굳이 비글인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사람을 좋아해 잘 따르고 인내심이 강하다는 이유입니다. 성격이 좋아서 오히려 더 피해를 입는 거죠.
동물실험의 문제점은 동물의 고통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험동물과 심정적 유대감이 생긴 실험 참여자들은 윤리적 딜레마를 겪으며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많고, 이직률도 상당히 높다고 해요. 외국에서는 사회 복지 차원에서 동물실험 종사자들을 위한 전문 상담사도 존재하는 등, 상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중요시되지만, 아직 국내에서 그런 시스템을 찾아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또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1953년 독일의 한 제약회사가 만든 탈리도마이드라는 약물은 임신부의 구토 억제제 및 수면제로 개발되었는데요. 당사는 유례없을 정도로 안전한 물질이라며 '기적의 알약'이라고 광고했으나, 이후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 명이 넘는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들이 탄생했죠. 인체에 나타난 부작용을 재현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재실험했지만 동물들에게서는 어떠한 독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해요.
그 반대의 사례도 있습니다. 단 1회 복용으로 고양이의 부신기능부전과 함께 죽음을 초래하는 약인 ‘타이레놀’. 그리고 쥐에게 선천적 기형과 고양이의 혈압 이상을 일으키는 약인 ‘아스피린’이 그 예입니다.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고,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 임상시험에서도 나타날 확률은 5∼10% 수준입니다. 미국에서는 동물실험을 통과한 신약의 부작용으로 매년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불법적 의약품이 낳는 사상자보다 더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사실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도와 우선순위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 것 같아, 제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을 5가지 정도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선 첫째로,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금지 법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동물실험은 그 실험이 과학 발전에 이바지되었을 때만 합리화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의 해부 실습은 그저 수업의 한 과정에 불과하는데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성을 부여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사실 지난 2018년,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동물(사체 포함) 해부실습을 하지 못하게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는 실습을 가능하게 하는 예외 절차 또한 마련되어 있는데, 사실상 동물해부실습을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외가 광범위합니다. 일반 학교가 동물해부실험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시행기관’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국가기관이나 병원 등이 이미 '동물실험시행기관'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측에서 이 기관을 찾기 어렵지 않은 만큼 동물실험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둘째로는, 영장류에 대한 실험을 점차 금지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실험 시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을 쓰는 것이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영장류는 인간과 말 그대로 한 끗 차이인 동물입니다. 인간과 DNA가 98.8% 일치하는 침팬지는 고릴라, 오랑우탄과 함께 사람과(科)로 분류된다고 해요. 그들도 자아가 있고, 세부적인 의사 표현이 가능하죠. 따라서 실험에 대한 스트레스도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는 영장류 중 사람에 더 가까운 유인원에 속하는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에 대한 실험을 2015년부터 금지한 바 있습니다.우리나라는 어떻냐구요? 다음과 같은 곳에 영장류 3,000마리가 살고 있답니다.
셋째로, 실험 대체 방안에 대한 연구에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현재까지 개발되고 있는 대체 방안은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만든 인공 장기인 ‘오가노이드’, 인체 장기 혹은 조직의 일부를 칩에 배양한‘장기 칩’ 등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각의 장기를 연결하면 정말 하나의 신체처럼 약물 등에 대한 총체적인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넷째로, 각 기관의 실험 결과가 공유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하려는 실험을 이미 누군가가 시행했을 수도 있고, 비슷한 실험의 결과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불필요한 실험을 막을 수 있어 비용 절감은 물론, 동물의 희생도 줄일 수 있죠.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협력하여 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정부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관련 법이 조금 더 엄격해지기를, 그래서 누구도 생명을 다루는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시스템의 변화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죠. 동물실험 참여자는 3R(동물실험을 할 때 실험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윤리)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윤리적인 실험을 진행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동물실험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제품을 구매하여 SNS에 공유하며,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 의학 분야에서의 동물실험,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물실험은 철저하게 인간 중심적으로 동물을 수단화한 것입니다. 동물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을 위한 실험에 사용되고, 또 사람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용됩니다. 우리와 아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고통을 주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요?
동물실험은 결국 사라져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의학 분야에서의 동물실험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실험을 중단하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 본 게시물은 2020년 5월 18일에 작성되었습니다.
💉 백신이 만들어지기까지
코로나19 백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는지 아시나요?
신약 개발 시에는 반드시 임상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개발된 신약을 바로 인간에게 테스트하기에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먼저 실험을 수행하는데, 이를 ‘전임상 시험’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지난 4월, 폐의 구조가 사람과 닮은 족제비과 페렛에게 바이러스를 주입해 호흡기 등 다양한 체내 조직에 전파되는 경로를 파악했었죠. 또한 무증상 잠복기 감염 상태였던 페렛이 주변의 다른 페렛까지 감염시킨 사례로 잠복기 감염의 진실이 처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사스와 메르스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백신 후보물질을 마우스, 기니피그, 무균돼지 등에 실험하여 그 효능을 입증했다고 합니다. 7~8월 정도에는 영장류 실험을 진행하는 등, 올해 안에 전임상을 모두 마칠 계획이라고 해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어 하루빨리 안전한 백신이 개발되는 게 절실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많은 의료진분들이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시죠. 그러나 이 과정에서 때로는 수많은 실험동물들이 고통 속에서 희생되고 있다는 점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시작합니다.
#EFG ISSUE : 동물실험
🤔 실험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나요?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8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 실태 보고’(위 사진)에 따르면, 2018년 동물실험에 사용된 동물은 약 370만 마리였습니다. 매년 이 수치는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요, 실험이 점점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기보다는 자료가 점점 더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그래도 2012년 기준 전 세계에서 실험되는 동물의 수가 5억 마리로 추정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의 수치는 얼마나 올랐을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긴하네요.
사진을 보면 쥐, 햄스터 등의 설치류가 전체 실험동물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쥐의 유전자 구성이 인간과 81% 정도 같고, 집단 사육이 쉽고 관리가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관련 자료) 쥐는 다른 동물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고 3세대까지 번식하는데 9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데다, 한 번에 5~10마리를 낳기 때문에 신약 등 의약품의 유전적 영향 검사에 유리하죠.
😥 동물실험, 정말 필요한가요?
어떤 의미에서 실험동물은 의학의 발전과 안전한 약품을 가져다준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고마워만 하기에는 그들이 받는 고통이 극심합니다.
실험동물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을 위한 삶을 삽니다. 그들은 ‘실험동물 공급회사’에서 인위적으로 번식되죠. 아주 드물게 야생에서 포획된 동물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대량으로 사육되고, 실험이 끝나면 99.9%가 안락사됩니다. 실험실 밖으로 나가면 감염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요. 설치류는 4주~6주 정도, 개는 1년 정도 지나면 안락사를 한다고 하는데요.
실험동물의 안락사는 보통 밀폐된 곳의 이산화탄소량을 늘리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때 이산화탄소의 양을 약하게 틀어야 말 그대로 ‘안락’사인 것인데요, 간혹 동물이 집단으로 어떤 질병에 감염됐거나, 실험이 종료된 경우에는 안락사시킬 개체 수가 너무 많아 그 부분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작은 플라스틱 통 안에 여러 마리를 집어넣고 이산화탄소를 급격하게 주입시키는 거죠. 그럼 동물들이 놀라서 버둥대다가 결국 피를 뿜으며 죽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절대 ‘안락’사라고 볼 수 없습니다.
살아있을 때의 대우라도 괜찮았다면 그나마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험동물의 고통은 A부터 E까지 5단계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자세한 분류 기준은 위 사진을 참고해주세요.) 문제는 E등급입니다. 이 등급에 해당되는 실험 중에는 동물을 고통으로 죽을 때까지 방치하는 실험도 있다고 해요. 심지어 E등급에 해당되는 실험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전체 실험 중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실험이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암 등의 중증질환은 신종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나올 정도로 연구의 끝이 없는 분야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정말 대안이 없는 건지 언제까지 이 방법을 써야 하는지 마음이 착잡하기만 합니다.
사진 : youtube 'Cruelty Free International'
위에서 언급했듯이 동물실험이 이루어지는 분야는 의학 말고도 다양합니다. 위의 사진을 보신 적이 있나요? 바로 토끼가 드레이즈 테스트(동물의 눈에 시험물질을 넣어 자극성을 테스트하는 부작용 테스트)를 당하는 사진입니다. 토끼를 저렇게 고정시켜놓고 마스카라를 3000번이나 바른다고 해요. 토끼는 눈 깜박임과 눈물 양이 적어 테스트에 많이 이용되는데, 실험을 너무 많이 당한 토끼는 이물질을 씻어낼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 눈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목뼈가 부려져 사망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콘돔의 안전성을 테스트할 때에도 토끼가 사용되는데요, 암컷 토끼의 질에 콘돔 조각을 넣고 꿰맨 후 며칠간 두고 보는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개와 사람의 장기가 비슷한 탓에 비글도 샴푸의 독성을 확인하는 실험이나 진통제 등의 약물 실험에 정말 많이 사용되는데요. 굳이 비글인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사람을 좋아해 잘 따르고 인내심이 강하다는 이유입니다. 성격이 좋아서 오히려 더 피해를 입는 거죠.
동물실험의 문제점은 동물의 고통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험동물과 심정적 유대감이 생긴 실험 참여자들은 윤리적 딜레마를 겪으며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많고, 이직률도 상당히 높다고 해요. 외국에서는 사회 복지 차원에서 동물실험 종사자들을 위한 전문 상담사도 존재하는 등, 상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중요시되지만, 아직 국내에서 그런 시스템을 찾아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또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1953년 독일의 한 제약회사가 만든 탈리도마이드라는 약물은 임신부의 구토 억제제 및 수면제로 개발되었는데요. 당사는 유례없을 정도로 안전한 물질이라며 '기적의 알약'이라고 광고했으나, 이후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 명이 넘는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들이 탄생했죠. 인체에 나타난 부작용을 재현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재실험했지만 동물들에게서는 어떠한 독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해요.
그 반대의 사례도 있습니다. 단 1회 복용으로 고양이의 부신기능부전과 함께 죽음을 초래하는 약인 ‘타이레놀’. 그리고 쥐에게 선천적 기형과 고양이의 혈압 이상을 일으키는 약인 ‘아스피린’이 그 예입니다.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고,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 임상시험에서도 나타날 확률은 5∼10% 수준입니다. 미국에서는 동물실험을 통과한 신약의 부작용으로 매년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불법적 의약품이 낳는 사상자보다 더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사실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도와 우선순위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 것 같아, 제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을 5가지 정도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선 첫째로,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금지 법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동물실험은 그 실험이 과학 발전에 이바지되었을 때만 합리화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의 해부 실습은 그저 수업의 한 과정에 불과하는데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성을 부여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사실 지난 2018년,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동물(사체 포함) 해부실습을 하지 못하게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는 실습을 가능하게 하는 예외 절차 또한 마련되어 있는데, 사실상 동물해부실습을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외가 광범위합니다. 일반 학교가 동물해부실험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시행기관’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국가기관이나 병원 등이 이미 '동물실험시행기관'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측에서 이 기관을 찾기 어렵지 않은 만큼 동물실험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둘째로는, 영장류에 대한 실험을 점차 금지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실험 시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을 쓰는 것이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영장류는 인간과 말 그대로 한 끗 차이인 동물입니다. 인간과 DNA가 98.8% 일치하는 침팬지는 고릴라, 오랑우탄과 함께 사람과(科)로 분류된다고 해요. 그들도 자아가 있고, 세부적인 의사 표현이 가능하죠. 따라서 실험에 대한 스트레스도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는 영장류 중 사람에 더 가까운 유인원에 속하는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에 대한 실험을 2015년부터 금지한 바 있습니다.우리나라는 어떻냐구요? 다음과 같은 곳에 영장류 3,000마리가 살고 있답니다.
셋째로, 실험 대체 방안에 대한 연구에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현재까지 개발되고 있는 대체 방안은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만든 인공 장기인 ‘오가노이드’, 인체 장기 혹은 조직의 일부를 칩에 배양한‘장기 칩’ 등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각의 장기를 연결하면 정말 하나의 신체처럼 약물 등에 대한 총체적인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넷째로, 각 기관의 실험 결과가 공유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하려는 실험을 이미 누군가가 시행했을 수도 있고, 비슷한 실험의 결과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불필요한 실험을 막을 수 있어 비용 절감은 물론, 동물의 희생도 줄일 수 있죠.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협력하여 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정부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관련 법이 조금 더 엄격해지기를, 그래서 누구도 생명을 다루는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시스템의 변화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죠. 동물실험 참여자는 3R(동물실험을 할 때 실험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윤리)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윤리적인 실험을 진행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동물실험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제품을 구매하여 SNS에 공유하며,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 의학 분야에서의 동물실험,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물실험은 철저하게 인간 중심적으로 동물을 수단화한 것입니다. 동물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을 위한 실험에 사용되고, 또 사람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용됩니다. 우리와 아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고통을 주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요?
동물실험은 결국 사라져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의학 분야에서의 동물실험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실험을 중단하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참고로 동물실험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듭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의학 분야에서의 동물실험은 필요악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