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물은 2020년 4월 18일에 작성되었습니다.
1. 항생제
먼저 항생제 문제를 한 번 더 짚고 갈까요? 밀집 사육 시설에서 자라는 동물들이 건강할 리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계실 것 같아요. 그로 인해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질병이 생겨나고, 수많은 생명들이 살처분되었죠. 이런 재앙을 막기 위해 인류는 어떤 선택을 했냐고요? 공장식 축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고 투약하고 있어요.
1928년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래 항생제는, '마법의 탄환'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생물에 의한 질병의 치료에 크게 기여했어요. 그러나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서 살아남은 박테리아들은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고 그 사용이 많아질수록 더 강해져, '박테리아'는 '슈퍼 박테리아'로, '슈퍼 박테리아'는 '슈퍼슈퍼 박테리아'로 성장하게 됐죠.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라는 책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여러 약물에 내성을 갖는 결핵에 감염된 신규 환자가 44만명에 달했다"고 밝혔어요. 또 다른 책인 <식사 혁명 : 더 나은 밥상, 세상을 바꾸다>를 보면 2019년에는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전 세계적으로 70만명 이상이다" 라는 WHO의 발표가 있었죠. 따라서 고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위험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항생제 남용의 문제는 규제가 거의 없는 가축에서 더 심각하니까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감염은 간접적로도 가능합니다.
뉴스레터에도 나와있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축산용 항생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요. 축산 선진국의 생산 규모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은 대략 2배~10배 이상 많다고 해요. 가축에 대해서는 치료뿐 아니라 예방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항생제가 발육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원인일 수 있겠네요. (ex. 닭가슴살이 유행하자, 닭의 가슴 부위를 성장시키는 호르몬을 투여함)
2. 신종플루 (돼지독감)
2009년 4월부터 2010년 7월 12일까지, 전 세계 1만 8337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신종플루'를 기억하시나요?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과거에 유행했던 전염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은데요. 이 신종플루가 사실 '돼지독감'이라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돼지고기 값이 폭락할까 우려했던 축산업계와 농무부가 반발해, 명칭을 '신종플루'로 바꿨으니까요.
2009년 신종플루의 진원지는 멕시코와 미국이었는데요. 전문가들은 축산업이 발전하면서 축사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정책의 힘을 빌려 제3세계로 수출되면서 인플루엔자의 돌연변이 전염마저도 세계화 된 것이라 말했어요.
심지어 돼지의 호흡기 상피세포에는 사람, 돼지,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가 있기 때문에, 돼지를 바이러스의 ‘혼합 도가니’라 부른다고 해요. 즉, 돼지 몸에서 사람, 조류, 돼지의 독감 바이러스가 서로 뒤엉켜서 돌연변이가 일어나게 된다는 건데요. 독감 바이러스는 돼지를 공격하지 않고 3개월 동안 돼지 몸에 잠복해 있다가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3. 살충제 달걀 사태
2017년 6월, 유럽의 주요 달걀 공급국인 네덜란드가 수출한 달걀에서 피프로닐(fipronil)이라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당시 한국에서도 전국의 모든 산란계 1,239 농장에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52개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피프로닐은 동물뿐 아니라 인체에도 유해한 발암물질로, 인체에 흡수되면 구토, 복통, 메스꺼움, 어지럼증 등을 유발해요.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간과 신장 등 인체 내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죠. 심지어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고, 인체에 들어오면 주로 체내 지방에 축적됩니다. 일부는 대변으로 배출되지만 다른 농약보다 배출 속도가 더딘 편이라고 해요.
4. 사고 / 대우 / 정신적 피해
<육식의 종말>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과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의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미국 정육 포장산업에서 사고발생률이 전체 직업군 중 두 번째로 빈도가 높다고 주장했어요. 또 공장식 축산업 내 노동자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로 채워지고 있으며, 임금은 최저임금에 머물거나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죠.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농축산업 비자를 발급받은 이주노동자는 9,849명이라고 해요. 또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약 1만 5천 명이며, 이들 3명 중 1명은 불법체류 상태로 고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공장식 축산업 현장 노동자에게 자주 발생하는 인질, 폐렴과 같은 질환과 도축시설에서 노동자들의 정서적, 정신적 질환 문제도 공장식 축산업의 주요 폐해로 거론되고 있어요. 과거 돼지들을 생매장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축협 직원이 악몽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죠.
동물 사체를 묻은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되거나, 지하수나 부근 토양이 오염되면서 환경, 보건상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건강과는 관련 없지만, 살처분으로 인한 피해 축산 농가에 대한 보상 비용이나 방역을 위한 예산 등, 국가의 재정 부담 또한 가중되는 등 문제는 정말 다양해요.
5. 공장식 축산이 공중 보건에 미치는 악영향
2008년 3월 29일, 공장식 축산방식 관련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온 퓨(Pew) 자선재단의 보고서에는 공장식 축산이 공중보건에 다음과 같은 6가지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결론이 담겨 있어요.
공장식 축산방식은 돼지독감 대유행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된 콧물과 재채기 등을 통해 인간에게 독감을 전염시킬 수 있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한 곳에 많은 동물을 집중적으로 사육함으로써 아주 드문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밀집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동물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햇볕이 들지 않고 신선한 공기가 부족한 어두운 사육공간에서 병원체가 더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한다. 햇볕 속에 들어있는 자외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똥 더미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가 동물의 호흡기를 공격하여 감염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살아있는 가축을 먼 곳까지 수송함으로써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동물의 질병을 퍼트릴 위험이 있다. 비행기로 돼지를 수송할 경우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
제가 조사를 하면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사실은,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30분만 햇볕을 쏘이면 완전히 무력해진다는 점이었는데요. 알고는 있지만 현재 시스템 상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워 수많은 무고한 생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거였죠.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가축의 '동물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언젠가는 이 시스템이 변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고 문헌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박상표>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 박김수진>
<식사 혁명 : 더 나은 밥상, 세상을 바꾸다, 남기선>
※ 본 게시물은 2020년 4월 18일에 작성되었습니다.
1. 항생제
먼저 항생제 문제를 한 번 더 짚고 갈까요? 밀집 사육 시설에서 자라는 동물들이 건강할 리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계실 것 같아요. 그로 인해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질병이 생겨나고, 수많은 생명들이 살처분되었죠. 이런 재앙을 막기 위해 인류는 어떤 선택을 했냐고요? 공장식 축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고 투약하고 있어요.
1928년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래 항생제는, '마법의 탄환'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생물에 의한 질병의 치료에 크게 기여했어요. 그러나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서 살아남은 박테리아들은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고 그 사용이 많아질수록 더 강해져, '박테리아'는 '슈퍼 박테리아'로, '슈퍼 박테리아'는 '슈퍼슈퍼 박테리아'로 성장하게 됐죠.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라는 책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여러 약물에 내성을 갖는 결핵에 감염된 신규 환자가 44만명에 달했다"고 밝혔어요. 또 다른 책인 <식사 혁명 : 더 나은 밥상, 세상을 바꾸다>를 보면 2019년에는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전 세계적으로 70만명 이상이다" 라는 WHO의 발표가 있었죠. 따라서 고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위험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항생제 남용의 문제는 규제가 거의 없는 가축에서 더 심각하니까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감염은 간접적로도 가능합니다.
뉴스레터에도 나와있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축산용 항생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요. 축산 선진국의 생산 규모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은 대략 2배~10배 이상 많다고 해요. 가축에 대해서는 치료뿐 아니라 예방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항생제가 발육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원인일 수 있겠네요. (ex. 닭가슴살이 유행하자, 닭의 가슴 부위를 성장시키는 호르몬을 투여함)
2. 신종플루 (돼지독감)
2009년 4월부터 2010년 7월 12일까지, 전 세계 1만 8337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신종플루'를 기억하시나요?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과거에 유행했던 전염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은데요. 이 신종플루가 사실 '돼지독감'이라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돼지고기 값이 폭락할까 우려했던 축산업계와 농무부가 반발해, 명칭을 '신종플루'로 바꿨으니까요.
2009년 신종플루의 진원지는 멕시코와 미국이었는데요. 전문가들은 축산업이 발전하면서 축사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정책의 힘을 빌려 제3세계로 수출되면서 인플루엔자의 돌연변이 전염마저도 세계화 된 것이라 말했어요.
심지어 돼지의 호흡기 상피세포에는 사람, 돼지,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가 있기 때문에, 돼지를 바이러스의 ‘혼합 도가니’라 부른다고 해요. 즉, 돼지 몸에서 사람, 조류, 돼지의 독감 바이러스가 서로 뒤엉켜서 돌연변이가 일어나게 된다는 건데요. 독감 바이러스는 돼지를 공격하지 않고 3개월 동안 돼지 몸에 잠복해 있다가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3. 살충제 달걀 사태
2017년 6월, 유럽의 주요 달걀 공급국인 네덜란드가 수출한 달걀에서 피프로닐(fipronil)이라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당시 한국에서도 전국의 모든 산란계 1,239 농장에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52개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피프로닐은 동물뿐 아니라 인체에도 유해한 발암물질로, 인체에 흡수되면 구토, 복통, 메스꺼움, 어지럼증 등을 유발해요.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간과 신장 등 인체 내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죠. 심지어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고, 인체에 들어오면 주로 체내 지방에 축적됩니다. 일부는 대변으로 배출되지만 다른 농약보다 배출 속도가 더딘 편이라고 해요.
4. 사고 / 대우 / 정신적 피해
<육식의 종말>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과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의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미국 정육 포장산업에서 사고발생률이 전체 직업군 중 두 번째로 빈도가 높다고 주장했어요. 또 공장식 축산업 내 노동자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로 채워지고 있으며, 임금은 최저임금에 머물거나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죠.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농축산업 비자를 발급받은 이주노동자는 9,849명이라고 해요. 또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약 1만 5천 명이며, 이들 3명 중 1명은 불법체류 상태로 고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공장식 축산업 현장 노동자에게 자주 발생하는 인질, 폐렴과 같은 질환과 도축시설에서 노동자들의 정서적, 정신적 질환 문제도 공장식 축산업의 주요 폐해로 거론되고 있어요. 과거 돼지들을 생매장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축협 직원이 악몽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죠.
동물 사체를 묻은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되거나, 지하수나 부근 토양이 오염되면서 환경, 보건상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건강과는 관련 없지만, 살처분으로 인한 피해 축산 농가에 대한 보상 비용이나 방역을 위한 예산 등, 국가의 재정 부담 또한 가중되는 등 문제는 정말 다양해요.
5. 공장식 축산이 공중 보건에 미치는 악영향
2008년 3월 29일, 공장식 축산방식 관련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온 퓨(Pew) 자선재단의 보고서에는 공장식 축산이 공중보건에 다음과 같은 6가지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결론이 담겨 있어요.
공장식 축산방식은 돼지독감 대유행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된 콧물과 재채기 등을 통해 인간에게 독감을 전염시킬 수 있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한 곳에 많은 동물을 집중적으로 사육함으로써 아주 드문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밀집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동물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햇볕이 들지 않고 신선한 공기가 부족한 어두운 사육공간에서 병원체가 더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한다. 햇볕 속에 들어있는 자외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똥 더미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가 동물의 호흡기를 공격하여 감염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살아있는 가축을 먼 곳까지 수송함으로써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동물의 질병을 퍼트릴 위험이 있다. 비행기로 돼지를 수송할 경우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
제가 조사를 하면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사실은,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30분만 햇볕을 쏘이면 완전히 무력해진다는 점이었는데요. 알고는 있지만 현재 시스템 상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워 수많은 무고한 생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거였죠.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가축의 '동물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언젠가는 이 시스템이 변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고 문헌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박상표>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 박김수진>
<식사 혁명 : 더 나은 밥상, 세상을 바꾸다, 남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