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쓰레기를 자랑하는 대회가 있다?

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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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천외한 쓰레기를 자랑하는 대회가 있다?


혹시 길을 걷다가 정체불명의 쓰레기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얼마 전 저는 질퍽한 갈색의 무언가가 투명 봉투에 싸여 있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심지어 근처엔 파리가 날아다녔죠… 작년에는 브랜디와 함께 플로깅을 하다가 자전거 없는 자전거 바구니와 거대한 32인치 캐리어를 발견했었답니다.


이런 웃픈 경험을 계기로 플로깅을 해봤다는 사람을 만나면 꼭 이런 질문을 하곤 해요. "혹시 상상을 초월하는 쓰레기를 본 적이 있으세요?". 서로의 웃픈 경험을 주고받다 보면 플로깅도 마냥 힘들고 짜증 나는 일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그러다 번뜩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원래는 저의 쓰줍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왕 하는 거 남들의 쓰줍 이야기도 같이 넣어보면 어떨까 싶었죠. 황당한 쓰레기를 발견하는 순간은 저만 겪어본 게 아닐 테니까요. 이미 쓰레기를 주워 본 사람들에겐 자신의 쓰줍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를, 반대로 아직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쓰줍이 마냥 재미없는 건 아니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게 <천하제일 쓰줍대회>! 쓰레기 줍기를 독려하면서, 쓰줍을 공개적으로 인증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려 했어요. 단, 공감되고 유쾌한 톤으로 말이죠. 무조건 황당한 쓰레기만 받는 게 아니라, 어떤 쓰레기든 발견하면 찍어서 보내 달라는 식으로 신청을 받았어요. 다만 대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기상천외한 쓰레기일수록 당첨 확률을 높인다는 조건을 걸었죠.


비치 클린을 하면서 부적을 발견한 독자님(왼쪽)과, 쓰레기 집합소(?)를 발견한 독자님(오른쪽)

비치 클린을 하면서 부적을 발견한 독자님(왼쪽)과, 쓰레기 집합소(?)를 발견한 독자님(오른쪽)


🌊 바다에서 부적 주워봤어?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좋은 아이디어라며 환경 관련 톡방에 공유해주시는 독자님도 계셨고, 상상치 못한 이벤트라며 댓글을 남겨주시는 독자님도 있었죠. 어느 참여자분은 비치 클린을 하다 발견한 쓰레기를 공유해주셨어요.


"몇 달 전에 비치 클린을 하다 파도에 밀려온 "부적"을 주웠답니다.. 아무래도 바다 주변에서 기도를 하거나 굿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ㅋㅋㅋ 웃기고 신기하고 약간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돌 사이에 끼어있는 흰색 면 빤스도 주웠었답니다.... 바다에서 대체 why …"


쓰레기를 줍다 보면 이 쓰레기가 어떤 과정을 거쳤을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돼요. 최근에 저는 집 근처에서 빠삐코 봉투를 발견했는데요. 쓰레기를 줍고 머지않아 빠삐코 본체(?)가 나오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쓰레기의 주인이 이 길을 걸으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봉투를 버렸겠거니~ 하고 그 과정을 떠올리게 된답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고민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이런 무단 투기가 줄어들까?' 하는 고민 말이죠.


학급활동으로 줍깅/플로깅을 하고 있다는 독자님(왼쪽)과, 버려진 따릉이와 쓰레기를 발견하신 독자님(오른쪽)

학급활동으로 줍깅/플로깅을 하고 있다는 독자님(왼쪽)과, 버려진 따릉이와 쓰레기를 발견하신 독자님(오른쪽)


😳 연쇄 쓰레기 효과?


또 다른 참여자분은 동네에 있는 쓰레기 집합소를 찍어 보내주셨어요. 어떤 분은 버려진 따릉이와 바구니에 모여있는 일회용 컵 사진을 보내주셨죠. 저는 이 사진들을 보고 문득, '깨진 유리창 효과'가 떠올랐어요.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하기 시작한다는 이론인데요.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쓰레기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가 쓰레기를 놔두고 가면, 그 주변으로 다른 쓰레기가 계속해서 쌓이게 되는 거죠.


참 신기하게도 버스 정류장이나 자전거 바구니에 이렇게 쓰레기가 잔뜩 모여있는 경우가 많아요. 쓰레기통이 없는 정류장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은데요. 버스에는 내용물이 담긴 일회용 컵을 들고 탈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부 시민들은 버스 정류장에 쓰레기통을 기본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거리 쓰레기통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에요. 쓰레기통을 설치해달라는 민원과 쓰레기통을 없애 달라는 민원이 엇갈리고 있죠.


3년이 지난 채 길가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를 보내주신 독자님과(왼쪽), 담배꽁초 무단 투기의 흔적을 보내주신 독자님(오른쪽)

3년이 지난 채 길가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를 보내주신 독자님과(왼쪽), 담배꽁초 무단 투기의 흔적을 보내주신 독자님(오른쪽)


🔥 그걸 우린 '책임'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마지막으로 기업과 개인의 책임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어느 참여자분께서 유통기한이 3년이 지난 채로 길가에 버려져 있던 비닐 쓰레기를 보내주셨어요(왼쪽 사진). 플라스틱 비닐이다 보니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색만 바래져 있었죠.


이걸 보니 문득, 춘천에서 본 '길가 쓰레기함'이 떠올랐어요. 쓰레기함 앞에는 "쓰레기도 존중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길바닥에 적혀 있었는데요. 쓰레기를 냄새나고 불쾌하다고 여겼던 제겐 꽤 신선한 충격을 주는 문장이었어요. 쓰레기를 마냥 더럽고 쓸모없는 것으로 볼 게 아니라, 또 다른 방식으로 쓰이거나 안전히 소멸할 수 있도록 올바르게 분리 배출하는 것. 어쩌면 쓰레기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자, 소비자인 우리의 책임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책임이 있어요. 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손을 떠나고 폐기될 때까지 생산자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거죠. 다행히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가 있는데요.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의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한 제도라고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어요. 지금의 EPR에는 한계점이 있거든요.


EPR에 따라 생산자는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활용부과금'을 물어야 하는데요. 이때 '재활용기준비용'이 부과금의 산출 근거가 됩니다. 시장 상황을 반영해 합리적인 비용을 책정해야 하는데요. 지금의 재활용기준비용은 2003년 이후 한 번도 재산정되지 않았다고 해요. 그렇다 보니 생산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재활용 업체에서 재활용 실적을 사들여, 의무 이행을 대신하고 있죠.


춘천에서 발견한 문구. '존중'이라는 단어가 쓰레기에도 필요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춘천에서 발견한 문구. '존중'이라는 단어가 쓰레기에도 필요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 휴먼, 쓰발 해도 괜찮아 (욕 아님)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저는 쓰레기를 볼 때 기분이 썩 좋진 않았어요. 여름에는 냄새도 나고, 비위생적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쓰줍대회를 진행하면서, 쓰레기를 발견하는 일(우린 그걸 줄여서 '쓰발'이라 부르기로 했어요)이 참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뭐든지 직접 해보고 발로 뛰어봐야 눈에 더 잘 들어온다잖아요? 저도 밖을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찾아보고 줍고 나서야, '쓰레기가 그동안 나와 너무 멀리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물론 우리 주변에는 쓰레기가 많지만, 쓰레기를 오랫동안 관찰하거나 응시하면서 문제를 고민하진 않잖아요.


쓰레기를 줍다 보면 쓰레기 생각만 하게 돼요. '이 쓰레기는 누가 먹고 버렸을까?', '담배꽁초를 어디서든 버릴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길가에 버리지 않게 될까?'. 그러다 보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쓰레기와 관련된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마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플로깅만 해도 쓰레기통을 못 찾아서 시도하기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무단 투기 문제도 있겠고요. 쓰레기와 관련된 문제들에 무관심해질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플로깅이나 쓰줍은 사실 혼자서 하기엔 어려운 일이에요. 덥거나 추운 날씨엔 도무지 엄두가 안 나고, 미세먼지가 심하면 외출 자체가 어려우니까요. 나가는 것부터 힘든 집순이에겐, 어쩌면 더 큰 동기가 필요하겠죠. 그런 분들에게 천하제일 쓰줍대회가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굳이 쓰레기를 줍지 않더라도, 쓰레기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꼭 알리고 싶어요.


우리는 비단 쓰레기뿐만 아니라 환경과 동물, 식물, 하물며 사물과의 관계에서도 잃어버린 것들이 많아요. 이엪지가 새로운 관계와 관계의 회복, 관계의 재정의를 고민하는 이유죠. 앞으로도 쓰레기뿐만 아니라 발로 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액션 이벤트를 꾸준히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함께 해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