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슴이 찢어지는 뉴스를 봤습니다. “야생동물서 전염병 발생해도 예방적 살처분 가능해진다”는 뉴스였는데요. 기존에는 가축에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만 살처분이 가능했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야생 멧돼지나 야생조류 등 야생동물도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이 가능해졌습니다.
동물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습니다. 빨리, 많이 먹고 싶은 우리의 욕심은 공장식 축산과 항생제 남용으로 이어졌죠. 동물을 보고 싶고 갖고 싶은 욕심은 동물원과 야생동물 불법 거래, 나아가 동물 유기 및 불법 번식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욕심은 에볼라, 사스 등 사람에 의한 질병(인수공통병)으로 이어져 동물은 물론 인류의 목숨까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결국 동물권을 공부한다는 것은 곧 환경을 공부하는 것이며, 나아가 건강한 삶을 향한 첫 발걸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만큼은 이 글을 천천히, 곱씹으며 정독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동물권 이슈 중 가장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가축'에 관한 문제를 짚어보려 합니다.
#EFG ISSUE : 알고보면 섬뜩한 용어, '가축'
🤔 소는 먹고 사자는 먹지 않는 이유
여러 가설이 있지만 가축화의 가장 대표적인 배경은 농경 사회의 시작과 식량 부족입니다. 인구는 급증하는데 사냥은 무척 어려웠으니, 동물을 사육하는 것이 생존에 더욱 합리적이었겠죠.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해지면서 인류는 동물을 사육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동물들은 인위적인 조건에서 번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소는 먹으면서 사자나 곰, 고릴라, 코끼리는 안 먹을까요? 그게, 생각보다 가축화할 수 있는 야생동물이 많지 않거든요.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다룬 바 있는 책인 <총, 균, 쇠>에 따르면, 가축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는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1) 식성 : 적게 먹으면서 많이 쪄야 함
2) 성장 : 성장 속도가 빨라야 함
3) 감금 : 키우기 용이한 환경이어야 함
4) 성격 : 온순해야 함
야생동물이 가축이 되려면 우선 몸이 튼튼하고 사람을 잘 따라야 합니다. 또 환경적 요구가 까다롭지 않고 쓸모가 있어야 하며, 번식이 쉬우면서 사육관리가 어렵지 않아야 하죠.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동물은 극히 소수입니다. 소는 한 마리당 옥수수 4,500kg이 필요한 반면, 사자는 1마리를 키우려면 소 10마리, 즉 옥수수 45,000kg이 필요한데요. 결국 사자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식성 때문에 가축이 안 된 거죠.
또 고릴라와 코끼리는 잡아먹으려면 1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느린 성장 속도로 인해 가축에서 탈락! 곰은 어떨까요? 식성도 괜찮고 성장 속도도 빠르지만, 성격이 포악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포악하면 살아남고 온순하면 잡아먹힌다니, 참 아이러니한데요. 이처럼 우리는 여러 조건을 통해 소수의 동물을 가축화했습니다. 그 소수가 지금의 소, 강아지, 고양이, 닭, 말 등이고요.
옛날엔 생존을 위해 그랬다 쳐도, 지금은 이런 인식이 문제가 됩니다. 최근부터 우리는 동물을 ‘애완'이 아닌 ‘반려', 즉 삶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예전에 비해 살충제 달걀과 밀식 사육방식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어떤 인식의 전환점에 다다른 겁니다. 그렇다면 현대의 '가축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저희는 식사/오락/공업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는 3가지 경우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대규모 양계장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의 민낯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병아리는 부화하자마자 암평아리와 수평아리로 분리되고, 수평아리는 곧바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흘러가 분쇄기로 들어갑니다. 분쇄기로 갈아 낸 수평아리 사체는 사료가 되거나 거름으로 사용됩니다. 살아남은 암평아리는 기계식 자동라인을 따라 돌면서 부리가 잘리고, 호르몬 주사를 맞습니다. 돼지는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꼬리를 자르고 거세하고, 그라인더로 이빨을 갈아버리죠.
생산자들은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최대한 많은 동물들을 한 공간에 욱여넣어 기르고 있는데요. 가령 돼지 농장은 약 5천 마리 이상을 한꺼번에 기릅니다. 일반적인 구이용 닭을 기르는 양계장에서는 한꺼번에 4만 5천마리 암탉을 사육하죠. 미국 젖소의 절반 가량은 평생 한 번도 들판에 가지 못한 채 우리 안에서만 지낸다고 합니다. 우리가 워낙 비좁은데다 더러워서 병균이 들끓 수밖에 없는데요. 농장에서는 질병 및 전염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절반이 가축들의 생명을 부지하는데 사용되고 있죠. (참고 :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57-61p)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동물을 사육하다 보니 전염병이 돌면 속수무책입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소와 돼지 365만 마리, 닭과 오리 1,934만 마리를 매몰 처분했습니다. 동물들이 구제역에 걸렸다고 해서 반드시 도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제역은 인간에게는 해를 미치지 않고, 8일이 지나면 동물의 전염성도 사라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동물을 ‘경제적 대상'으로 보는 현 시스템에서는 대량 살처분이 가장 손쉬운 해법이라고 합니다. (참고 :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59p)
조류독감과 구제역, 그리고 살처분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철저히 방역했는데도 말이죠. 이는 문제가 방역의 허술함이 아니라, ‘대량 소비’로 인한 ‘대량 생산’이 만들어 낸 ‘밀식 사육 구조’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장식 축산과 환경의 관계는 지난 글 중 <소소하지만 확실한 환경보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참고해보세요!
공장식 어업, 즉 양식업 또한 동물권 침해가 심각합니다. 2000년도 기준으로 식용으로 소비되는 물살이의 3분의 1이 양식장에서 길러지고 있죠. 또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어류 소비 중 양식업 공급량은 2016년 53%로, 이대로 가면 2030년에는 66%가 될 것이라 합니다.
바닷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를 먹는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고기에도 각종 항생제와 약품을 투여하고요, 특히 닭과 돼지의 배설물이 사료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남획과 싹쓸이 불법 어업도 만연한 실정이죠. (참고 기사)
심지어 한국의 양식장용 사료 원료로 개와 고양이의 사체가 사용되기도 했고요. 프레시안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광어나 우럭 양식장에서 기생충 약으로 발암성 독극물인 포르말린을 사용하는 것이 합법이라고 해요.
물살이는 다른 종의 동물과 협력해 사냥을 하기도 하고,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동물입니다. 개별적 존재를 인지할 수 있고, 분화된 사회구조도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계급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도 합니다. 우리처럼 장기적으로 기억할 수도 있고 정보를 대대로 전승할 수도 있죠. 고통과 괴로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에요. 하지만 양식업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살이가 고통 없이 죽을 거라 생각하는 듯 합니다. (참고 : <동물들의 소송>)
가장 큰 문제는 물속의 가두리 양식장이 비좁다는 겁니다. 개체 수가 지나치게 많아 물살이들이 서로를 잡아먹기도 하고, ‘해수어’라는 작은 기생충이 물살이의 살을 파먹거든요. 게다가 양식업자들은 대부분 공기 속에 물살이를 던져 질식사를 시키는데요. 물살이들은 최소 15분, 길게는 2시간까지 숨 쉬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며 죽는다고 합니다.
인간의 유희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 또한 많습니다. 특히 ‘사냥'의 경우 북미에서는 보편적인 오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매년 사냥으로 인해 1억 3천4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생명을 잃는다고 해요. ‘트로피 헌팅'이라는 별도의 이름이 있을 정도로 사냥이 성행한다고 합니다. (*트로피 헌팅은 식용이나 상업적 목적이 아닌 오락을 위한 야생동물 사냥을 뜻합니다)
최근 뉴스펭귄의 보도에 따르면, 한 여성이 곰을 사냥해 죽인 뒤 SNS에 ‘인증샷'을 올려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적절한 사냥은 개체 수를 조절한다"며, 지속가능하고 보존적인 사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야생 보전 연구가 브렌트는 "'사냥'이라는 인간의 개입 자체가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며, "이미 매년 5,600마리의 사자가 트로피 헌팅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심지어 특별한 사냥술 없이도 동물을 죽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사냥도 있습니다. 이름하여 ‘통조림 사냥'. 동물원에서 구입한 ‘잉여' 동물들을 사냥용 목장에 가두고 총으로 쏘는 걸 말해요. (참조 : 캐서린 그랜트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87-90p)
가축을 ‘오락'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경우는 사냥만이 아닙니다. 좁게는 서커스, 투우, 로데오, 경마, 동물원이 있으며, 넓게는 ‘애완’ 동물을 기르는 것까지 오락을 위한 동물 착취에 해당됩니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여된 채 야생동물을 좁은 공간에 밀실 사육하기 때문이죠.
💥 노동자의 물리적, 정신적 피해
동물을 사육하는 오늘날의 방식은 동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해롭습니다. 공장형 사육 시설의 노동자들은 많은 동물을 좁은 공간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유해한 화학물질에 자주 노출되는데요. 호주 멜버른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양계장 노동자의 70%가 만성적인 안질에 시달리고 있고, 30%는 기침을, 15%는 천식과 만성 기관지염 환자였습니다. 도살장 노동자들의 상황은 훨씬 열악합니다. 이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동물을 해체해야 하기에 부상당할 확률도 높죠.
노동 착취 문제도 심각합니다. 전 세계 가죽의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는 중국의 신발 노동자들은 12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하고, 한 달에 이틀에서 사흘밖에 쉬지 못한다고 해요. 심지어 신발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벤젠과 같은 유독가스 흡입으로 사망하기도 하죠. 결국 ‘대량생산’은 동물 복지는 물론 노동법과 환경법마저 위반하는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참고 :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182p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사람도 살기 팍팍한 세상에 왜 굳이 동물 문제, 그것도 동물원이나 실험실 동물들에 집착하세요?" 저도 동물권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인데요. 5월 한 달 동안 열심히 공부하며 나름의 결과를 내렸습니다.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의도적이든 무지하든, 동물권에 대한 무시는 생명에 대한 도덕적 경시로 이어집니다. 이는 나아가 인간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물들의 소송>에서는 동물보호의 실천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하나는 뭔가를 중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언가에 헌신하는 것"이라고요.
뭔가를 중단하기 부담스럽다면 무언가에 헌신할 수 있고, 반대로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우리는 동물권 향상을 위해 채식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꼭 채식이 아니어도 실천 방법은 다양해요. 관련 단체나 모임에 가입하고 후원할 수도 있고, 동물법의 현황에 대한 토론 모임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자주 가는 식당의 주인 분께 채식 메뉴를 만들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는 것도 아주 좋아요. 우리가 쓰는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공부하는 것도 그중 하나죠. 채식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주변을 돌아보며 동물성 제품을 찾아보고 변화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
※ 본 게시물은 2020년 5월 2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 건강한 삶을 위한 공부
최근 가슴이 찢어지는 뉴스를 봤습니다. “야생동물서 전염병 발생해도 예방적 살처분 가능해진다”는 뉴스였는데요. 기존에는 가축에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만 살처분이 가능했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야생 멧돼지나 야생조류 등 야생동물도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이 가능해졌습니다.
동물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습니다. 빨리, 많이 먹고 싶은 우리의 욕심은 공장식 축산과 항생제 남용으로 이어졌죠. 동물을 보고 싶고 갖고 싶은 욕심은 동물원과 야생동물 불법 거래, 나아가 동물 유기 및 불법 번식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욕심은 에볼라, 사스 등 사람에 의한 질병(인수공통병)으로 이어져 동물은 물론 인류의 목숨까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결국 동물권을 공부한다는 것은 곧 환경을 공부하는 것이며, 나아가 건강한 삶을 향한 첫 발걸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만큼은 이 글을 천천히, 곱씹으며 정독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동물권 이슈 중 가장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가축'에 관한 문제를 짚어보려 합니다.
#EFG ISSUE : 알고보면 섬뜩한 용어, '가축'
🤔 소는 먹고 사자는 먹지 않는 이유
여러 가설이 있지만 가축화의 가장 대표적인 배경은 농경 사회의 시작과 식량 부족입니다. 인구는 급증하는데 사냥은 무척 어려웠으니, 동물을 사육하는 것이 생존에 더욱 합리적이었겠죠.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해지면서 인류는 동물을 사육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동물들은 인위적인 조건에서 번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소는 먹으면서 사자나 곰, 고릴라, 코끼리는 안 먹을까요? 그게, 생각보다 가축화할 수 있는 야생동물이 많지 않거든요.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다룬 바 있는 책인 <총, 균, 쇠>에 따르면, 가축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는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1) 식성 : 적게 먹으면서 많이 쪄야 함
2) 성장 : 성장 속도가 빨라야 함
3) 감금 : 키우기 용이한 환경이어야 함
4) 성격 : 온순해야 함
야생동물이 가축이 되려면 우선 몸이 튼튼하고 사람을 잘 따라야 합니다. 또 환경적 요구가 까다롭지 않고 쓸모가 있어야 하며, 번식이 쉬우면서 사육관리가 어렵지 않아야 하죠.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동물은 극히 소수입니다. 소는 한 마리당 옥수수 4,500kg이 필요한 반면, 사자는 1마리를 키우려면 소 10마리, 즉 옥수수 45,000kg이 필요한데요. 결국 사자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식성 때문에 가축이 안 된 거죠.
또 고릴라와 코끼리는 잡아먹으려면 1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느린 성장 속도로 인해 가축에서 탈락! 곰은 어떨까요? 식성도 괜찮고 성장 속도도 빠르지만, 성격이 포악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포악하면 살아남고 온순하면 잡아먹힌다니, 참 아이러니한데요. 이처럼 우리는 여러 조건을 통해 소수의 동물을 가축화했습니다. 그 소수가 지금의 소, 강아지, 고양이, 닭, 말 등이고요.
옛날엔 생존을 위해 그랬다 쳐도, 지금은 이런 인식이 문제가 됩니다. 최근부터 우리는 동물을 ‘애완'이 아닌 ‘반려', 즉 삶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예전에 비해 살충제 달걀과 밀식 사육방식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어떤 인식의 전환점에 다다른 겁니다. 그렇다면 현대의 '가축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저희는 식사/오락/공업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는 3가지 경우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 '식용' 가축의 문제 : 먹히기 위해 사는 동물들
사진 : Matthew T Rader, Poultry Farm in Namakkal, Tamil Nadu, 16 January 2010
대규모 양계장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의 민낯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병아리는 부화하자마자 암평아리와 수평아리로 분리되고, 수평아리는 곧바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흘러가 분쇄기로 들어갑니다. 분쇄기로 갈아 낸 수평아리 사체는 사료가 되거나 거름으로 사용됩니다. 살아남은 암평아리는 기계식 자동라인을 따라 돌면서 부리가 잘리고, 호르몬 주사를 맞습니다. 돼지는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꼬리를 자르고 거세하고, 그라인더로 이빨을 갈아버리죠.
생산자들은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최대한 많은 동물들을 한 공간에 욱여넣어 기르고 있는데요. 가령 돼지 농장은 약 5천 마리 이상을 한꺼번에 기릅니다. 일반적인 구이용 닭을 기르는 양계장에서는 한꺼번에 4만 5천마리 암탉을 사육하죠. 미국 젖소의 절반 가량은 평생 한 번도 들판에 가지 못한 채 우리 안에서만 지낸다고 합니다. 우리가 워낙 비좁은데다 더러워서 병균이 들끓 수밖에 없는데요. 농장에서는 질병 및 전염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절반이 가축들의 생명을 부지하는데 사용되고 있죠. (참고 :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57-61p)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동물을 사육하다 보니 전염병이 돌면 속수무책입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소와 돼지 365만 마리, 닭과 오리 1,934만 마리를 매몰 처분했습니다. 동물들이 구제역에 걸렸다고 해서 반드시 도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제역은 인간에게는 해를 미치지 않고, 8일이 지나면 동물의 전염성도 사라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동물을 ‘경제적 대상'으로 보는 현 시스템에서는 대량 살처분이 가장 손쉬운 해법이라고 합니다. (참고 :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59p)
조류독감과 구제역, 그리고 살처분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철저히 방역했는데도 말이죠. 이는 문제가 방역의 허술함이 아니라, ‘대량 소비’로 인한 ‘대량 생산’이 만들어 낸 ‘밀식 사육 구조’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장식 축산과 환경의 관계는 지난 글 중 <소소하지만 확실한 환경보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참고해보세요!
공장식 어업, 즉 양식업 또한 동물권 침해가 심각합니다. 2000년도 기준으로 식용으로 소비되는 물살이의 3분의 1이 양식장에서 길러지고 있죠. 또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어류 소비 중 양식업 공급량은 2016년 53%로, 이대로 가면 2030년에는 66%가 될 것이라 합니다.
바닷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를 먹는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고기에도 각종 항생제와 약품을 투여하고요, 특히 닭과 돼지의 배설물이 사료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남획과 싹쓸이 불법 어업도 만연한 실정이죠. (참고 기사)
심지어 한국의 양식장용 사료 원료로 개와 고양이의 사체가 사용되기도 했고요. 프레시안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광어나 우럭 양식장에서 기생충 약으로 발암성 독극물인 포르말린을 사용하는 것이 합법이라고 해요.
물살이는 다른 종의 동물과 협력해 사냥을 하기도 하고,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동물입니다. 개별적 존재를 인지할 수 있고, 분화된 사회구조도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계급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도 합니다. 우리처럼 장기적으로 기억할 수도 있고 정보를 대대로 전승할 수도 있죠. 고통과 괴로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에요. 하지만 양식업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살이가 고통 없이 죽을 거라 생각하는 듯 합니다. (참고 : <동물들의 소송>)
😰 '오락용' 가축의 문제 : 인간의 유희를 위해 사는 동물들
사진 : Hp.Baumeler / CC BY-SA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인간의 유희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 또한 많습니다. 특히 ‘사냥'의 경우 북미에서는 보편적인 오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매년 사냥으로 인해 1억 3천4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생명을 잃는다고 해요. ‘트로피 헌팅'이라는 별도의 이름이 있을 정도로 사냥이 성행한다고 합니다. (*트로피 헌팅은 식용이나 상업적 목적이 아닌 오락을 위한 야생동물 사냥을 뜻합니다)
최근 뉴스펭귄의 보도에 따르면, 한 여성이 곰을 사냥해 죽인 뒤 SNS에 ‘인증샷'을 올려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적절한 사냥은 개체 수를 조절한다"며, 지속가능하고 보존적인 사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야생 보전 연구가 브렌트는 "'사냥'이라는 인간의 개입 자체가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며, "이미 매년 5,600마리의 사자가 트로피 헌팅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심지어 특별한 사냥술 없이도 동물을 죽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사냥도 있습니다. 이름하여 ‘통조림 사냥'. 동물원에서 구입한 ‘잉여' 동물들을 사냥용 목장에 가두고 총으로 쏘는 걸 말해요. (참조 : 캐서린 그랜트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87-90p)
가축을 ‘오락'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경우는 사냥만이 아닙니다. 좁게는 서커스, 투우, 로데오, 경마, 동물원이 있으며, 넓게는 ‘애완’ 동물을 기르는 것까지 오락을 위한 동물 착취에 해당됩니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여된 채 야생동물을 좁은 공간에 밀실 사육하기 때문이죠.
💥 노동자의 물리적, 정신적 피해
동물을 사육하는 오늘날의 방식은 동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해롭습니다. 공장형 사육 시설의 노동자들은 많은 동물을 좁은 공간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유해한 화학물질에 자주 노출되는데요. 호주 멜버른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양계장 노동자의 70%가 만성적인 안질에 시달리고 있고, 30%는 기침을, 15%는 천식과 만성 기관지염 환자였습니다. 도살장 노동자들의 상황은 훨씬 열악합니다. 이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동물을 해체해야 하기에 부상당할 확률도 높죠.
노동 착취 문제도 심각합니다. 전 세계 가죽의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는 중국의 신발 노동자들은 12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하고, 한 달에 이틀에서 사흘밖에 쉬지 못한다고 해요. 심지어 신발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벤젠과 같은 유독가스 흡입으로 사망하기도 하죠. 결국 ‘대량생산’은 동물 복지는 물론 노동법과 환경법마저 위반하는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참고 :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182p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사람도 살기 팍팍한 세상에 왜 굳이 동물 문제, 그것도 동물원이나 실험실 동물들에 집착하세요?" 저도 동물권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인데요. 5월 한 달 동안 열심히 공부하며 나름의 결과를 내렸습니다.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의도적이든 무지하든, 동물권에 대한 무시는 생명에 대한 도덕적 경시로 이어집니다. 이는 나아가 인간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