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 쓰레기, 택배 기사, 교도소, 난민, 임신중단

이엪지

지금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권 이슈로 뜨겁죠. 성 소수자와 이주민, 노동자와 기업, 보수와 진보, 장년세대와 청년세대, 남성과 여성 등… 수많은 갈등은 또 다른 갈등을 낳아 불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불안정하고 삭막해진 온라인 사회를 들여다보자면 마음이 절로 착잡해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이슈의 공론화는 곧 인권의 문제와 직결되기에,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인권, 즉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가질 권리'는 정말로 누구에게나 보장되고 있을까요?


🤯 쓰레기 폭발! 감당은 누가 하지?



코로나로 실외 활동이 지양되면서 배달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는 뉴스는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이엪지는 배달 이후의 과정에 대해 주목해 보았어요. 쓰레기를 버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쓰레기를 처리하는 건 모두가 기피하는 필수 노동이거든요. 특히 재활용 쓰레기의 경우 대부분이 영세 민간 기업에게 의존하고 있는 데다가, 기업에서도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아 노동자의 대부분이 고령의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라고 해요. 바쁘게 작업하다 보면 날카로운 폐기물에 스쳐 상처를 입는 경우도 부지기수죠. 심지어 어떤 분은 작업 도중 버려진 주삿바늘에 찔린 적이 있다고 해요. 누군가는 인권 이전에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


📦 왜 택배 기사는 늘 모퉁이에 서 있을까



지난 10월 11일, 택배기사의 과로사 보도가 또다시 나왔습니다. 올해만 벌써 8번째 보도인데요.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1-7월 택배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증가했다고 해요.


문제는 '분류 작업'에 있습니다. 택배사가 제품을 모아놓으면 택배 기사들은 자기 구역에 따라 분류작업을 하는데, 분류작업에 따른 임금은 없다고 해요. 물류는 폭증하는데 분류 작업은 오래 걸리니, 공짜 노동으로 인한 과로의 위험이 높아진 거죠.


하지만 택배사에서는 2011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분류 작업은 택배 기사의 '기본 임무'라며, 분류 작업에 따른 추가 임금 지불을 거부하는 입장입니다. 노조와 기업의 이해관계 속, 택배 기사의 인권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 교도소 노래방 기기, 과도한 배려일까?



최근 전북 교도소에서 지난 10월 28일, 노래방 기기와 두더지 잡기 게임기 등이 있는 '심신 치유실'을 개관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교도소의 주장에 따르면 심신 치유실은 수용자의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 안정을 통한 교정교화 및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해 개관됐는데요. 자살, 자해 및 폭행 우려가 있는 재소자에 우선해 운영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하지만 누리꾼 사이에서는 "세금 아깝다", "놀러 갔냐", "피해자들은 생각 안 하는 거냐"라는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급기야 '심신 치유실' 폐쇄를 촉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나왔다고 해요. 그 결과, 현재 전주교도소의 심신치유실은 폐쇄를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재소자의 교정교화를 통한 재범방지는 노르웨이에서 입증된 바가 있죠. 국내 교도소의 경우 워낙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최소한의 인권 보호가 필요하지만, 교도소의 진정한 목적이 '징벌'인지 혹은 '교화'인지 활발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전주교도소의 심신치유실 논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피해자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은 걸까요? 교도소의 진정한 목적은 징벌일까요, 교화일까요?


👥 내전과 기후위기로 나라를 잃은 사람들



제가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쿠르디의 죽음을 마주하고 나서였어요. 2015년, 전 세계를 울렸던 쿠르디의 죽음은 시리아 난민 위기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죠. 하지만 여전히 시리아는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고, 난민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전 세계 나라 없는 사람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2019년 UNHCR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은 7,950만 명인데요. 호주 국립기후보건센터에서는 2050년 기후위기로 인한 기후 난민이 10억 명 이상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유럽을 선두로 각국에서는 난민을 포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4.1%로 세계 평균인 38%와 격차가 매우 큰 실정입니다.

이처럼 한국은 난민 포용에 대해 인색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무책임한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난민을 포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또 난민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그 본질을 생각해보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 폐지한다면서.. 다시 돌아온 '낙태죄'



작년 4월, 66년 동안 유지되어왔던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화제가 되었죠. 하지만 정부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해온 여성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최근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도록 개정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낙태죄 찬성 측은 "태아 또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책임이 있도록 해야지, 낙태죄를 폐지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생명의 중요성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는데요.


반대 측에서는 "임신 5-6개월이 지났는데도 전혀 임신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병원을 찾는 이들도 많다"며, "14주든 24주든 모든 기준은 태아를 위한 것이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낙태한 여성을 형사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권리나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낙태한 여성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백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낙태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형벌의 책임이 오롯이 여성에게 안겨 있는 지금의 낙태죄 개정안이 과연 옳은 걸까요? 언제,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 보다는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해 어떻게 무엇을 보장할 것인지, 임신 및 출산의 주체인 여성을 배려하며 논의를 시작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요?


😲 따뜻한 마음만으론 해결되지 않아!



인권의 문제는 이성과 감성 모두가 필요한 영역이에요. 아무리 지식을 갈고닦아도, 마음으로 감싸 안고 공감하지 않는다면 의식이 완전히 자리할 수 없고, 반대로 따뜻한 마음만 가져선 문제가 해결되진 않죠. 사실 저도 인권을 마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지금도 여전히 노력 중이고, 제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는 정말로 인권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최근에 카페에서 일을 하던 중, 농인을 만났어요. 처음에는 나름 인권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안다며, 당당하게 계산대 앞에 섰는데요. 실제 상황을 겪어보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는데 말은 해야 하고, 수화를 쓰는 그들 앞에 저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죠. 지금도 종종 그때 당시의 굳은 제 모습이 떠올라요. 그분들이 마음 상하지 않으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왜 저는 인권이 유독 어렵게 느껴질까요? 어쩌면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닐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막상 장애가 있는 분들을 만나면 몸이 굳어버리거나 흠칫하는 이유는, 그만큼 그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엪지를 통해 우리가 못 들었던 다양한 인권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어요. 경비원의 목소리, 택배 기사의 목소리, 난민의 목소리, 여성의 목소리 등등. 비주류의 목소리가 구독자 여러분께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엪지가 될게요 :)


👍🏻 이엪지가 추천해요!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는 제가 인권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때(물론 지금도 완벽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요!)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인데요. 혐오표현, 갑질, 페미니즘, 난민, 재소자, 장애인 인권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다양한 이슈를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나름 인권감수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저도 사실은 편향된 시각을 가진 개인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해 준, 따끔한 선생 역할을 하기도 했지요. 다양한 사회 이슈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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