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SNS 계단뿌셔클럽을 발견했을 때 정확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계단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부순다니, 대체 뭐 하는 곳일까? 싶었죠. 사실 진짜로 계단을 부수는 건 아니고요, 계단뿌셔클럽은 이동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계단정복지도'를 만드는 비영리 단체랍니다. 음식점, 카페, 편의점 등 다양한 장소의 계단정보를 수집하고 조회할 수 있는 앱, ‘계단정복지도’를 만들고 있고요. 이 앱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각 지역의 주민들을 모아 계단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죠.
예전부터 배리어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저로서는 계단뿌셔클럽을 보자마자 ‘여기다!’ 싶었어요.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활동을 직접 해볼 기회가 현재로선 많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계단정보를 수집하고 조회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행동이고, 혼자 해도 좋고 함께하면 더 즐거운 외부 활동이라는 점에서 저한테 안성맞춤이라고 느꼈죠. 제가 처음 참여한 계단정복모임은 10월 29일 일요일, 인천 부평구청역에서 이뤄졌어요.
계단 정복, 이렇게 해요!
참여자가 전부 모이면 그날의 리더를 맡은 크루분이 계단뿌셔클럽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조를 나눠서 미션을 알려줘요. 참고로 경력자(?)이신 분들은 굳이 팀으로 다니지 않고 혼자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여럿이서도 가능한 활동!
계단뿌셔클럽(이하 ‘계뿌클’) 활동은 기본적으로 ‘계단정복지도’라는 앱을 쓰기 때문에, 미리 다운받아 놓으면 좋아요. 계단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요. 걷다가 계단을 발견하면 찍고, 계단 정보를 입력하고, 완료 버튼을 누르면 끝이에요. 계뿌클이 지정하는 계단의 기준은 ‘엄지손가락 한 마디’, 이보다 높으면 무조건 계단으로 보는데요. 계단이 있다면 몇 칸이나 있는지, 계단 말고 경사로는 없는지 등 기타 정보를 함께 입력하고 제출하면 앱 자체의 데이터베이스에 쌓인다고 해요.
그나저나 어디부터 정복해야 하나, 막막할 수도 있잖아요? 사전에 운영진 측에서 미리 건물이나 식당, 카페를 지정해 주기 때문에 해당 구역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답니다. 게다가 지정된 가게의 계단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완료됐다는 표시가 뜨는데, 이게 아주 중독적이에요. 마치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봤던 체크표처럼 오로지 체크하기 위해 달리는 느낌!
당시 같은 조였던 멤버들도 이 맛에 재미 들였다고 하더라고요. 잡생각도 없어지고 나도 모르게 계속 걷게 되고. 처음 다 같이 모였을 땐 어색한 느낌이 들다가도, 활동을 시작하면 워낙 할 것도 많고 뿌수는 재미도 있어서인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답니다. 게다가 한 건물 주변으로 여러 가게가 표시되어 있어서, 한 멤버가 정보를 입력하는 동안 다른 멤버가 굳이 기다릴 필요도 없었어요(엄청 바빴다는 얘기). 그만큼 우리가 정복해야 할 계단이 무척이나 많다는 거겠죠?🔥
좀 더 욕심을 내자면,입구 계단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도 느꼈어요. 입구에는 계단이 없어도 식당에 들어갔을 때 높은 턱이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거든요. 계단을 타고 반 층을 올라가야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도 많았고요. 유아차나 휠체어 사용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계단 때문에 접근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심지어 계단도 없고 경사로도 평탄한데, 정작 출입문이 여닫이 형태로 되어 있거나 폭이 좁아서 휠체어가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았죠. 계단이 없다고 해서 완전한 접근이 가능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
내가 별생각 없이 들어선 가게의 입구가 누군가에게는 갈 수 있냐, 없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면 어떨까요?저는 비건지향인으로서도 계뿌클 활동에 크게 공감했는데요. 비건 옵션이 있는 식당이 많지 않다 보니, 회식할 때나 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들어갈 때 잔뜩 긴장할 때가 많아요. 비건 옵션이 있는지, 혹여나 채수로 만든 막국수를 먹더라도 닭알이 올라가진 않을지 불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리죠(빼달라고 말해도 까먹고 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식당에 들어가는 것부터 장벽을 느낀 적이 많다 보니, 계단뿌셔클럽 활동에 더욱 공감했던 거 같아요.
활동이 끝나고 다 같이 소감을 나눌 때, “아는 만큼 보이게 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실천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는 보인다고, 길을 걸을 때 계단이 보이면 턱이나 경사로가 같이 있는지, 가게 문이 좁진 않은지를 살펴보게 된다는 얘기였죠.주말 한두 시간 정도의 소소한 행동이었지만, 그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던 거예요.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더 많은, 더 다양한 존재를 떠올리고 상상하게 되는 경험이었죠.
한 번도 안 할 순 있지만, 한 번만 하진 않을걸?
뭐니 뭐니 해도 계단뿌셔클럽의 가장 큰 매력은 ‘쉽고, 재미있다’는 거예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걸 떠나서 일단 쉽고 재미있습니다. 앱 자체가 글씨도 크고 구조가 단순해서, 어린이는 물론 어르신, 장애인 당사자까지도 함께할 수 있다고 느꼈어요(실제로도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고!). 오죽하면 저도 다음엔 엄마와 함께 오고 싶다고 느꼈을 정도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사는 동네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이제야 알게 됐어요. 학교와 도서관, 마트, 목욕탕 등 계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골목 사이사이를 오가며, 미처 알지 못했던 동네의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계단뿌셔클럽 활동의 대부분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져요. 만나서 한 시간~ 두 시간 정도 같이 걸으며 계단 정보를 모으다가, 끝나면 쿨하게 헤어지기도 하고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은근히 친해지는 경우도 있죠. 동네에서 좋은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는 걸 느꼈어요. 실제로 계뿌클은 광고보다 지인의 소개나 추천을 통해 더 많은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해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니 주변에 추천하기도 좋고, 동네 이웃 주민을 자연스레 알 수 있어 공동체 형성에도 도움이 되죠. 커뮤니티와 캠페인 기획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기 좋은 사례입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가도, 당장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모르겠을 때가 많은데요. 봉사하기엔 뭔가 거창하고, 기부하자니 돈이 없고, SNS에 올라오는 일회성 캠페인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어렵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찾는다면 계단뿌셔클럽을 추천해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함께하면 더욱 재미있거든요. 🙂
우리는 무엇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커뮤니티매핑(Community Mapping)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쉽게 말해‘함께 만드는 공동체 지도’에요.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지역의 정보를 수집해 생활지도를 만들고, 이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거죠. 가령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스크 수급이 어려웠을 때, ‘코로나 마스크 현황지도’가 생긴 적이 있는데요. 이는 시민들이 직접 마스크 판매처 정보를 등록하고 공유하는 서비스에요. 선별진료소 위치를 파악해 지도를 만든 사례도 있고요. 계단뿌셔클럽에서 만든 앱 ‘계단정복지도’ 또한 커뮤니티매핑이 활용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지도는 전문가가 만드는 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은 정보의 시대잖아요. 구글을 비롯해 대기업에서 지도 관련 도구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보니(이를테면 API), 누구나 원한다면 지도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됐어요. 게다가 스마트폰이 있으니 지도만 만들어지면 데이터를 입력하고 모으는 건 식은 죽 먹기고요. 비전문가, 비과학자도 기술을 활용해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만약 커뮤니티매핑을 한다면, 무엇을 찾고 수집할 수 있을까요?
꼭 사회적으로 의미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가령 미국 뉴저지주에서 진행됐던 ‘몬로 100’ 프로젝트는, 100명의 노인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과 자료를 지도에 올려놓는 작업을 했는데요. 인터뷰 진행자는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배우게 됐고, 인터뷰 당사자(노인)는 잊혀 가는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긍심을 느꼈다고 해요.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죠.
저는 이번 활동을 계기로, 사람들과 무엇을 함께 매핑해볼 수 있을지를 상상하게 됐어요. 비거니즘과 관련된 매핑이 현재로선 비건옵션 식당, 카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위에서 다룬 ‘몬로100’을 토대로, 비인간동물의 시각에서 위험하거나 서식지가 파괴된 사례를 매핑해 자세한 이야기를 함께 넣어볼 순 없을까요? 케이블카가 설치된 설악산에서 사는 산양의 관점을 다룬 매핑이라든지, 생태통로를 오가는 고라니의 이야기를 다룬 매핑이라든지 말이죠. 상상력을 동원해 흥미로운 비거니즘 매핑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
3줄 요약
1. 어렵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찾는다면?
2. 계단뿌셔클럽 활동을 해보시라. 쉽고 재미있으면서 유익하기까지!
3. 아 물론 진짜로 계단을 뿌시는 건 아니고요. 뭐 하는 곳이냐면..(더보기)
‘계단을 부순다고?’
처음 SNS 계단뿌셔클럽을 발견했을 때 정확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계단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부순다니, 대체 뭐 하는 곳일까? 싶었죠. 사실 진짜로 계단을 부수는 건 아니고요, 계단뿌셔클럽은 이동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계단정복지도'를 만드는 비영리 단체랍니다. 음식점, 카페, 편의점 등 다양한 장소의 계단정보를 수집하고 조회할 수 있는 앱, ‘계단정복지도’를 만들고 있고요. 이 앱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각 지역의 주민들을 모아 계단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죠.
예전부터 배리어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저로서는 계단뿌셔클럽을 보자마자 ‘여기다!’ 싶었어요.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활동을 직접 해볼 기회가 현재로선 많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계단정보를 수집하고 조회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행동이고, 혼자 해도 좋고 함께하면 더 즐거운 외부 활동이라는 점에서 저한테 안성맞춤이라고 느꼈죠. 제가 처음 참여한 계단정복모임은 10월 29일 일요일, 인천 부평구청역에서 이뤄졌어요.
계단 정복, 이렇게 해요!
참여자가 전부 모이면 그날의 리더를 맡은 크루분이 계단뿌셔클럽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조를 나눠서 미션을 알려줘요. 참고로 경력자(?)이신 분들은 굳이 팀으로 다니지 않고 혼자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여럿이서도 가능한 활동!
계단뿌셔클럽(이하 ‘계뿌클’) 활동은 기본적으로 ‘계단정복지도’라는 앱을 쓰기 때문에, 미리 다운받아 놓으면 좋아요. 계단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요. 걷다가 계단을 발견하면 찍고, 계단 정보를 입력하고, 완료 버튼을 누르면 끝이에요. 계뿌클이 지정하는 계단의 기준은 ‘엄지손가락 한 마디’, 이보다 높으면 무조건 계단으로 보는데요. 계단이 있다면 몇 칸이나 있는지, 계단 말고 경사로는 없는지 등 기타 정보를 함께 입력하고 제출하면 앱 자체의 데이터베이스에 쌓인다고 해요.
그나저나 어디부터 정복해야 하나, 막막할 수도 있잖아요? 사전에 운영진 측에서 미리 건물이나 식당, 카페를 지정해 주기 때문에 해당 구역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답니다. 게다가 지정된 가게의 계단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완료됐다는 표시가 뜨는데, 이게 아주 중독적이에요. 마치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봤던 체크표처럼 오로지 체크하기 위해 달리는 느낌!
당시 같은 조였던 멤버들도 이 맛에 재미 들였다고 하더라고요. 잡생각도 없어지고 나도 모르게 계속 걷게 되고. 처음 다 같이 모였을 땐 어색한 느낌이 들다가도, 활동을 시작하면 워낙 할 것도 많고 뿌수는 재미도 있어서인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답니다. 게다가 한 건물 주변으로 여러 가게가 표시되어 있어서, 한 멤버가 정보를 입력하는 동안 다른 멤버가 굳이 기다릴 필요도 없었어요(엄청 바빴다는 얘기). 그만큼 우리가 정복해야 할 계단이 무척이나 많다는 거겠죠?🔥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입구 계단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도 느꼈어요. 입구에는 계단이 없어도 식당에 들어갔을 때 높은 턱이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거든요. 계단을 타고 반 층을 올라가야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도 많았고요. 유아차나 휠체어 사용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계단 때문에 접근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심지어 계단도 없고 경사로도 평탄한데, 정작 출입문이 여닫이 형태로 되어 있거나 폭이 좁아서 휠체어가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았죠. 계단이 없다고 해서 완전한 접근이 가능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
내가 별생각 없이 들어선 가게의 입구가 누군가에게는 갈 수 있냐, 없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면 어떨까요? 저는 비건지향인으로서도 계뿌클 활동에 크게 공감했는데요. 비건 옵션이 있는 식당이 많지 않다 보니, 회식할 때나 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들어갈 때 잔뜩 긴장할 때가 많아요. 비건 옵션이 있는지, 혹여나 채수로 만든 막국수를 먹더라도 닭알이 올라가진 않을지 불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리죠(빼달라고 말해도 까먹고 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식당에 들어가는 것부터 장벽을 느낀 적이 많다 보니, 계단뿌셔클럽 활동에 더욱 공감했던 거 같아요.
활동이 끝나고 다 같이 소감을 나눌 때, “아는 만큼 보이게 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실천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는 보인다고, 길을 걸을 때 계단이 보이면 턱이나 경사로가 같이 있는지, 가게 문이 좁진 않은지를 살펴보게 된다는 얘기였죠. 주말 한두 시간 정도의 소소한 행동이었지만, 그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던 거예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더 많은, 더 다양한 존재를 떠올리고 상상하게 되는 경험이었죠.
한 번도 안 할 순 있지만,
한 번만 하진 않을걸?
뭐니 뭐니 해도 계단뿌셔클럽의 가장 큰 매력은 ‘쉽고, 재미있다’는 거예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걸 떠나서 일단 쉽고 재미있습니다. 앱 자체가 글씨도 크고 구조가 단순해서, 어린이는 물론 어르신, 장애인 당사자까지도 함께할 수 있다고 느꼈어요(실제로도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고!). 오죽하면 저도 다음엔 엄마와 함께 오고 싶다고 느꼈을 정도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사는 동네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이제야 알게 됐어요. 학교와 도서관, 마트, 목욕탕 등 계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골목 사이사이를 오가며, 미처 알지 못했던 동네의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계단뿌셔클럽 활동의 대부분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져요. 만나서 한 시간~ 두 시간 정도 같이 걸으며 계단 정보를 모으다가, 끝나면 쿨하게 헤어지기도 하고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은근히 친해지는 경우도 있죠. 동네에서 좋은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는 걸 느꼈어요. 실제로 계뿌클은 광고보다 지인의 소개나 추천을 통해 더 많은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해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니 주변에 추천하기도 좋고, 동네 이웃 주민을 자연스레 알 수 있어 공동체 형성에도 도움이 되죠. 커뮤니티와 캠페인 기획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기 좋은 사례입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가도, 당장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모르겠을 때가 많은데요. 봉사하기엔 뭔가 거창하고, 기부하자니 돈이 없고, SNS에 올라오는 일회성 캠페인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어렵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찾는다면 계단뿌셔클럽을 추천해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함께하면 더욱 재미있거든요. 🙂
우리는 무엇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커뮤니티매핑(Community Mapping)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쉽게 말해 ‘함께 만드는 공동체 지도’에요.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지역의 정보를 수집해 생활지도를 만들고, 이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거죠. 가령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스크 수급이 어려웠을 때, ‘코로나 마스크 현황지도’가 생긴 적이 있는데요. 이는 시민들이 직접 마스크 판매처 정보를 등록하고 공유하는 서비스에요. 선별진료소 위치를 파악해 지도를 만든 사례도 있고요. 계단뿌셔클럽에서 만든 앱 ‘계단정복지도’ 또한 커뮤니티매핑이 활용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지도는 전문가가 만드는 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은 정보의 시대잖아요. 구글을 비롯해 대기업에서 지도 관련 도구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보니(이를테면 API), 누구나 원한다면 지도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됐어요. 게다가 스마트폰이 있으니 지도만 만들어지면 데이터를 입력하고 모으는 건 식은 죽 먹기고요. 비전문가, 비과학자도 기술을 활용해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만약 커뮤니티매핑을 한다면, 무엇을 찾고 수집할 수 있을까요?
꼭 사회적으로 의미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가령 미국 뉴저지주에서 진행됐던 ‘몬로 100’ 프로젝트는, 100명의 노인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과 자료를 지도에 올려놓는 작업을 했는데요. 인터뷰 진행자는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배우게 됐고, 인터뷰 당사자(노인)는 잊혀 가는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긍심을 느꼈다고 해요.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죠.
저는 이번 활동을 계기로, 사람들과 무엇을 함께 매핑해볼 수 있을지를 상상하게 됐어요. 비거니즘과 관련된 매핑이 현재로선 비건옵션 식당, 카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위에서 다룬 ‘몬로100’을 토대로, 비인간동물의 시각에서 위험하거나 서식지가 파괴된 사례를 매핑해 자세한 이야기를 함께 넣어볼 순 없을까요? 케이블카가 설치된 설악산에서 사는 산양의 관점을 다룬 매핑이라든지, 생태통로를 오가는 고라니의 이야기를 다룬 매핑이라든지 말이죠. 상상력을 동원해 흥미로운 비거니즘 매핑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