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에게는 부모님과 친동생 외에도 또 다른 가족이 있습니다. 바로 코코와 호두인데요. 정말 가족만큼이나, 어떤 경우에는 가족보다도 더 많은 감정을 공유하는,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사실 제가 처음부터 아이들을 이렇게 사랑으로 보듬었던 건 아닙니다.
코코는 제가 17살이 되던 해의 어린이날, 외출하고 귀가했을 때 처음 만났습니다. 네. 정말 말 그대로 ‘처음’ 만났습니다. 저희 가족은 강아지를 키울 어떠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아버지께서 펫숍에서 충동적으로 데려온 것이었죠. 어린이날 선물이라면서요.
그 당시의 저는 정말 자신이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 자그마한 ‘아버지의 선물’에 그렇게 기뻐했겠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살아있는 장난감’이 생겨서 기뻤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가족이 개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갖추지 않고 그저 밥 주고 물 주고 간식 주고 훈련시키고, 산책은 일주일에 두세 번. 아니, 그보다 더 안 한 날도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적극적이고 애교 많은 성격은 아니었던 코코는 점점 더 생기를 잃었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자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엉망인 저희 집에 강아지가 또, 들어왔습니다.
호두 역시 아버지께서 충동적으로 데려온 아이입니다. 집에 애교 많은 사람이 없어 강아지를 데려온 건데, 무슨 강아지가 저러냐고 평소에 불만이 많으셨거든요. “푸들은 성격이 좋다더라.” 박스에서 주먹만 한 아이를 꺼내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호두는 처음부터 코코와는 달랐습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애교를 부릴 줄 알았고, 무엇보다 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했죠. 자연스럽게 가족의 관심은 호두에게로 기울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코코에게 일종의 정신질환 증상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서서히,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기에 처음엔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향을 잘 잡지 못하고, 간식을 잘 찾지 못하고, 급기야 심각한 탈모가 오더군요.
그걸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한동안은 아버지가 정말 많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호두 때문에, 호두를 데려와서 코코가 아픈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자책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코코의 상태는 그냥 우리 가족 모두의 결과물입니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고 누구도 잘한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은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코코의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코코도, 호두도, 정말 행복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겠죠.
제가 오늘의 뉴스레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강아지를 사지 말아 달라’는 것과 '동물을 함부로 키우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지금 제 발 언저리에서 자고 있는 강아지 2마리를 몇 십만 원과 맞바꿨던, 그런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도 못했던 사람이 드릴 말씀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로서도 이걸 내가 쓰는 게 맞나 싶어 계속 고민하고, 여러 번 고쳐 쓰고, 또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께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염치없지만 저는 오늘의 에코티를 통해, 미래에 저와 같은 실수를 저지를 누군가를 막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앞으로는 저처럼 반려동물을 보며 행복감과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왜요?'
사실 제가 강아지를 처음 키웠을 때만 해도, 강아지를 키우려면 으레 값을 주고 사 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강아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라는 말(이효리, 송혜교 등의 광고로 유명해짐)이 돌기 시작하면서 ‘입양’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되었죠.
그와 동시에 ‘강아지 공장’ 문제 역시 조금씩 알려지고는 있지만, 아직 ‘왜’ 사지 말고 입양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지 못하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려면, 우선 ‘구입’과 ‘분양’, 그리고 ‘입양’의 차이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먼저 반려동물을 ‘구입’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매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물판매업자를 통해 돈을 주고받으며 반려동물을 거래하는 것이죠.
‘분양’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유기·학대 반려동물을 동물을 애호하는 자의 자격으로 ‘증여’ 받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매’와 ‘증여’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반려동물을 동산(부동산 이외의 물건)으로 보고 있다는 것인데요, 반려동물은 동산으로서 계약의 대상이 되고 사인 당사자 간에 계약의 내용을 정해서 그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입양’은 무엇일까요? 입양이란, 법률 등의 절차를 밟아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다는 의미입니다. 입양의 개념에서 바라본 반려동물은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살아 있는 생물이자 가족의 구성원입니다. 또한, 법적으로 몇 가지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입양’은 반려인들에게 신중한 결정과, 충분한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죠. (출처 :<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
😰 지금도 번식장에서는,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강아지를 돈 주고 구입한다면, 그 강아지는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번식장에서 태어난 아이일 것입니다. 번식장의 문제는 무엇이고 강아지들은 어떻게 번식장으로 가게 될까요?
강아지 번식장은 보통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존재조차 모를 것만 같습니다.
개들이 번식장에 가게 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번식장에서 태어나 펫숍으로 갔지만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해 되돌아왔거나, 팔려가긴 했으나 버림받고 길거리를 헤맸거나, 온라인이나 벼룩시장을 통해 무료 분양된 개들이 모여 있습니다. 보호자가 없고 품종견이고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개라면 언제든 번식장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8년 반려동물 보호 복지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는 번식장은 1186곳. 동물보호단체는 불법 번식장을 포함해 3000곳으로 추정하고 있음.)
이곳에는 삼양 케이지라고 불리는, 구멍이 숭숭 뚫린 케이지가 이층으로 쌓여 있습니다. 개들의 발이 푹푹 빠져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이층 케이지에 있는 개가 똥오줌을 싸면 일층에 있는 개가 그걸 다 뒤집어쓰는 형태입니다. 환기구나 창문조차 없는 곳도 많기 때문에 번식장은 늘 악취로 가득 찬 공간이고 그 안에 있는 개들은 그곳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죠.
교배할 때나 출산할 때는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마저도 케이지 안에서 행해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교배는 사람의 손으로 사실상 ‘강간’ 행위를 통해 이뤄지고, 출산 시 일부 번식업자는 직접 제왕절개를 합니다. 소독도 안 한 도구로 더러운 번식장 구석에서 대충 새끼를 빼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견의 몸 안 여기저기가 썩고 곪는 건 당연한 순서입니다.
그런 모견과 갓 태어난 강아지를 포함해 세상의 어떤 개도 팔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애견 경매장인데요, 강아지를 매물로 내놓은 동물 생산업자나 애견숍 사장, 심지어는 수의사도 이곳을 이용합니다. 생식능력이 떨어진 모견은 개고기나 개소주가 되고, 일찌감치 어미에게서 떨어진 새끼 강아지는 펫숍으로, 동물병원으로 가는 거죠.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에서 사설 유기견 보호소인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의 소장인 ‘행강대부’는 이 세상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곳은 경매장이라고 말합니다. 경매장이 있기 때문에 불법 번식장이 난립할 수 있고 불법 번식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번식견이 학대와 고통을 당하는 것이라면서요.
강아지, 그래도 사시겠어요?
🤔 유기견 보호소에만 가면 안심?
영상 : 지원금만 챙기고…동물 굶기고 방치하는 동물보호소 / SBS
강아지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작은 강아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경매장에는 생후 한 달 남짓의 강아지가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2개월 미만일 때 어미와 떨어진 강아지는 면역력이 약해 전염성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평생 허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그저 작아서 귀여워서 데려왔던 아이가 계속 병에 걸리고 감당하기 어려우니 결국 보호자는 강아지를 유기합니다.
만약 그 강아지가 운 좋게(?) 구조되어 보호소에 들어갔다면, 이제 그 아이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유기동물 보호소는 크게 공설 보호소와 사설 보호소로 나뉩니다. 공설 보호소는 지자체에서 위탁관리업체로 선정된 곳으로, 마리당 예산을 지원합니다. 그렇기에 보조금만 노리고 강아지를 방치한 보호소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습니다. 청주의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는 살아 있는 유기견을 냉동고에 넣고 오랜 시간 방치해 죽게 한 일도 있었죠.
그렇다면 사설 보호소는 안전할까요? 사설 보호소는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데, 이 중 대부분은 동물보호에 뜻을 둔 사람인지라, 봉사나 기부만 이어진다면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설 보호소는 보호에 대한 지침이 전혀 없는 법의 사각지대입니다. 간혹 키우는 동물의 수를 늘리는 데에만 집착하는 애니멀 호더들이 이를 악용하기도 합니다. 결국 강력한 법의 제정만이 이 끔찍한 굴레를 끊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 고양이 짓밟고 목 매달아도 벌금 50만원?
만약 누군가가 동물을 학대했고, 유죄로 판결 난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법정 최고형을 정한 것일 뿐, 실제 처벌 수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2015~2017년 3년간 경찰이 수사한 동물학대사건 575건 중 가해자가 처벌받은 건 70건에 불과했습니다. 그중 68건이고 벌금형이고 2건은 집행유예였죠.
예를 들어 2016년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끓는 물에 모두 집어넣어 죽인 남성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고양이 머리를 짓밟고 목에 줄을 걸어 배관에 묶어둔 행위에는 벌금 50만 원이 선고되었고, 일주일을 굶긴 반려견에게 강제로 막걸리를 먹이고 온라인에 인증사진을 올렸던 여성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실 동물은 민법상 생명체가 아닌 ‘재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동물의 죽음이나 피해를 물건의 파손 정도로 본다는 뜻이죠. 동물보호법에 의해 동물학대 행위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더라도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타인의 물건(재물)을 손괴하는 경우에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는 일이 물건을 망가뜨리는 일보다 가벼운 일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닙니다.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은 고통과 감정을 느낀다는 점에서 반드시 물건과 구분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반려동물은 누군가와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생명체입니다. 이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 중성화 수술 찬성/반대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문제가 바로 ‘중성화 수술’입니다. 과거에는 수의사의 권유로 대부분 수술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동물권과 연관 지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반려동물이 발정기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고, 자궁 등의 질병을 막아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고양이의 경우 발정기에 집을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듭니다.
반대의 입장은, 중성화 수술은 결국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의 신체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부분의 애견인들이 비난하는 성대 수술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합니다. 동물의 본능을 책임질 능력이 안 된다면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죠.
※ 본 게시물은 2020년 5월 4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왼쪽 : 코코 / 오른쪽 : 호두
브랜디에게는 부모님과 친동생 외에도 또 다른 가족이 있습니다. 바로 코코와 호두인데요. 정말 가족만큼이나, 어떤 경우에는 가족보다도 더 많은 감정을 공유하는,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사실 제가 처음부터 아이들을 이렇게 사랑으로 보듬었던 건 아닙니다.
코코는 제가 17살이 되던 해의 어린이날, 외출하고 귀가했을 때 처음 만났습니다. 네. 정말 말 그대로 ‘처음’ 만났습니다. 저희 가족은 강아지를 키울 어떠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아버지께서 펫숍에서 충동적으로 데려온 것이었죠. 어린이날 선물이라면서요.
그 당시의 저는 정말 자신이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 자그마한 ‘아버지의 선물’에 그렇게 기뻐했겠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살아있는 장난감’이 생겨서 기뻤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가족이 개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갖추지 않고 그저 밥 주고 물 주고 간식 주고 훈련시키고, 산책은 일주일에 두세 번. 아니, 그보다 더 안 한 날도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적극적이고 애교 많은 성격은 아니었던 코코는 점점 더 생기를 잃었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자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엉망인 저희 집에 강아지가 또, 들어왔습니다.
호두 역시 아버지께서 충동적으로 데려온 아이입니다. 집에 애교 많은 사람이 없어 강아지를 데려온 건데, 무슨 강아지가 저러냐고 평소에 불만이 많으셨거든요. “푸들은 성격이 좋다더라.” 박스에서 주먹만 한 아이를 꺼내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호두는 처음부터 코코와는 달랐습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애교를 부릴 줄 알았고, 무엇보다 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했죠. 자연스럽게 가족의 관심은 호두에게로 기울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코코에게 일종의 정신질환 증상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서서히,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기에 처음엔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향을 잘 잡지 못하고, 간식을 잘 찾지 못하고, 급기야 심각한 탈모가 오더군요.
그걸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한동안은 아버지가 정말 많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호두 때문에, 호두를 데려와서 코코가 아픈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자책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코코의 상태는 그냥 우리 가족 모두의 결과물입니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고 누구도 잘한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은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코코의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코코도, 호두도, 정말 행복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겠죠.
제가 오늘의 뉴스레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강아지를 사지 말아 달라’는 것과 '동물을 함부로 키우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지금 제 발 언저리에서 자고 있는 강아지 2마리를 몇 십만 원과 맞바꿨던, 그런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도 못했던 사람이 드릴 말씀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로서도 이걸 내가 쓰는 게 맞나 싶어 계속 고민하고, 여러 번 고쳐 쓰고, 또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께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염치없지만 저는 오늘의 에코티를 통해, 미래에 저와 같은 실수를 저지를 누군가를 막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앞으로는 저처럼 반려동물을 보며 행복감과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왜요?'
사실 제가 강아지를 처음 키웠을 때만 해도, 강아지를 키우려면 으레 값을 주고 사 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강아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라는 말(이효리, 송혜교 등의 광고로 유명해짐)이 돌기 시작하면서 ‘입양’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되었죠.
그와 동시에 ‘강아지 공장’ 문제 역시 조금씩 알려지고는 있지만, 아직 ‘왜’ 사지 말고 입양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지 못하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려면, 우선 ‘구입’과 ‘분양’, 그리고 ‘입양’의 차이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먼저 반려동물을 ‘구입’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매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물판매업자를 통해 돈을 주고받으며 반려동물을 거래하는 것이죠.
‘분양’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유기·학대 반려동물을 동물을 애호하는 자의 자격으로 ‘증여’ 받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매’와 ‘증여’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반려동물을 동산(부동산 이외의 물건)으로 보고 있다는 것인데요, 반려동물은 동산으로서 계약의 대상이 되고 사인 당사자 간에 계약의 내용을 정해서 그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입양’은 무엇일까요? 입양이란, 법률 등의 절차를 밟아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다는 의미입니다. 입양의 개념에서 바라본 반려동물은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살아 있는 생물이자 가족의 구성원입니다. 또한, 법적으로 몇 가지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입양’은 반려인들에게 신중한 결정과, 충분한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죠. (출처 :<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
😰 지금도 번식장에서는,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강아지를 돈 주고 구입한다면, 그 강아지는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번식장에서 태어난 아이일 것입니다. 번식장의 문제는 무엇이고 강아지들은 어떻게 번식장으로 가게 될까요?
강아지 번식장은 보통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존재조차 모를 것만 같습니다.
개들이 번식장에 가게 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번식장에서 태어나 펫숍으로 갔지만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해 되돌아왔거나, 팔려가긴 했으나 버림받고 길거리를 헤맸거나, 온라인이나 벼룩시장을 통해 무료 분양된 개들이 모여 있습니다. 보호자가 없고 품종견이고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개라면 언제든 번식장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8년 반려동물 보호 복지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는 번식장은 1186곳. 동물보호단체는 불법 번식장을 포함해 3000곳으로 추정하고 있음.)
이곳에는 삼양 케이지라고 불리는, 구멍이 숭숭 뚫린 케이지가 이층으로 쌓여 있습니다. 개들의 발이 푹푹 빠져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이층 케이지에 있는 개가 똥오줌을 싸면 일층에 있는 개가 그걸 다 뒤집어쓰는 형태입니다. 환기구나 창문조차 없는 곳도 많기 때문에 번식장은 늘 악취로 가득 찬 공간이고 그 안에 있는 개들은 그곳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죠.
교배할 때나 출산할 때는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마저도 케이지 안에서 행해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교배는 사람의 손으로 사실상 ‘강간’ 행위를 통해 이뤄지고, 출산 시 일부 번식업자는 직접 제왕절개를 합니다. 소독도 안 한 도구로 더러운 번식장 구석에서 대충 새끼를 빼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견의 몸 안 여기저기가 썩고 곪는 건 당연한 순서입니다.
그런 모견과 갓 태어난 강아지를 포함해 세상의 어떤 개도 팔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애견 경매장인데요, 강아지를 매물로 내놓은 동물 생산업자나 애견숍 사장, 심지어는 수의사도 이곳을 이용합니다. 생식능력이 떨어진 모견은 개고기나 개소주가 되고, 일찌감치 어미에게서 떨어진 새끼 강아지는 펫숍으로, 동물병원으로 가는 거죠.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에서 사설 유기견 보호소인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의 소장인 ‘행강대부’는 이 세상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곳은 경매장이라고 말합니다. 경매장이 있기 때문에 불법 번식장이 난립할 수 있고 불법 번식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번식견이 학대와 고통을 당하는 것이라면서요.
강아지, 그래도 사시겠어요?
🤔 유기견 보호소에만 가면 안심?
영상 : 지원금만 챙기고…동물 굶기고 방치하는 동물보호소 / SBS
🤬 고양이 짓밟고 목 매달아도 벌금 50만원?
만약 누군가가 동물을 학대했고, 유죄로 판결 난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법정 최고형을 정한 것일 뿐, 실제 처벌 수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2015~2017년 3년간 경찰이 수사한 동물학대사건 575건 중 가해자가 처벌받은 건 70건에 불과했습니다. 그중 68건이고 벌금형이고 2건은 집행유예였죠.
예를 들어 2016년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끓는 물에 모두 집어넣어 죽인 남성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고양이 머리를 짓밟고 목에 줄을 걸어 배관에 묶어둔 행위에는 벌금 50만 원이 선고되었고, 일주일을 굶긴 반려견에게 강제로 막걸리를 먹이고 온라인에 인증사진을 올렸던 여성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실 동물은 민법상 생명체가 아닌 ‘재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동물의 죽음이나 피해를 물건의 파손 정도로 본다는 뜻이죠. 동물보호법에 의해 동물학대 행위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더라도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타인의 물건(재물)을 손괴하는 경우에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는 일이 물건을 망가뜨리는 일보다 가벼운 일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닙니다.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은 고통과 감정을 느낀다는 점에서 반드시 물건과 구분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반려동물은 누군가와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생명체입니다. 이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 중성화 수술 찬성/반대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문제가 바로 ‘중성화 수술’입니다. 과거에는 수의사의 권유로 대부분 수술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동물권과 연관 지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반려동물이 발정기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고, 자궁 등의 질병을 막아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고양이의 경우 발정기에 집을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듭니다.
반대의 입장은, 중성화 수술은 결국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의 신체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부분의 애견인들이 비난하는 성대 수술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합니다. 동물의 본능을 책임질 능력이 안 된다면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