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패션이 좋아요. 마르헨제이라면 더더욱!

올리브

요새 핫한 비건 패션 브랜드 마르헨제이를 알아보자


수도권이긴 하지만 꽤 구석진 곳에 있는 저희 동네에, 채수 옵션이 있는 마라탕 가게가 생겼습니다.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채식이 정말 유명해지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명에 달한다고 해요. 특히 요즘은 각종 식품업계에서 비건 제품을 내놓으면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죠.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비건 패션인데요. '비건 레더'를 사용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고 뷰티업계 역시 비건 화장품에 주목하고 있다고 해요. 패션비즈니스 제24권 2호에 실린 연구자료에 따르면, 퍼-프리 브랜드는 단순히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가장 낮은 단계의 비건 패션으로 버버리, 캘빈 클라인, 구찌,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마이클 코어스, 랄프 로렌이 해당되고, 크루얼티-프리는 퍼-프리 보다 높은 단계의 비건 브랜드로 아돌포 도밍게즈, 푸시버튼이 해당된다. 완전한 비건 브랜드는 스텔라 메카트니, 휴고 보스, 비건 타이거, 낫아워스 4개의 브랜드로 나타났어요.


그중에서도 '마르헨제이'는 이제 막 비거니즘에 입문하던 제게 비건 패션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핸드백 브랜드인데요. 오늘은 제가 쓰고 있는 마르헨제이 가방을 리뷰하면서 비건 패션을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사진 : 마르헨제이 공식 홈페이지


마르헨제이는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 알게 됐어요. 피드에 가끔씩 뜨는 의류 광고를 재미 삼아 훑아보는 저로서는, 강렬한 레드 포인트를 가진 마르헨제이의 핸드백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죠. 얼핏 보니 예쁜데 넘겨 보니 더 예쁘더라고요. 이건 무슨 브랜드고 하니, 'MARHEN J' 라는 글자가 가방에 큼직하게 박혀 있었어요.


사진 : 마르헨제이 공식 홈페이지


마르헨제이는 신진 디자이너백 브랜드로 유명한데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그래픽 디자이너 부부가 평소 좋아하던 가방을 디자인해 2015년에 론칭했다고 해요. 20대, 30대를 주 타깃으로 한 가방과 40대가 즐겨 쓸 수 있는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죠.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동물 친화적(Animal Friendly) 브랜드로도 유명해요. 패션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는 이념으로 동물 가죽 대신 폴리우레탄이나 패브릭 등의 소재를 사용하고 있죠.


무엇보다 제가 마르헨제이에 반하게 된 이유는 디자인이에요. 비거니즘을 지향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비건 패션이 탁하고 밋밋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비건 패션이란 모피, 가죽, 실크, 울, 깃털 등의 동물에서 얻는 어떠한 소재도 사용하지 않고, 넓은 의미에서 친환경 소재 및 100% 재생물질을 사용해 환경보호까지 고려한 패션제품을 의미해요. 페이크 퍼를 비건 퍼로, 인조 가죽을 비건 가죽으로 바꿔 부르는 이유도 비거니즘을 의식하는 사회적 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이죠. 패션 산업으로 인해 희생되는 야생동물의 이야기는 뉴스레터+에서 자세히 다룬 적 있어요.


1. 비거니즘에 아름다움을 담다.


마르헨제이에는 다양한 제품군이 있지만 자사만의 유니크한 캔버스백이 가장 유명해요. 제가 마르헨제이에서 구매한 제품은 리코백 블랙, 리코백 뉴트럴, 리사이클 원단으로 만들어진 밀리백인데요. 가방 안쪽에는 정품 라벨이 붙어있어요. 보통 정품 라벨은 잘 안 보는 편인데, 인상적인 문구가 적혀 있길래 읽어봤죠. "MARHEN J is a vegan brand. We design products with variety of materials to replace animal skins". "우리 비건이야!"라는 걸 라벨에 대놓고 드러내주니, 누가봐도 비건 가방인 걸 알 수 있어 좋더라고요.



2. 비거니즘에 편함을 담다.



생각보다 수납공간이 여유로운 것도 반전 매력인데요. 리코백과 리키백은 예전부터 '텀블러백'으로도 유명했는데, 양쪽에 커다란 원형 포켓이 있어 텀블러, 우산 등을 넣을 수 있어요.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목숨처럼 들고 다니는 제게 있어서 원형 포켓은 배려 그 자체였죠. 환경을 생각하는 비건 브랜드답죠?


포켓은 총 4개가 있는데요. 에코백도 아니고 백팩도 아닌데 주머니가 4개나 있어서 처음엔 놀랐어요. 원형 포켓 2곳에는 텀블러나 우산 등 동그란 물건을 넣기 좋았고, 앞과 뒷주머니에는 전자책 단말기나 화장품을 넣기에 좋았어요. 게다가 바닥 처짐 방지 패드가 들어 있어, 꽉 채워 넣어도 칼 같은 각도를 유지하더라고요. 처짐 방지 패드를 넣었으니 가방 자체의 무게가 꽤 나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가벼워요. 실 무게는 500g이라고 하니 참고해주세요!



3. 비거니즘에 실용성을 담다.


사실 저는 백팩파라 그런지, 크로스백이나 에코백 같은 가방은 수납력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막상 써보니 기대보다 훨씬 수납력이 좋더라고요. 평소 제가 백팩에 넣고 다니는 건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 치약과 칫솔, 간단한 화장품, 책, 노트, 필통, 아이패드, 전자책 단말기, 우산, 충전기 등인데요. 이게 전부 리코백에 들어가더라고요! 게다가 처짐 방지 패드 덕분에 들어가고도 칼 같은 각도를 유지해요. 어깨에 무리가 간다 싶으면 스트랩을 풀고 핸드백처럼 들고 다니고요. 그것도 힘들면 팔에 끼우거나, 크로스백으로 해서 반대 어깨에 멜 수도 있어요. 특별한 날에만 들고 다니려고 했는데, 학교 다니는 내내 애용하게 됐죠. 주 타깃이 20대인만큼 마르헨제이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제품을 출시했는데요. 넉넉한 수납공간과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덕분에 20대에게는 데일리 백, 30대 주부에게는 기저귀 백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해요.



'과연 페이크 레더로 고급형 가방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을까?'. 사실 마르헨제이를 보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었어요. 사실 인조 가죽은 주로 저가형 제품에서 볼 수 있는 소재였으니까요. 가짜 가죽이면서 고급형 브랜드라니, 가죽을 중시해왔던 소비자들에게는 헛웃음이 나올 법하죠.


하지만 마르헨제이의 성공 가능성은 비건 패션에 있어요. 창의적 기술력과 좋은 디자인이 받쳐준다면 굳이 동물이 희생될 이유는 없으니까요. 멋 내기 위한 동물 희생에 반기를 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는데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하루 평균 1억 5천만 루피아 (한화 약 1200여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해요.


고급 가방 시장에서 페이크 레더 소재로 성공했다는 것은 나름의 화제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어요. 그만큼 마르헨제이의 디자인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거죠. 실제로 시원시원한 수납공간과 딱 좋은 배색, 정교한 비례와 각도 등이 고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고 해요.



자신의 정체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가치 소비'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환경 운동과 채식인 증가의 직접적인 원동력이 됐습니다. 나아가 사람들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에 대해 요구하고 있어요.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기업엔 돈을 쓰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불매 운동을 하고 있죠. 그 핵심에는 '윤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다 더 윤리적으로 살기를 원하기 시작했어요. 보다 더 안전한 사회, 도덕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꾸준히 늘어나는 '비거니즘적 소비'를 통해 나타났죠. 마르헨제이의 눈부신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비건 패션을 몰랐던 제게 그 가능성을 보여줬으니까요. 🙂 남녀노소 관계없이 비거니즘이 확산되는 지금, 앞으로 더 많은, 더 넓은 분야로 비거니즘이 확산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