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찬성vs반대보다 중요한 것은

이엪지

🎵 이 글은 이 노래와 함께 보시길 추천드려요!😊 (Li Beirut/لبيروت" - Fairuz)


👀 미리보기


✔️ 난민협약이 인권협약인 이유  : 난민이 발생하는 이유를 먼저 짚어보자

✔️ 정부가 난민에게 문을 닫고 있다고? : 난민인데 난민이 아니라는 아이러니한 궤변💦

✔️ 왜 우리는 난민을 두려워할까? :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일까?

✔️ 난민 포용, 준비냐 의지냐! : 에디터가 생각하는 난민 포용 정책!




👋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첫 걸음


버스에 올라타며 기사님과 인사를 나눌 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과 인사를 나눌 때. 앞사람의 가방에서 떨어진 물건을 주워줄 때. 누군가 “오늘 힘들었지” 하며 내 손을 잡을 때. “무얼 하든 잘할 수 있을 거야” 라며 친구가 다독여 줄 때. 그런 네게 “네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라고 답하는 나를 볼 때. 사소한 순간들을 거쳐 형성되는 건강한 관계가 내일의 나를 만들고 세상에 빛을 가져온다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았어요.


그전까지 저한테 빛은 생활의 개념, 그러니까 모니터에서 나오는 불빛이나 스탠드 조명에 지나지 않았어요. 한때는 빛을 싫어해서 암막 커튼을 달기도 했죠. 그러다 제가 '이걸' 시작하면서 또 다른 빛을 발견했어요. 표정이나 몸가짐에서 나타나는, 얼굴빛이요. 미소를 띤 얼굴, 지친 기색의 얼굴, 덤덤한 얼굴, 상기된 얼굴 등..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모든 존재와 '이걸' 나눴더니 빛이 나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이것', 그러니까 건강한 관계의 첫걸음은 '인사'에요. 별 거 아니죠? 하지만 이 사소한 행동이 제 일상에 꽤 많은 영향을 준답니다. 오늘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택배 기사님께 인사를 드렸어요. 살짝 멈칫하시더니 금방 "네~"하고 웃으며 답하시더라고요. 웃는 얼굴을 보니 제 마음도 몽글해져,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저는 더 많은 빛을 보고, 기억하고,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세상이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느끼는 우리 모두 점차 빛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기를 바라며, 독자님께도 인사를 건네봅니다. 안녕하세요!


- 올리브 드림 -


#1. EFG NEWS


👀 난민협약이 인권협약인 이유??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국가들이 국경의 문을 닫았습니다. JTBC 아침& 보도에 따르면 작년 4월, 168개국이 국경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폐쇄했고, 90개국은 난민 신청을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어요.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난민캠프에서는 워낙 인구 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손을 씻을 물은커녕 마스크도 구하기 힘들고, 의료 지원이 부족해 진단 검사를 받는 것도 쉽지 않죠. 


하지만 그들에겐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게 있습니다. 바로 ‘추방' 혹은 본국으로의 ‘강제 소환'인데요. 난민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전쟁과 폭력, 그리고 인권침해 때문이에요. 본국에서 전쟁이 발생하거나 극심한 차별, 심각한 인권침해로 인해 생존이 불가능하면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가게 되는 거죠. 만일 인근 국가로 피난을 왔는데, 그 나라에서 난민을 거부하거나 본국으로 강제 송환한다면? 난민에겐 목숨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난민협약’을 통해 난민이 강제송환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최우선으로 삼은 거예요. 난민협약이 인권협약인 이유는 여기에 있죠.


✅ EFG PLUS+ : 난민이란?


국제기구 입장에서 난민은 미래에 국적국으로 송환되었을 경우, 난민협약상 5대 사유 (인종/종교/국적/정치적 견해/특정 사회집단)로 인해 박해를 받을 외국인들을 뜻하는데요. 여기서 박해는 ‘중대한 인권침해’를 의미해요. 한국 대법원은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죠. 난민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전쟁과 폭력, 그리고 인권침해가 있어요. 한 국가가 자신의 국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거부했거나 실패했을 때 난민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참고 : 공익법센터 어필)



#2. EFG ISSUE : 난민


그렇다면 왜 다들 난민에 대해 얘기하는 걸까요? 왜 난민 문제가 지금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우리는 왜 난민을 알게 모르게 두려워하고 있을까요? 이번에는 난민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한 올리브와 브랜디의 대화로 구성해보았어요. 아직은 난민이 낯설고 어려운 분들께 조금이나마 쉽게 다가갔기를 바라요 :)


🗞 언제 처음 난민 이슈를 알게 됐어?



올리브 : 작년 여름 때 <사마에게>라는 다큐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난민 문제를 알게 됐는데, ‘난민이 되고 싶은 사람은 결코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극심한 차별과 인권침해로 생존이 어려워서,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가는 건 당연한 거잖아. 심지어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도 많고. 난민이 된다는 건 어떠한 이해관계없이 진짜 그냥 ‘생존’의 문제구나, 싶더라고. 


브랜디 : 사피엔스 스튜디오(유튜브)에서 난민 관련 토론 영상을 보고,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라는 책을 읽었어.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일단 나부터가 난민에 대해 근거 없는 편견을 갖고 있더라고. 잘못 알려진 사실이 너무 많더라. 또 한국 정부가 난민에게 문을 닫고 있고, 반감을 갖고 있다고 느꼈어. 



 🚪 정부가 난민에게 문을 닫고 있다고?


브랜디 : 여러 이유로 박해를 당해서 피난 온 난민도 있을 수 있잖아. 그런데 정부가 그런 ‘여러 이유’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정해진 5대 사유만으로 이분법적 사고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넌 5대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니 돌아가~”라는 식으로, 자세한 내막은 확인하지 않는 거지.


올리브 : 맞아. 공익법센터 어필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인도적 체류로의 도피'라고 하더라고. 한국은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에 대한 지원이 각각 매우 다른데, 시리아나 예맨에서 온 전쟁난민은 “난민협약이 정한 난민이 아니다”라는 궤변으로 난민 지위가 한국에서 거절당해왔대. 난민협약이 정한 5대 사유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보호받아야 마땅한 난민들이 인도적 체류 지위를 받고 있는 거지.


브랜디 : 맞아 도피 경향! 사실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는 범위는 달라도 결국 동등한 존재잖아? 하지만 한국에서 난민이 아니라 ‘인도적 체류자'가 되면, 취업활동 및 의료보험가입자격 외에는 아무런 정착 지원이 없다고 하더라고. 일할 수 있는 권리도 ‘단순 노무직'에 제한되고, 최근에는 난민법 개정 이슈로 체류 재신청마저 어려워질 거래.



 🧐 왜 그들은 난민을 두려워할까?



💬 2018년, 전쟁을 피해 바다를 떠돌던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도착했다. 난민에 대한 사회적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던 때. 대중과 언론에게 난민은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과 반감 그 자체였다. 당시 난민 반대 청원에만 무려 70만 명이 서명했고, 특히 ‘무슬림은 곧 IS다’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등 난민 혐오로 범벅된 가짜 뉴스가 남발했다. 왜 우리는 그들을 두려워할까?


올리브 : 사실 나도 작년에 <가버나움>을 보기 전까지는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있었어. 당장 내 옆집에 난민이 살게 된다면 겉으로는 “존중한다”라고 말하겠지만, 속으로는 “저들이 나를 어떻게 할지도 몰라"라는 두려움이 조금은 있었지. 난민 혐오 정서가 깔린 가짜 뉴스나 언론 보도의 영향을 받은 거 같아. 


브랜디 : 내 옆집에 난민이 산다는 건 누군가의 옆집에도 산다는 거니까. 나만 괜찮다고 될 게 아니라 사회적 논의가 분명 필요한 일이긴 해. 


올리브 : 또 나는 ‘내가 왜 이렇게 난민에 대해서 이유모를 두려움을 느끼나’를 생각해봤는데, 언론에서 난민을 다룰 때 사람이 아니라 사건으로 다루는 느낌? 난민 중에서는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맨유의 열혈 팬도 있을 거고, 채식하는 사람도 있잖아. 그런데 언론에서 다루는 ‘난민’은 개개인이 완전히 지워지고 특정 ‘집단’으로서만 조명되잖아. 그렇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난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프레임이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거지. 결국 우리가 난민을 보는 시선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


브랜디 : 미디어나 언론의 영향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때 정부나 정치권의 태도가 특히 중요한데, 한국은 그 점이 아쉬웠어.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직후 정치권에서 직접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난민 수용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고 해. 보통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은 공포와 혐오를 낳는다고 하잖아. 그래서 제주 예멘 난민 사태가 이슬람 공포증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


✅ EFG PLUS+ :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다?


NO! 난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국으로의 송환이에요. 자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거든요. 불법 취업이건 폭력이건 난민이 법을 어기면 바로 추방될 텐데, 과연 그들이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요? 


뉴스앤조이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2017년 범죄 발생 건수는 576만 건으로 2016년보다 9.6% 감소했다고 해요. 비독일인 범죄도 전년보다 22.8% 줄어들어, 사실상 난민을 수용하면 범죄율이 증가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어요.


또한 난민 중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난민 신청을 하면 자신의 모든 개인정보를 법무부에 전달하고, 혹독한 심사는 물론 감시와 통제 속에서 지내야 해요. 이런 방식으로 자기 신분을 노출하며 입국할 테러리스트가 있을까요? 🧐 (참고 :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 난민 포용, 준비가 필요하다 vs 의지의 문제다



브랜지(의지의 문제다) : 준비가 안 되어있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그 준비를 마냥 기다릴 순 없는 거 같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받아들이기엔, 지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생존권을 침해받으면서 실향하고 있으니까. 독일도 준비가 된 상태로 난민을 받아들인 게 아니잖아. 우선 포용을 하고 나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제도 개선을 해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올리브(준비도 필요하다) : 정부가 난민 문제에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태도의 원인에는 주 지지층의 정치적 견해라던가 사회적 시선의 영향이 분명 있다고 봐. 난민을 향한 대중의 시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난민을 받으면 더 큰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난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봐. 


브랜디 : 맞아. 제도적인 준비가 아니라 국민의 인식에 준비가 필요하다는 맥락이면 나도 동의해. 그런데 우리 개개인의 인식이 변하고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언론이나 정부의 태도도 변하는지는 의문이야. 정부가 갖고 있는 반감이 국민의 인식이 개선된다고 해서 사라질 수 있을까? 잘잘못을 따지는 게 좋진 않지만, 정말 큰일이 일어나야만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 같아서 회의감이 들어.




환경 문제나 인권, 동식물권을 공부하다 보면 종종 심리학을 같이 배우곤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확증 편향'이라는 이론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기존의 지식, 태도, 신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만 적극적으로 ‘선별'하는 경향인데요. 쉽게 말해 내 생각이 옳다는 걸 스스로에게 입증하기 위해, 편향을 강박적으로 활용하는 태도예요. 대중이 기후위기는 물론 인권, 동식물권에 대해 관심 없어하고, 회피하기까지 하는 이유는 이 오래된 본능 때문이죠. 어떤 이슈가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떠나서, 우리는 이미 마음속으로 가치 판단을 내린다는 거예요. (참고 : <기후변화의 심리학>)


가령 A는 SNS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합니다. “채식하면 단백질 부족.. 98%의 채식인이 단백질 부족하다는 결과 나와". A는 이 뉴스를 보자마자 채식하는 친구 B에게 링크를 보냅니다. “야 내가 말했지? 단백질 부족하다고 했잖아~”라면서요. B는 뉴스에 나온 통계의 출처를 살펴봅니다. 논문입니다. 구글에 검색했더니 표본이 10명, 연도는 1995년으로 뜹니다. B는 A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A는 화를 내며 또 다른 근거를 찾습니다. 이렇게 A와 B의 싸움은 계속됩니다.


A와 B 둘 중 누가 옳고 그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당사자가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같은 자료를 매우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여러분도, 언론인도 모두 확증편향을 갖고 있다는 거죠.


특히 저는 이번 난민 이슈를 조사하면서 확증 편향의 위험성을 크게 체감했는데요. 혐오표현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과 독자의 리터러시 능력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속보 전쟁에 사로잡혀 팩트 체크가 되지 않은 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에는 따끔한 지적이 필요하겠죠. 또 우리 독자들은 성급한 가치 판단을 경계하고, 때로는 반대 성향을 가진 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3. EFG RECOMMEND


🎥 모두가 두려워 하는 미래를 보라, 드라마 Years & Years



이어즈&이어즈는 환경 문제, 트랜스 휴먼, 금융의 붕괴, 엄청난 실업과 난민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가감 없이 펼쳐낸 드라마예요. 1시간 정도의 에피소드 6개로 이루어져 있지만, 무려 15년이라는 빠른 전개를 보이는데요. 기술이 발전하고 환경오염이 극심해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를 리얼하게 다뤄 올리브가 기립박수를 친 드라마예요.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분명 이 드라마도 좋아할 거예요. 특히 이 드라마는 ‘난민'에 관한 이슈를 무척 자세하고 현실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강추강추 강강추!


🎵 연대하는 마음으로, 노래 ‘Li Beirut’



혹시 눈치채셨나요? 이 노래는 이번 글 맨 상단에서 이미 추천드렸던 곡이에요. 난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노래는 아니지만, 국가의  부정부패에 맞서 시위를 벌였던 레바논 베이루트의 시민들을 지지하는 노래죠. 아랍 노래는 이번이 처음이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는 이 노래를 듣고 한때 아랍 노래만 찾아들었을 정도로, Li Beirut에 푹 빠졌었어요. 이엪지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여러분이라면 저와 같은 마음으로 듣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레 권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