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늘의 행동에서 만든 ‘GIVT박스’ 도구를 직접 써보면서, 선물과 나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GIFT도 아니고 GIVT 박스라니, 좀 생소하죠? 물건을 주는 행위를 뜻하는 Give와, 선물 Gift의 합성어라고 해요. 선물 그 자체보다 선물을 주는 행동에 초점을 맞춘 단어죠.
생각해 보면 요즘은 어떻게 선물을 건넬까하는 고민보다 어떤 선물을 줄지 더 많이 고민하는 거 같아요. 친구 생일에 어떤 기프티콘을 보낼지, 5만원대의 적정한 선물은 무엇일지… 선물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에게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주는 행위인데, 현대에 이르러 그 의미가 조금 변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상자는 조금 달라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박스를 열면 그 안에 상자가 연이어 나오는데요. 총 9개의 상자가 들어 있고, 처음 상자를 가진 사람이 각각 선물을 채워두면 5명이 선물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어요. 릴레이처럼 선물을 받은 사람이 주는 사람이 되는 거죠.
저는 이 상자를 보자마자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된 ‘행운의 편지'가 떠올랐어요.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서 온 메일 한 통,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라는 문장으로 며칠 안에 편지를 똑같이 써서 타인에게 보내지 않으면 불행이 온다는 무서운 편지 말이에요. 카톡도 메신저 앱도 없었던 옛날에나 통했을 법한 아날로그 캠페인이지만, 그렇기에 요즘 사람에게는 더없이 재미있는 이벤트다 싶었죠.
저는 첫 번째 선물을 지인에게 주되, 나머지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달될 거란 부푼 기대감을 안고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비건도 먹을 수 있는 간식과 쪽지를 9개의 박스에 집어 넣었죠. ‘상대방에게 격려와 응원 보내기', ‘새해 인사와 덕담 건네기', ‘웃으면서 상자 건네기' 등등, 마지막 2개의 박스를 제외하고는 미션을 적어두기도 했답니다.
“안녕하세요, 이 선물을 최초로 기획하고 준비한 사람입니다. 사무실에서 먹기 좋은 간식 위주로 담으려고 했는데... 모쪼록 약소하지만 마음에 드셨기를 바랍니다. ㅎㅎ
선물의 본질은 ‘나눔’이자 ‘관계’라고 합니다. 받은 만큼 되갚아야 한다는 도시적 사고관에서는, 낯선 누군가가 아무 이유 없이 주는 선물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선물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았으면 합니다. 1대 1로 선물을 주고받는 등가교환에서 나아가, 받은 사람이 주는 사람이 되고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이 되는, 그렇게 나눔이 이어지고 흐르는 선물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 편지에 적은 내용
사실 걱정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었어요. 선물을 받은 분이 상자를 열어보고 난처해하면 어떡하나 싶었거든요. 선물을 받는 것도, 나누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선물을 받지 않는 사람도 있고요. 다행히 지인분께서는 선물을 좋아해 주셨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선물을 나누었다고 해요. 9개 박스 각각 누구에게 갔는지 자세한 소식은 모르지만, 어디선가 이어지고 있을 릴레이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2016년, 한때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달콤창고'를 기억하시나요? 익명 애플리케이션 '어라운드'를 중심으로 시작된 일종의 간식 나눔 이벤트인데요. 지하철역이나 학교에 있는 물품보관함을 대여해 간식을 넣어 두면, 다음 사람이 간식을 꺼내 먹고 다음 사람을 위해 또 다른 간식을 채워 두는 식이에요. 응원과 격려, 위로가 담긴 메시지를 붙여두고 가기도 하죠.
‘달콤미션'도 있어요. 가령 음료수병에는 '청소부 아저씨 수고하신다고 음료수 드리기'라는 스티커가, 사탕에는 '먹을 때마다 예쁜 말 한 번 하기'라는 미션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는데요. 보관함에서 간식을 꺼낸 사람이 주변에 간식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거죠.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이런 선례가 있었던 덕분에 얼굴 모르는 타인과도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언젠가 달콤창고같이 전국을 나눔의 기쁨과 치유로 들썩이게 만드는 캠페인이 또 나올까요? 이번 도구가 그 시작이 된다면 참 좋겠네요. 매년 생일마다 주고받는 기프티콘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올해는 GIVT 박스를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오늘의 행동에서 만든 ‘GIVT박스’ 도구를 직접 써보면서, 선물과 나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GIFT도 아니고 GIVT 박스라니, 좀 생소하죠? 물건을 주는 행위를 뜻하는 Give와, 선물 Gift의 합성어라고 해요. 선물 그 자체보다 선물을 주는 행동에 초점을 맞춘 단어죠.
생각해 보면 요즘은 어떻게 선물을 건넬까하는 고민보다 어떤 선물을 줄지 더 많이 고민하는 거 같아요. 친구 생일에 어떤 기프티콘을 보낼지, 5만원대의 적정한 선물은 무엇일지… 선물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에게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주는 행위인데, 현대에 이르러 그 의미가 조금 변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상자는 조금 달라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박스를 열면 그 안에 상자가 연이어 나오는데요. 총 9개의 상자가 들어 있고, 처음 상자를 가진 사람이 각각 선물을 채워두면 5명이 선물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어요. 릴레이처럼 선물을 받은 사람이 주는 사람이 되는 거죠.
저는 이 상자를 보자마자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된 ‘행운의 편지'가 떠올랐어요.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서 온 메일 한 통,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라는 문장으로 며칠 안에 편지를 똑같이 써서 타인에게 보내지 않으면 불행이 온다는 무서운 편지 말이에요. 카톡도 메신저 앱도 없었던 옛날에나 통했을 법한 아날로그 캠페인이지만, 그렇기에 요즘 사람에게는 더없이 재미있는 이벤트다 싶었죠.
저는 첫 번째 선물을 지인에게 주되, 나머지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달될 거란 부푼 기대감을 안고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비건도 먹을 수 있는 간식과 쪽지를 9개의 박스에 집어 넣었죠. ‘상대방에게 격려와 응원 보내기', ‘새해 인사와 덕담 건네기', ‘웃으면서 상자 건네기' 등등, 마지막 2개의 박스를 제외하고는 미션을 적어두기도 했답니다.
- 편지에 적은 내용
사실 걱정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었어요. 선물을 받은 분이 상자를 열어보고 난처해하면 어떡하나 싶었거든요. 선물을 받는 것도, 나누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선물을 받지 않는 사람도 있고요. 다행히 지인분께서는 선물을 좋아해 주셨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선물을 나누었다고 해요. 9개 박스 각각 누구에게 갔는지 자세한 소식은 모르지만, 어디선가 이어지고 있을 릴레이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2016년, 한때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달콤창고'를 기억하시나요? 익명 애플리케이션 '어라운드'를 중심으로 시작된 일종의 간식 나눔 이벤트인데요. 지하철역이나 학교에 있는 물품보관함을 대여해 간식을 넣어 두면, 다음 사람이 간식을 꺼내 먹고 다음 사람을 위해 또 다른 간식을 채워 두는 식이에요. 응원과 격려, 위로가 담긴 메시지를 붙여두고 가기도 하죠.
‘달콤미션'도 있어요. 가령 음료수병에는 '청소부 아저씨 수고하신다고 음료수 드리기'라는 스티커가, 사탕에는 '먹을 때마다 예쁜 말 한 번 하기'라는 미션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는데요. 보관함에서 간식을 꺼낸 사람이 주변에 간식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거죠.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이런 선례가 있었던 덕분에 얼굴 모르는 타인과도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언젠가 달콤창고같이 전국을 나눔의 기쁨과 치유로 들썩이게 만드는 캠페인이 또 나올까요? 이번 도구가 그 시작이 된다면 참 좋겠네요. 매년 생일마다 주고받는 기프티콘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올해는 GIVT 박스를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