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단어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려 해요. 저는 평소 쓰레기를 버릴 때 ‘분리수거하고 올게'라고 말하곤 했는데요. 사실 ‘분리배출'이 옳은 말이라고 합니다. 분리배출은 ‘쓰레기를 종류별로 나누어서 버림’을, 분리수거는 ‘거두어 가져 감’을 의미하거든요. 정확한 용어를 통해 소비자와 지자체의 역할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겠죠?😉
즉석밥과 맥주 페트병이 재활용이 안된다니! 지난해까지 팔린 양을 합치면 지구를 10바퀴나 돌 수 있는 햇반이 재활용 불가능하다고 해요. 재활용 마크가 그려져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열심히 분리 배출해 온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허무한 소식입니다. 역시 베스트는 아예 쓰지 않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뉴스였어요. 한편으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렇다면 종이는 어떨까요? 일회용 종이컵이나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의 용기는 과연 재활용이 될까요? 어떻게 분리 배출해야 보다 더 많은 종이가 재활용될 수 있을까요? 것보다 종이는 플라스틱에 비해 정말 친환경적일까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종이와 종이 박스에 얽힌 다양한 이슈와, 소소한 분리배출 팁을 공유하려 해요.
#‘쫑’이의 속사정
안녕! 난 올리브 집에 살고 있는 A4용지 '쫑'이야. 올리브가 언젠가부터 A4 용지를 안 써서, 어쩌다 보니 5년 넘게 올리브와 동거 중이야. 오늘 나는 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분리배출 하는지를 개괄적으로 소개하려 해. 혹시 내가 놓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엪지를 통해 알려줘. 아직 5살이라 모든 것이 궁금하고 배우고 싶어 🤓
✔️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OX 퀴즈를 풀어볼까? 정답은 하단에 있어 :)
우유팩은 폐지와 함께 버린다 (O / X)
종이테이프는 종이류로 배출한다 (O / X)
일회용 종이컵은 종이류로 배출하지 않는다 (O / X)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의 용기는 종이류로 배출한다 (O / X)
종이로 된 피자/치킨 박스는 종이류로 배출한다 (O / X)
👋 안녕! 어디서 왔어?
잘 알겠지만 나는 나무에 있는 성분으로 만들어졌어. 어르신들은 자연림 출신이지만, 나와 친구들은 인공림 출신이지. 인공림은 훼손되거나 황폐한 지역을 산림으로 복원하기 위한 대체림이야. 하지만 화학비료를 쓰거나 제초제를 뿌리는 등, 오로지 효율성을 위해 관리하는 경우도 있어서 생물다양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해.
내가 나무에게서 태어난 건 알지만, 물 10리터와 약 3g의 탄소가 함께 배출됐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너무나 많은 곳에 쓰이고 있어서 친환경이라 볼 순 없어. 종이는 화학, 정유, 제철 산업 다음으로 에너지 소모가 큰 산업이거든.
✔️ 친환경이라고 하니까 또 생각난 건데, 산림인증(FSC) 마크도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어. 산림인증(FSC) 마크가 붙으면 보통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건 숲을 관리하는 기준일 뿐이야. 종이산업이 유발하는 물 소비나 탄소배출, 화학 물질 사용에 의한 폐수 오염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해.
그 예로 한국계 기업인 ‘코린도’ 사를 들 수 있어. 그린피스의 보도에 따르면 코린도 사는 지금까지 서울의 크기와 맞먹는 규모의 숲을 파괴했지만, 여전히 FSC 인증을 유지하고 있거든. 친환경을 주장하면서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친구를 소개하고 싶다구?
요즘 엄청 바쁜 친구가 있거든. 이름은 쫑박인데, 종이 박스 줄임말이라는 건 안 비밀! 나는 인쇄 용지라 한가하지만, 쫑박이는 코로나 19 이후로 택배 물량이 늘면서 바빠졌어. 자신은 골판지라 그나마 재활용이 용이하지만, 너무 많이 생산되는 게 문제라 하더라고.😔
실제로 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택배 물류에 쓰인 상자가 25억 4000만 개라고 해. 2013년에 15억 개였으니, 불과 5년 만에 10억이 껑충 뛴 셈이지.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로 배송이 늘어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늘어나는 양에 비해 단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어. 택배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반대로 택배 노동자의 노동 강도는 착취 수준일 정도야.
또 한편으론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아. 가령 치킨이나 피자 박스는 백판지로 만든 종이 박스지만, 기름이나 음식물이 묻으면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거든. 하지만 대부분 종이류로 배출하다 보니, 깨끗한 쫑박이들까지 오염돼서 사실상 전부 폐기되고 있어.
📦 쓰레기 말고도 문제가 또 있다구?
사실 쫑박이에 비하면 나는 양반이야. 요즘 쫑박이에 얽힌 이슈가 쓰레기 말고도 정말 많거든. 12월 1주 차 뉴스레터에서 폐지 수거 업체와 고물상, 재활용품 수집 노인 등 폐지에 얽힌 다양한 이해관계를 얘기했었지? 그중에서도 요즘 논란이 많은 게 바로 골판지야. 🔥
택배 물류에 쓰이는 종이 박스가 골판지라는 건 아까 얘기했지? 골판지 박스는 보통 제지회사 - 판지회사 - 지함회사를 거쳐 만들어져. 제지회사에서 골판지를 제조하는데 쓰는 ‘원지’를 만들면 판지회사에서는 원지로 골판지를 만들고, 지함회사는 골판지로 상자를 만들어. 위 그림을 같이 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
생산이 수직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출발점인 원지의 가격이 아주 중요하겠지? 문제는 원지의 가격을 결정하는 제지회사야. 원지를 비롯한 제지 생산은 환경 문제와 직결되어 있어서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사업이거든. 쉽게 말해서 아무나 사업할 순 없다는 거야. 진입 장벽이 높은 거지. 그렇다 보니 소수의 대형 제지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특히 쫑박이 같은 골판지 박스의 경우, 4대 대형 제지회사가 원지 시장의 80%를 싹쓸이하고 있지.
독점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갑질’이야. 골판지를 쓸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은 대형 제지회사들의 원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제지 회사가 일방적으로 원지 가격을 올려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실제로 투데이코리아의 보도에 따르면, 제지업계 1위로 알려진 한솔제지가 적자를 이유로 인쇄용지 가격을 인상했지만 반발의 여지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어. 또 제지회사가 5년 동안 가격을 담합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지.
제지회사의 갑질은 폐지 수거 업체와 고물상,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에게도 이어져. 중국의 폐지 수입 제한 이후로 국내 폐지는 수출길이 막혔고, 제지 회사는 상대적으로 질 좋은 해외 폐지를 값싸게 수입하기 시작했어. 그러다 보니 과잉 공급되는 국내 폐지들은 더욱 단가가 떨어지고 있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겪는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는 어떻고? 실제로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제지업계의 비정규직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인데, 그중 한솔제지에서 일하는 약 40%의 노동자가 사내하청업체 소속이라고 해. 그중에서도 작년 4월에 발생한 한솔제지 장황공장 사고는 제지업계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 가슴 아픈 소식이었어.
쫑박이는 그저 오래오래 너희와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러기엔 너무나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것 같아. 나와 쫑박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 빨리 무엇이든 하고 싶다구? 공감해줘서 고마워😊 세상에 숨겨진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널리 공유하고, 소비를 줄이고 분리배출만 제대로 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 쫑이의 분리배출 팁!
인류만 살기 있어? 우리 쫑이와 쫑박이들도 살기 위해 재생될 권리가 있다구!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 우리 쫑이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선 여러분이 제대로, 깨끗하게 분리배출해줘야 해. 간단한 부탁 3가지만 할게!
기름 묻은 치킨 박스나 피자를 종이류로 분리해 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고. 그런데 오염 물질이 묻으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건 물론이고, 다른 깨끗한 종이까지 오염돼서 전부 폐기될 수 있어. 깨끗한 쫑이들을 위해 오염 물질이 묻은 쫑이는 일반 쓰레기로 분리 배출해줘!
2. 가끔은 다회용기를 가지고 포장을 부탁해줘.
최근 올리브는 종종 집에 있는 다회용기를 가지고 가서 음식을 포장하기 시작했어. 예전에는 민망하기도 하고 죄송해서 망설였는데, 막상 하고 나니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걸 느꼈대. 햄버거를 다회용기로 포장한 @vegan_jjingjjing님의 멋진 사례도 있는데 한 번 볼래?
종이박스에 테이프와 운송장이 붙어있으면 재활용률이 급격하게 낮아져. 종이박스를 수거하고 다시 분류할 때는 사람 손을 거치는데, 워낙 일손이 부족하고 물량은 많다 보니 운송장이나 테이프를 뗄 시간이 없거든. 여러분이 분리배출할 때 미리 떼어준다면 종박이가 재활용될 확률이 높아지겠지?
마지막으로 종이팩 분리배출을 아주 잘 다룬 뉴스레터가 있어서 추천하고 갈게. 올리브가 좋다고 노래를 불러서 이름도 외웠어. 이름이 아마 비트였나?😉
안녕! 다시 돌아온 올리브입니다. 어려운 부탁을 들어준 쫑이와 쫑박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저는 이번 기회로 쫑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종이와 종이 박스에 얽힌 다양한 이슈를 알 수 있었어요. (절대 제가 만든 가상 캐릭터가 아니랍니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과도한 쓰레기는 물론, 대기업의 갑질과 노동자의 인권 침해까지.. 환경 문제로 시작했지만 가지치기를 해보니 정치, 경제와 연결되어 있었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엪지는 환경 미디어가 아닌, 마이너리티 미디어를 지향합니다. 환경 문제와 실천 방법은 이엪지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곳에서 잘 다루고 있거든요. 대신 이엪지는 무엇이 벌어졌는지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다루고 싶어요. 기후 위기가 무엇을 초래하는지보다, 왜 기후 위기가 발생했는지 궁금해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혹은 아무도 몰라서 궁금할 수 없었던 모든 것이 이엪지가 생각하는 마이너리티예요.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일들이 지구를 살아가는 존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루는 게 이엪지의 역할이라고 믿어요. 이엪지의 결심에 공감하셨다면 공유와 댓글 부탁드려도 될까요? :)
오늘은 단어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려 해요. 저는 평소 쓰레기를 버릴 때 ‘분리수거하고 올게'라고 말하곤 했는데요. 사실 ‘분리배출'이 옳은 말이라고 합니다. 분리배출은 ‘쓰레기를 종류별로 나누어서 버림’을, 분리수거는 ‘거두어 가져 감’을 의미하거든요. 정확한 용어를 통해 소비자와 지자체의 역할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겠죠?😉
즉석밥과 맥주 페트병이 재활용이 안된다니! 지난해까지 팔린 양을 합치면 지구를 10바퀴나 돌 수 있는 햇반이 재활용 불가능하다고 해요. 재활용 마크가 그려져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열심히 분리 배출해 온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허무한 소식입니다. 역시 베스트는 아예 쓰지 않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뉴스였어요. 한편으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렇다면 종이는 어떨까요? 일회용 종이컵이나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의 용기는 과연 재활용이 될까요? 어떻게 분리 배출해야 보다 더 많은 종이가 재활용될 수 있을까요? 것보다 종이는 플라스틱에 비해 정말 친환경적일까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종이와 종이 박스에 얽힌 다양한 이슈와, 소소한 분리배출 팁을 공유하려 해요.
#‘쫑’이의 속사정
안녕! 난 올리브 집에 살고 있는 A4용지 '쫑'이야. 올리브가 언젠가부터 A4 용지를 안 써서, 어쩌다 보니 5년 넘게 올리브와 동거 중이야. 오늘 나는 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분리배출 하는지를 개괄적으로 소개하려 해. 혹시 내가 놓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엪지를 통해 알려줘. 아직 5살이라 모든 것이 궁금하고 배우고 싶어 🤓
✔️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OX 퀴즈를 풀어볼까? 정답은 하단에 있어 :)
우유팩은 폐지와 함께 버린다 (O / X)
종이테이프는 종이류로 배출한다 (O / X)
일회용 종이컵은 종이류로 배출하지 않는다 (O / X)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의 용기는 종이류로 배출한다 (O / X)
종이로 된 피자/치킨 박스는 종이류로 배출한다 (O / X)
👋 안녕! 어디서 왔어?
잘 알겠지만 나는 나무에 있는 성분으로 만들어졌어. 어르신들은 자연림 출신이지만, 나와 친구들은 인공림 출신이지. 인공림은 훼손되거나 황폐한 지역을 산림으로 복원하기 위한 대체림이야. 하지만 화학비료를 쓰거나 제초제를 뿌리는 등, 오로지 효율성을 위해 관리하는 경우도 있어서 생물다양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해.
내가 나무에게서 태어난 건 알지만, 물 10리터와 약 3g의 탄소가 함께 배출됐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너무나 많은 곳에 쓰이고 있어서 친환경이라 볼 순 없어. 종이는 화학, 정유, 제철 산업 다음으로 에너지 소모가 큰 산업이거든.
✔️ 친환경이라고 하니까 또 생각난 건데, 산림인증(FSC) 마크도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어. 산림인증(FSC) 마크가 붙으면 보통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건 숲을 관리하는 기준일 뿐이야. 종이산업이 유발하는 물 소비나 탄소배출, 화학 물질 사용에 의한 폐수 오염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해.
그 예로 한국계 기업인 ‘코린도’ 사를 들 수 있어. 그린피스의 보도에 따르면 코린도 사는 지금까지 서울의 크기와 맞먹는 규모의 숲을 파괴했지만, 여전히 FSC 인증을 유지하고 있거든. 친환경을 주장하면서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친구를 소개하고 싶다구?
요즘 엄청 바쁜 친구가 있거든. 이름은 쫑박인데, 종이 박스 줄임말이라는 건 안 비밀! 나는 인쇄 용지라 한가하지만, 쫑박이는 코로나 19 이후로 택배 물량이 늘면서 바빠졌어. 자신은 골판지라 그나마 재활용이 용이하지만, 너무 많이 생산되는 게 문제라 하더라고.😔
실제로 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택배 물류에 쓰인 상자가 25억 4000만 개라고 해. 2013년에 15억 개였으니, 불과 5년 만에 10억이 껑충 뛴 셈이지.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로 배송이 늘어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늘어나는 양에 비해 단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어. 택배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반대로 택배 노동자의 노동 강도는 착취 수준일 정도야.
또 한편으론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아. 가령 치킨이나 피자 박스는 백판지로 만든 종이 박스지만, 기름이나 음식물이 묻으면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거든. 하지만 대부분 종이류로 배출하다 보니, 깨끗한 쫑박이들까지 오염돼서 사실상 전부 폐기되고 있어.
📦 쓰레기 말고도 문제가 또 있다구?
사실 쫑박이에 비하면 나는 양반이야. 요즘 쫑박이에 얽힌 이슈가 쓰레기 말고도 정말 많거든. 12월 1주 차 뉴스레터에서 폐지 수거 업체와 고물상, 재활용품 수집 노인 등 폐지에 얽힌 다양한 이해관계를 얘기했었지? 그중에서도 요즘 논란이 많은 게 바로 골판지야. 🔥
택배 물류에 쓰이는 종이 박스가 골판지라는 건 아까 얘기했지? 골판지 박스는 보통 제지회사 - 판지회사 - 지함회사를 거쳐 만들어져. 제지회사에서 골판지를 제조하는데 쓰는 ‘원지’를 만들면 판지회사에서는 원지로 골판지를 만들고, 지함회사는 골판지로 상자를 만들어. 위 그림을 같이 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
생산이 수직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출발점인 원지의 가격이 아주 중요하겠지? 문제는 원지의 가격을 결정하는 제지회사야. 원지를 비롯한 제지 생산은 환경 문제와 직결되어 있어서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사업이거든. 쉽게 말해서 아무나 사업할 순 없다는 거야. 진입 장벽이 높은 거지. 그렇다 보니 소수의 대형 제지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특히 쫑박이 같은 골판지 박스의 경우, 4대 대형 제지회사가 원지 시장의 80%를 싹쓸이하고 있지.
독점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갑질’이야. 골판지를 쓸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은 대형 제지회사들의 원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제지 회사가 일방적으로 원지 가격을 올려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실제로 투데이코리아의 보도에 따르면, 제지업계 1위로 알려진 한솔제지가 적자를 이유로 인쇄용지 가격을 인상했지만 반발의 여지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어. 또 제지회사가 5년 동안 가격을 담합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지.
제지회사의 갑질은 폐지 수거 업체와 고물상,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에게도 이어져. 중국의 폐지 수입 제한 이후로 국내 폐지는 수출길이 막혔고, 제지 회사는 상대적으로 질 좋은 해외 폐지를 값싸게 수입하기 시작했어. 그러다 보니 과잉 공급되는 국내 폐지들은 더욱 단가가 떨어지고 있지.
💡 쫑이의 분리배출 팁!

인류만 살기 있어? 우리 쫑이와 쫑박이들도 살기 위해 재생될 권리가 있다구!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 우리 쫑이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선 여러분이 제대로, 깨끗하게 분리배출해줘야 해. 간단한 부탁 3가지만 할게!
1. 기름이나 오염 물질이 묻었다면 일반쓰레기로 버려줘.
기름 묻은 치킨 박스나 피자를 종이류로 분리해 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고. 그런데 오염 물질이 묻으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건 물론이고, 다른 깨끗한 종이까지 오염돼서 전부 폐기될 수 있어. 깨끗한 쫑이들을 위해 오염 물질이 묻은 쫑이는 일반 쓰레기로 분리 배출해줘!
2. 가끔은 다회용기를 가지고 포장을 부탁해줘.
최근 올리브는 종종 집에 있는 다회용기를 가지고 가서 음식을 포장하기 시작했어. 예전에는 민망하기도 하고 죄송해서 망설였는데, 막상 하고 나니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걸 느꼈대. 햄버거를 다회용기로 포장한 @vegan_jjingjjing님의 멋진 사례도 있는데 한 번 볼래?
3. 종이박스는 테이프와 운송장을 꼭 떼서 버려줘.
종이박스에 테이프와 운송장이 붙어있으면 재활용률이 급격하게 낮아져. 종이박스를 수거하고 다시 분류할 때는 사람 손을 거치는데, 워낙 일손이 부족하고 물량은 많다 보니 운송장이나 테이프를 뗄 시간이 없거든. 여러분이 분리배출할 때 미리 떼어준다면 종박이가 재활용될 확률이 높아지겠지?
마지막으로 종이팩 분리배출을 아주 잘 다룬 뉴스레터가 있어서 추천하고 갈게. 올리브가 좋다고 노래를 불러서 이름도 외웠어. 이름이 아마 비트였나?😉
안녕! 다시 돌아온 올리브입니다. 어려운 부탁을 들어준 쫑이와 쫑박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저는 이번 기회로 쫑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종이와 종이 박스에 얽힌 다양한 이슈를 알 수 있었어요. (절대 제가 만든 가상 캐릭터가 아니랍니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과도한 쓰레기는 물론, 대기업의 갑질과 노동자의 인권 침해까지.. 환경 문제로 시작했지만 가지치기를 해보니 정치, 경제와 연결되어 있었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엪지는 환경 미디어가 아닌, 마이너리티 미디어를 지향합니다. 환경 문제와 실천 방법은 이엪지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곳에서 잘 다루고 있거든요. 대신 이엪지는 무엇이 벌어졌는지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다루고 싶어요. 기후 위기가 무엇을 초래하는지보다, 왜 기후 위기가 발생했는지 궁금해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혹은 아무도 몰라서 궁금할 수 없었던 모든 것이 이엪지가 생각하는 마이너리티예요.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일들이 지구를 살아가는 존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루는 게 이엪지의 역할이라고 믿어요. 이엪지의 결심에 공감하셨다면 공유와 댓글 부탁드려도 될까요? :)
⭕️ 분리배출 퀴즈 정답 ❌
우유팩은 폐지와 함께 버린다 ❌ (되도록 따로 분리배출)
종이테이프는 종이류로 배출한다 ❌ (일반쓰레기)
일회용 종이컵은 종이류로 배출하지 않는다 ⭕️ (일반쓰레기)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의 용기는 종이류로 배출한다 ❌ (일반쓰레기)
종이로 된 피자/치킨 박스는 종이류로 배출한다 ❌ (일반쓰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