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사랑하는 바다가 죽어간다. 인간이 그 경이의 세계를 파괴한다. 그리하여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나간 감독. 그가 맞닥뜨린 것은 전 세계에 걸친 부패의 그물이었다.”
<씨스피라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로, 죽어가는 바다와 부패한 어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올리브와 브랜디는 동물해방물결에서 진행했던 온라인 상영회에 참여해 영화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여러분께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준비해보았답니다😊 두 에디터가 강력 추천하는 영화 <씨스피라시>! 함께 보러 가보실까요?
올리브 : 이윤을 위해서 인류가 어디까지 선을 넘을 수 있을지, 도저히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다큐였어. 다큐에서는 기업과 기업 간의 자본 관계를 보여주지만, 사실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꼈어. ‘최대한 더 싸게’, ‘같은 가격이라도 더 많이’라는 돈에 대한 태도가 어업과 육식 산업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정부와 기업도 문제지만 경제성, 합리성, 효율성 등 기본적으로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납득해왔고 설득당해왔기에,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봐. 나만 해도 마트에 가면 1+1 상품, 초특가 할인만 찾아다녔으니까. 이젠 어느 정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씨스피라시를 보면서 여전히 내가 모르는 문제가 많다는 걸 상기하게 된 거 같아.
브랜디 : 맞아.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나에게 큰 인상을 준 영화야. 이 영화를 보고 내가 환경을 위해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다시 짚어 보게 됐어. 이전에도 개인의 실천만으로 바꿔 나가기 힘든 세상이라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그냥 막연하게 느꼈을 뿐이었거든. 또 바다가 지구에서 갖는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는 것도 느꼈는데, 자세한 건 뒤에서 다시 얘기해볼게.
Q.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어떤 거였어?
(1) 일본의 불법 포경
올리브 : 일본의 상업적 고래 사냥은 과거에나 존재하던 산업인 줄 알았는데, 감시망을 피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어. 다큐나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으면 끝까지 몰랐을 거란 사실이 소름끼치더라구. 특히 일본 다이지는 내가 생각했던 일본 문화랑 전혀 달라서 놀랐어. 알리 감독이 다이지에서 벌어지는 불법 포경을 촬영하려고 갔는데, 가자마자 총을 멘 경찰이 차를 붙잡아 세우기도 하고, 호텔 근처에 잠입 수사를 해서 감시하잖아. 불법 포경 산업을 유지시키기위해 저렇게까지 공권력을 쓴다는 게 어처구니없었어.
정말 화가 나는 건 돌고래를 죽이는 이유였어. 나는 고래 고기 때문에 포경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본 경제를 뒷받침하는 '참치' 산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였더라고. 돌고래가 물살이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먹이가 사라진 참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나? 참치 개체 수가 줄어든 건 남획을 하기 때문인데 그 책임을 돌고래한테 묻고 있는 거야.😯
올리브 : ‘저인망'이라는 단어를 들어는 봤는데, 다큐에서 눈으로 보니 그 심각성이 더 크게 다가왔어. 정말 말 그대로 바닷속을 ‘싹쓸이'하더라. 저인망 어업이 매년 파괴하는 해저 면적이 1600만km2에 달한대. 1600만km2라고 하면 잘 와닿지 않을까봐 영화에서 이걸 육지에 대입해서 보여줬는데, '그린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터키, 이란, 태국, 그리고 호주를 합한 만큼'이라는 거야. 정말 경악했지. 저렇게 잡게 되면 혼획은 물론이고 어린 물살이까지 잡히는 거라 생태계 자체가 파괴되는 거나 다름없어 보여.😡
또 하나 놀랐던 점은 저인망이 산호초를 죽인다는 사실인데, 미디어에선 줄곧 유기자차 선크림이 산호초를 죽인다며 쓰지 말자고 주장해왔잖아. 그런데 저인망으로 바닷속을 싹 쓸어가면서 많은 물살이를 죽이고, 결과적으로 물살이의 배설물을 먹고 사는 산호초를 죽이고 있더라구. 물론 유기자차 선크림을 쓰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각종 미디어에서 마치 모든 문제의 근원이 선크림에 달려있다고 선전하는 게 어이없었어.😤
(3) 지속가능한 어업 마크 (MSC, 돌고래 안전 참치 인증 등)
올리브 : 예전부터 유기농이나 동물복지 같은 인증마크를 100% 믿지는 않았지만, 인증마크를 단 제품을 소비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제품을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다큐에 나온 것처럼 감독관이 매수되거나 최악의 경우 살해될 수도 있다는 걸 보고 나니 인증마크가 붙은 제품을 소비하는 게 맞는 건지 혼란스럽더라. 정부에게 더 확실한 규제와 검증 절차를 요구하고 싶은데.. 가능할지가 의문이야.😔
브랜디 : 영화를 보면서 가장 화났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대형 환경단체에서 어업을 두둔하려는 태도였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실천 방법은 채식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경단체가 후원이 끊길 것을 우려해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있지. 영화를 보니 물살이에 대해선 먹지 말라는 말은커녕 오히려 소비를 장려하고 있더라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통해 포획된 물살이를 먹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나? 그러면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캠페인을 열고 있었지. NGO도 미디어도 정부도 너무 개인에게만 책임을 짊어주는 것 같아.😒
(5) ‘바다살이’가 기후위기를 막는다!
브랜디 : 영화에 따르면 지금 이 상태로 상업적 어업이 제재를 받지 않고 계속될 경우, 2048년이면 바다가 텅 비어버린대. 바다가 텅 비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이 가? 바다에 사는 동물들, 특히 작은 물살이들은 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잖아. 그렇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힘이 바닷물을 섞는데, 이게 바다의 모든 바람, 파도, 조류, 해류의 힘을 합한 것만큼 큰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구.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의 순환을 돕기도 하고. 이건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는 하는데, 이렇게 바다를 휘젓는 게 대기의 열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 그러니 만약 바다살이가 멸종하고 바다가 비어버리면, 기온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지.
동물 뿐 아니라 해초도 엄청난 역할을 하는데, 다시마 숲은 지상의 열대 우림보다 단위 면적당 20배나 많은 탄소를 빨아들일 수 있대.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최대 93%가 해양 식물과 산호에 저장돼 있고, 그중 1%만 손실돼도 자동차 9천7백만 대의 배출가스와 맞먹는 정도라고 하니 그 역할이 정말 크게 느껴지더라.
브랜디 : 많이들 좋아하는 연어. 그 연어의 붉은 살이 사실은 색소라는 거, 알고 있었어? 게다가 양식 연어는 엄청난 수준의 다이옥신과 PCB가 검출될 정도로 오염물질투성이래. 영화에선 산채로 기생충에 잡아먹히는 연어의 모습까지 나오지. “깨끗한 생선은 없어요. 더러운 생선과 더 더러운 생선이 있을 뿐이죠.”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어. 현재 수산물 99%에 미세플라스틱과 수은을 포함한 중금속이 들어있다는 건 이제 놀라운 얘기도 아니잖아.
'물살이를 통해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할 수 있으니 먹어야 하지 않냐' 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물살이는 스스로 오메가3를 생산하지 않아. 그들도 조류 세포를 통해 오메가3를 생성하는 거래. 그러니 우리도 그냥 해조류를 통해 직접 섭취하는 게 더 경제적인 거지. 내과의인 마이클 그레거 박사('how not to die' 저자)는 "우리가 물살이를 먹지 않음으로써 얻지 못하게 되는 건 없는가?" 라는 질문에 "중금속을 섭취할 기회를 잃을 뿐."이라고 답했어. 물살이를 먹지 않고, 나아가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이 아닐까?
Q. 그럼 영화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은 없어?
올리브 : 다큐도 결국에는 감독의 의도에 따라서 장면을 편집하고 시나리오를 맞추는 작업물이기 때문에, 이 다큐를 온전히 신뢰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봐. 왜냐면 내가 그랬거든. 이 다큐를 본 직후에는 세상이 너무 비관적으로 보여서 조금 힘들었는데, 생각보다 이런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더라구.
브랜디 :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어류를 소비하지 말자’잖아. 그래서 자막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어. 애초에 어류를 ‘음식’으로 본 단어인 ‘물고기’보다는, 물에 사는 생물이라는 뜻의 ‘물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또, 이 영화가 자칫 개인의 실천을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도 영화를 보고난 뒤에 다회용품을 사용하면서 ‘이런 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같이 실천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올리브 : “상어를 무서워하면 안 돼요. 바다에 상어가 없는 걸 무서워해야죠.”라는 명대사로 마무리하고 싶어. 대량생산과 산업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고, 정말 이대로 가다간 바다가 텅텅 빌 거란 생각이 들어. 거대한 구조적 문제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씨스피라시가 전 세계 넷플릭스 스트리밍 순위 4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해. 아무리 작아 보이는 개인이라도 모이면 큰 숫자가 된다는 사실!
브랜디 : 맞아. 영화를 보기 전까진 대량생산과 완전한 산업화가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못했어.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가족들과 친구들을 앉혀놓고 함께 보고 싶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어. 이런 엄청난 거짓말과 속임수를 나만 알고 있는 건 양심에 찔릴 정도로 불공평하다고 느껴. 단순히 “환경을 위해서 물살이를 먹지 말자.”라고 말하면 남 좋은 일 하자고 내 즐거움을 포기하라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건 결국 내 자신을 지키는 문제거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가 사랑하는 바다가 죽어간다. 인간이 그 경이의 세계를 파괴한다. 그리하여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나간 감독. 그가 맞닥뜨린 것은 전 세계에 걸친 부패의 그물이었다.”
<씨스피라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로, 죽어가는 바다와 부패한 어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올리브와 브랜디는 동물해방물결에서 진행했던 온라인 상영회에 참여해 영화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여러분께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준비해보았답니다😊 두 에디터가 강력 추천하는 영화 <씨스피라시>! 함께 보러 가보실까요?
Q. 영화, 어땠어?
사진 : netflix 'seaspiracy' official trailer
올리브 : 이윤을 위해서 인류가 어디까지 선을 넘을 수 있을지, 도저히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다큐였어. 다큐에서는 기업과 기업 간의 자본 관계를 보여주지만, 사실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꼈어. ‘최대한 더 싸게’, ‘같은 가격이라도 더 많이’라는 돈에 대한 태도가 어업과 육식 산업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정부와 기업도 문제지만 경제성, 합리성, 효율성 등 기본적으로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납득해왔고 설득당해왔기에,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봐. 나만 해도 마트에 가면 1+1 상품, 초특가 할인만 찾아다녔으니까. 이젠 어느 정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씨스피라시를 보면서 여전히 내가 모르는 문제가 많다는 걸 상기하게 된 거 같아.
브랜디 : 맞아.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나에게 큰 인상을 준 영화야. 이 영화를 보고 내가 환경을 위해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다시 짚어 보게 됐어. 이전에도 개인의 실천만으로 바꿔 나가기 힘든 세상이라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그냥 막연하게 느꼈을 뿐이었거든. 또 바다가 지구에서 갖는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는 것도 느꼈는데, 자세한 건 뒤에서 다시 얘기해볼게.
Q.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어떤 거였어?
(1) 일본의 불법 포경
올리브 : 일본의 상업적 고래 사냥은 과거에나 존재하던 산업인 줄 알았는데, 감시망을 피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어. 다큐나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으면 끝까지 몰랐을 거란 사실이 소름끼치더라구. 특히 일본 다이지는 내가 생각했던 일본 문화랑 전혀 달라서 놀랐어. 알리 감독이 다이지에서 벌어지는 불법 포경을 촬영하려고 갔는데, 가자마자 총을 멘 경찰이 차를 붙잡아 세우기도 하고, 호텔 근처에 잠입 수사를 해서 감시하잖아. 불법 포경 산업을 유지시키기위해 저렇게까지 공권력을 쓴다는 게 어처구니없었어.
정말 화가 나는 건 돌고래를 죽이는 이유였어. 나는 고래 고기 때문에 포경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본 경제를 뒷받침하는 '참치' 산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였더라고. 돌고래가 물살이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먹이가 사라진 참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나? 참치 개체 수가 줄어든 건 남획을 하기 때문인데 그 책임을 돌고래한테 묻고 있는 거야.😯
사진 : netflix 'seaspiracy' official trailer
(2) 저인망 어업
올리브 : ‘저인망'이라는 단어를 들어는 봤는데, 다큐에서 눈으로 보니 그 심각성이 더 크게 다가왔어. 정말 말 그대로 바닷속을 ‘싹쓸이'하더라. 저인망 어업이 매년 파괴하는 해저 면적이 1600만km2에 달한대. 1600만km2라고 하면 잘 와닿지 않을까봐 영화에서 이걸 육지에 대입해서 보여줬는데, '그린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터키, 이란, 태국, 그리고 호주를 합한 만큼'이라는 거야. 정말 경악했지. 저렇게 잡게 되면 혼획은 물론이고 어린 물살이까지 잡히는 거라 생태계 자체가 파괴되는 거나 다름없어 보여.😡
또 하나 놀랐던 점은 저인망이 산호초를 죽인다는 사실인데, 미디어에선 줄곧 유기자차 선크림이 산호초를 죽인다며 쓰지 말자고 주장해왔잖아. 그런데 저인망으로 바닷속을 싹 쓸어가면서 많은 물살이를 죽이고, 결과적으로 물살이의 배설물을 먹고 사는 산호초를 죽이고 있더라구. 물론 유기자차 선크림을 쓰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각종 미디어에서 마치 모든 문제의 근원이 선크림에 달려있다고 선전하는 게 어이없었어.😤
(3) 지속가능한 어업 마크 (MSC, 돌고래 안전 참치 인증 등)
올리브 : 예전부터 유기농이나 동물복지 같은 인증마크를 100% 믿지는 않았지만, 인증마크를 단 제품을 소비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제품을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다큐에 나온 것처럼 감독관이 매수되거나 최악의 경우 살해될 수도 있다는 걸 보고 나니 인증마크가 붙은 제품을 소비하는 게 맞는 건지 혼란스럽더라. 정부에게 더 확실한 규제와 검증 절차를 요구하고 싶은데.. 가능할지가 의문이야.😔
사진 : netflix 'seaspiracy' official trailer
(4) NGO와 어업의 공생 관계
브랜디 : 영화를 보면서 가장 화났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대형 환경단체에서 어업을 두둔하려는 태도였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실천 방법은 채식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경단체가 후원이 끊길 것을 우려해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있지. 영화를 보니 물살이에 대해선 먹지 말라는 말은커녕 오히려 소비를 장려하고 있더라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통해 포획된 물살이를 먹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나? 그러면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캠페인을 열고 있었지. NGO도 미디어도 정부도 너무 개인에게만 책임을 짊어주는 것 같아.😒
(5) ‘바다살이’가 기후위기를 막는다!
브랜디 : 영화에 따르면 지금 이 상태로 상업적 어업이 제재를 받지 않고 계속될 경우, 2048년이면 바다가 텅 비어버린대. 바다가 텅 비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이 가? 바다에 사는 동물들, 특히 작은 물살이들은 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잖아. 그렇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힘이 바닷물을 섞는데, 이게 바다의 모든 바람, 파도, 조류, 해류의 힘을 합한 것만큼 큰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구.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의 순환을 돕기도 하고. 이건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는 하는데, 이렇게 바다를 휘젓는 게 대기의 열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 그러니 만약 바다살이가 멸종하고 바다가 비어버리면, 기온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지.
동물 뿐 아니라 해초도 엄청난 역할을 하는데, 다시마 숲은 지상의 열대 우림보다 단위 면적당 20배나 많은 탄소를 빨아들일 수 있대.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최대 93%가 해양 식물과 산호에 저장돼 있고, 그중 1%만 손실돼도 자동차 9천7백만 대의 배출가스와 맞먹는 정도라고 하니 그 역할이 정말 크게 느껴지더라.
사진 : netflix 'seaspiracy' official trailer
(6) 더러운 생선과 더 더러운 생선이 있을 뿐
브랜디 : 많이들 좋아하는 연어. 그 연어의 붉은 살이 사실은 색소라는 거, 알고 있었어? 게다가 양식 연어는 엄청난 수준의 다이옥신과 PCB가 검출될 정도로 오염물질투성이래. 영화에선 산채로 기생충에 잡아먹히는 연어의 모습까지 나오지. “깨끗한 생선은 없어요. 더러운 생선과 더 더러운 생선이 있을 뿐이죠.”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어. 현재 수산물 99%에 미세플라스틱과 수은을 포함한 중금속이 들어있다는 건 이제 놀라운 얘기도 아니잖아.
'물살이를 통해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할 수 있으니 먹어야 하지 않냐' 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물살이는 스스로 오메가3를 생산하지 않아. 그들도 조류 세포를 통해 오메가3를 생성하는 거래. 그러니 우리도 그냥 해조류를 통해 직접 섭취하는 게 더 경제적인 거지. 내과의인 마이클 그레거 박사('how not to die' 저자)는 "우리가 물살이를 먹지 않음으로써 얻지 못하게 되는 건 없는가?" 라는 질문에 "중금속을 섭취할 기회를 잃을 뿐."이라고 답했어. 물살이를 먹지 않고, 나아가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이 아닐까?
Q. 그럼 영화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은 없어?
올리브 : 다큐도 결국에는 감독의 의도에 따라서 장면을 편집하고 시나리오를 맞추는 작업물이기 때문에, 이 다큐를 온전히 신뢰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봐. 왜냐면 내가 그랬거든. 이 다큐를 본 직후에는 세상이 너무 비관적으로 보여서 조금 힘들었는데, 생각보다 이런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더라구.
브랜디 :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어류를 소비하지 말자’잖아. 그래서 자막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어. 애초에 어류를 ‘음식’으로 본 단어인 ‘물고기’보다는, 물에 사는 생물이라는 뜻의 ‘물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또, 이 영화가 자칫 개인의 실천을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도 영화를 보고난 뒤에 다회용품을 사용하면서 ‘이런 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같이 실천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Q.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 부탁해!
사진 : netflix 'seaspiracy' official trailer
올리브 : “상어를 무서워하면 안 돼요. 바다에 상어가 없는 걸 무서워해야죠.”라는 명대사로 마무리하고 싶어. 대량생산과 산업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고, 정말 이대로 가다간 바다가 텅텅 빌 거란 생각이 들어. 거대한 구조적 문제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씨스피라시가 전 세계 넷플릭스 스트리밍 순위 4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해. 아무리 작아 보이는 개인이라도 모이면 큰 숫자가 된다는 사실!
브랜디 : 맞아. 영화를 보기 전까진 대량생산과 완전한 산업화가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못했어.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가족들과 친구들을 앉혀놓고 함께 보고 싶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어. 이런 엄청난 거짓말과 속임수를 나만 알고 있는 건 양심에 찔릴 정도로 불공평하다고 느껴. 단순히 “환경을 위해서 물살이를 먹지 말자.”라고 말하면 남 좋은 일 하자고 내 즐거움을 포기하라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건 결국 내 자신을 지키는 문제거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 본 기사에 사용된 이미지와 영상은 저작권법 제28조에 따라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