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물은 2020년 5월 8일에 작성되었습니다.
😨 고통을 외면하는 미용?
강아지를 키울 때 견주가 미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지 않는 한, 보통은 애견 미용사에게 주기적으로 미용을 맡깁니다. 그럼 미용사 분들은 어떻게 교육을 받고 실습을 하는 걸까요? 미용학원 실습과 반려동물 미용사 실기 시험의 모델견은 대부분 번식장에서 빌려옵니다. 번식장이 얼마나 처참한 곳인지는 뉴스레터에서 이미 다뤘었죠. 그런 곳에서 살던 개가 미용사 시험 날에는 장거리 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상태에서 높고 좁은 테이블에 2시간 동안 서 있어야 합니다.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에서 애견 미용사 김 모 씨의 말에 의하면, 번식견들이 도착하자마자 화물칸 문을 열면 어떤 케이지는 옆으로 누워 있고 어떤 케이지는 뒤집어져 있다고 합니다. 케이지 문을 열면 개들이 똥오줌 범벅이 된 채 달달 떨고 있대요. 심지어 새끼를 뺀 지 며칠 안 돼서 수술 자국이 선명한 모견들도 와서 처음엔 정말 매일매일 울면서 실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초보 수강생들은 개를 다루는 데 미숙하니, 날카로운 가위로 혀끝과 귀끝을 자르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개를 위해서 개에게 고통을 줘야 한다는 게 얼마나 모순적이고 끔찍한 일인가요?
2. 유기견 '안락'사
“사람의 안락사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누군가를 가장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동물의 안락사는 생명을 단절하는 이유를 불문하고 독극물을 주사하는 행위, 즉 죽임의 방법만을 가리킨다.”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안락’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이 정말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유기견들이 어떤 방법으로 안락사가 되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당연히 편안하게 가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를 두고 ‘안락사’보다 ‘살처분’이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보호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안락사 약품은 두 종류입니다. 그러나 향정신성 마취제 없이 이 약품들을 단독으로 사용한다면 결코 안락사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둘 중 하나는 고통에 반응할 수 없게 근육을 마비시키는 약물입니다. 과량 사용했을 시에는 질식사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안락사 전용 약품이 맞지만,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5초마다 1cc에 해당하는 약물을 정확하게 투여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이 약품의 단독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약품을 사용하는 보호소의 약 22퍼센트가 마취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3. 개고기 찬성? 반대?
여러분은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찬성하시나요, 반대하시나요?
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긴 한데, 사실 저는 ‘왜 개는 먹으면 안 되고, 소나 닭, 돼지는 먹어도 되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해 그 후로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동물을 위한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고기를 먹는 제 자신이 모순적이라고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 논리적인 이유를 몇 가지 찾은 것 같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첫째로, 개고기에는 누군가의 가족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실수로 잃어버린 우리 강아지가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간다는 거예요. 실제로 2017년 2월 창녕에서, 보호자가 잃어버린 생후 7개월의 진돗개를 어느 택시기사가 탕제원으로 끌고 가 개소주로 달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모든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그 동물이 어떤 사람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생명체라면 더욱 엄격히 규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개고기는 법률의 모순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개의 위치는 애매하기 짝이 없습니다. 두 가지의 법률에서 개의 정의와 규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상으로는 개는 가축이 아닙니다. 그런데 축산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정의하고 있죠. 즉, 대량 사육 및 산업적 이용은 가능하지만 식품으로 사용돼서는 안 되는 모순 속에 있는 이상한 동물입니다. 그리고 이 모순은 최소한의 위생관리조차 없는 공장식 사육을 정당화시킵니다.
물론 이는 동물보호법의 여러 조항에 위반되는 일이지만 제대로 단속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항생제를 잔뜩 탄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쓰고, 오물을 그냥 흘려보내고, 다른 개가 보는 앞에서 도살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개고기는 현행법상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원산지 표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유통 경로가 확인되지 않으니 거래 증명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탈세를 하는 육견업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용 개농장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 수는 최소 2,862곳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17,000곳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수백만 마리가 단속의 사각 지대에서 고통 받고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법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지 않지만, 이 잔혹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부터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본 게시물은 2020년 5월 8일에 작성되었습니다.
😨 고통을 외면하는 미용?
강아지를 키울 때 견주가 미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지 않는 한, 보통은 애견 미용사에게 주기적으로 미용을 맡깁니다. 그럼 미용사 분들은 어떻게 교육을 받고 실습을 하는 걸까요? 미용학원 실습과 반려동물 미용사 실기 시험의 모델견은 대부분 번식장에서 빌려옵니다. 번식장이 얼마나 처참한 곳인지는 뉴스레터에서 이미 다뤘었죠. 그런 곳에서 살던 개가 미용사 시험 날에는 장거리 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상태에서 높고 좁은 테이블에 2시간 동안 서 있어야 합니다.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에서 애견 미용사 김 모 씨의 말에 의하면, 번식견들이 도착하자마자 화물칸 문을 열면 어떤 케이지는 옆으로 누워 있고 어떤 케이지는 뒤집어져 있다고 합니다. 케이지 문을 열면 개들이 똥오줌 범벅이 된 채 달달 떨고 있대요. 심지어 새끼를 뺀 지 며칠 안 돼서 수술 자국이 선명한 모견들도 와서 처음엔 정말 매일매일 울면서 실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초보 수강생들은 개를 다루는 데 미숙하니, 날카로운 가위로 혀끝과 귀끝을 자르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개를 위해서 개에게 고통을 줘야 한다는 게 얼마나 모순적이고 끔찍한 일인가요?
2. 유기견 '안락'사
“사람의 안락사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누군가를 가장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동물의 안락사는 생명을 단절하는 이유를 불문하고 독극물을 주사하는 행위, 즉 죽임의 방법만을 가리킨다.”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안락’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이 정말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유기견들이 어떤 방법으로 안락사가 되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당연히 편안하게 가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를 두고 ‘안락사’보다 ‘살처분’이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보호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안락사 약품은 두 종류입니다. 그러나 향정신성 마취제 없이 이 약품들을 단독으로 사용한다면 결코 안락사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둘 중 하나는 고통에 반응할 수 없게 근육을 마비시키는 약물입니다. 과량 사용했을 시에는 질식사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안락사 전용 약품이 맞지만,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5초마다 1cc에 해당하는 약물을 정확하게 투여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이 약품의 단독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약품을 사용하는 보호소의 약 22퍼센트가 마취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3. 개고기 찬성? 반대?
여러분은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찬성하시나요, 반대하시나요?
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긴 한데, 사실 저는 ‘왜 개는 먹으면 안 되고, 소나 닭, 돼지는 먹어도 되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해 그 후로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동물을 위한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고기를 먹는 제 자신이 모순적이라고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 논리적인 이유를 몇 가지 찾은 것 같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첫째로, 개고기에는 누군가의 가족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실수로 잃어버린 우리 강아지가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간다는 거예요. 실제로 2017년 2월 창녕에서, 보호자가 잃어버린 생후 7개월의 진돗개를 어느 택시기사가 탕제원으로 끌고 가 개소주로 달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모든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그 동물이 어떤 사람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생명체라면 더욱 엄격히 규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개고기는 법률의 모순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개의 위치는 애매하기 짝이 없습니다. 두 가지의 법률에서 개의 정의와 규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상으로는 개는 가축이 아닙니다. 그런데 축산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정의하고 있죠. 즉, 대량 사육 및 산업적 이용은 가능하지만 식품으로 사용돼서는 안 되는 모순 속에 있는 이상한 동물입니다. 그리고 이 모순은 최소한의 위생관리조차 없는 공장식 사육을 정당화시킵니다.
물론 이는 동물보호법의 여러 조항에 위반되는 일이지만 제대로 단속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항생제를 잔뜩 탄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쓰고, 오물을 그냥 흘려보내고, 다른 개가 보는 앞에서 도살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개고기는 현행법상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원산지 표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유통 경로가 확인되지 않으니 거래 증명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탈세를 하는 육견업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용 개농장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 수는 최소 2,862곳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17,000곳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수백만 마리가 단속의 사각 지대에서 고통 받고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법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지 않지만, 이 잔혹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부터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