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브랜디입니다. 오늘은 인사를 한 번 더 드리고 싶은데요. 독자 여러분은 요즘 정말 ‘안녕’하신가요?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실 저는 작년부터 우울증, 불안장애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우울과 불안은 그냥 제가 가진 성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유독 많이 힘들었어요. 아마 제가 평소에 화면으로 자주 만나던 아이돌 가수의 사망 사건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이 그렇게 떠나야 했던 정확한 이유를 저는 알 수 없지만, ‘노동 환경’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에 대한 생각이 제 우울과 불안의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해서 더욱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지난 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었고, 5월 1일 오늘은 ‘노동절’이죠. 오늘은 한국의 노동자에게 너무나 흔한 증상인,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무대에서 가장 빛났던 故 문빈 님의 명복을 빕니다.
⏰ 한국에서 번아웃을 겪기 쉬운 이유
1. 노동시간
여러분은 번아웃을 겪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랬다면 그때의 심정은 어땠나요? 내가 나약한 탓이라며, 건강관리를 잘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자책하진 않았나요? 하지만 번아웃은 개인의 탓이 아니에요. 조직이나 사회의 문제가 개인에게 떠넘겨졌을 가능성이 높죠.
지난달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OECD 36개국 중 4번째로 길었다고 해요. 주당 3.8시간을 줄여야 겨우 평균에 다다르는 수준인데요.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번아웃에 취약할 수밖에 없겠죠. 미국에서 만들어진 MBI-GS라는 번아웃 진단 척도가 있는데요. 2015년 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이 40점대였다고 해요. 40점이면 이미 번아웃 위험군인데, 이 수치가 평균이라고 하니 심각성이 느껴지더라고요.
노동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프리랜서는 좀 나을까요? 글쎄요.. 노동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는 건, 무한정 일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죠.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일도 모자라 주말에도 일을 하고, 능력을 쌓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까지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 올리브 : 저는 회사 경험 없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프리랜서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조직 경험이 아예 없어서인지 어디서 어떻게 일을 따내와야 할지도 막막하고, 언제 어디서든 나를 알리고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 SNS를 밥 먹듯이 하다 보니 쉽게 지치기도 해요. 무엇보다 저 같은 사람들한테 워라밸은 불가능한 단어예요. 통장 잔고가 0원인데 새벽에 일을 주겠다고 연락이 오면, 잠이고 뭐고 벌떡 일어나지 않겠어요?😭
2. 능력주의
출처 : 알라딘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최근 안주연 작가의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라는, 제목부터 와닿는 책을 읽었는데요. 이런 인문심리학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난 건 처음이었어요. 특히 아래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요.
“직장을 유지하면서 번아웃에서도 살아남으려면 불합리한 환경에도 그저 체념하고 각자 알아서 애써야 하는 걸까요? (…) 경쟁사회의 흐름 앞에 건강하고 여유 있게 일하며 살아가고 싶은 한 노동자의 욕구는 무력하고 이상적인 바람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비슷한 감정을 더 일찍 겪어보지 않았나요? 학창 시절에 말입니다. 성적이 가장 중요하니 다른 욕구를 줄이고, 정신건강과 행복도 나중으로 미루라고 하죠. (…) 사회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지 말고, 팍팍한 기준에 맞추어 노력해야만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입을 막았잖아요. 그렇게 힘들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는데 이제는 직장이 문제입니다. 지치네요.”
또 저자는 “멘탈도 스펙이야”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쓰인, 대학생 대상의 한 명상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미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을 충족하느라 바쁜 대학생들에게, ‘그것만으로 되겠니? 정신건강은 어떻게 할래? 이것도 챙겨야 경쟁에서 살아남지!’라고 위협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죠. 설상가상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번아웃되지 않을 회복 탄력성이 있는 사람’을 인재상으로 제시한다고 해요. 🙁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는 특히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아요. 또 그걸 해낸 사람이 멋있다고 여겨지고요. 최근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어느 유명 가수가 ‘넘어질 만큼 세차게 달려라’라고 말하는 영상을 봤어요. 가장 상단에 있는 댓글엔 이렇게 적혀있었죠.
사실 저는 제가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직장을 다닌 지도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이엪지 일도 저보다 올리브가 훨씬 많이 하고요. 그런데도 무기력증과 허무주의가 다소 빠르게 찾아왔어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나약하게 느껴졌죠. 힘들긴 힘든데, 넘어질 만큼 세차게 달린 건 아니니, 이걸 번아웃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를 더 채찍질했던 것 같아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는 자책을 하다가 꿈에서도 일을 했죠.
그러다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나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계속 번(burn)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닐까. 늘 평가받고 줄 세워지는, 계속 달리지 않으면 도태될 것만 같다고 느껴지는 이 끝없는 경쟁사회에 지쳤다고나 할까요.
🔥 번아웃과 함께 살아가기
번아웃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제예요. 노동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지만, 급여나 환경 등의 노동 조건이 열악한 경우는 해외에도 많으니까요. 많은 이들의 목소리로 이런 잘못된 문화를 없애야겠지만, 당장 실현되긴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번아웃을 ‘극복’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불쑥불쑥 나타나는 번아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위에서 소개한 책을 보니 ‘나만의 응급 처방전’을 만들어 보길 권하더라고요.
“종종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고 나쁜 생각마저 드는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을 수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 맞닥뜨릴 정도로 지쳤을 때 내가 뭘 하면 좋을지 적어보며 응급 처방전을 만드는 겁니다.”
처방전의 내용은 구체적일수록 좋다고 해요. 음악을 듣는다면 어떤 음악을 들을지, 동영상을 본다면 어떤 동영상을 볼지. 산책을 나간다면 어떤 코스로 갈지 등을요. 정말 지쳤을 때는 이런 세세한 것들이 잘 생각나지 않으니까요.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 보세요! 하단 링크에서 pdf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답니다. 🙂 여러분의 리스트 속에는 어떤 행동이 있는지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우리는 모두 사회적 존재입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큰 위안과 안정감을 얻죠. 그 안정감이 사회로 확장되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서로의 힘듦을 평가하며 '뭘 했다고 힘들어하냐.'라고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안녕’하시길 바라요.
>> 나만의 응급 처방전 다운받으러 가기<<
안녕하세요, 브랜디입니다. 오늘은 인사를 한 번 더 드리고 싶은데요. 독자 여러분은 요즘 정말 ‘안녕’하신가요?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실 저는 작년부터 우울증, 불안장애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우울과 불안은 그냥 제가 가진 성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유독 많이 힘들었어요. 아마 제가 평소에 화면으로 자주 만나던 아이돌 가수의 사망 사건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이 그렇게 떠나야 했던 정확한 이유를 저는 알 수 없지만, ‘노동 환경’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에 대한 생각이 제 우울과 불안의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해서 더욱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지난 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었고, 5월 1일 오늘은 ‘노동절’이죠. 오늘은 한국의 노동자에게 너무나 흔한 증상인,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무대에서 가장 빛났던 故 문빈 님의 명복을 빕니다.
⏰ 한국에서 번아웃을 겪기 쉬운 이유
1. 노동시간
여러분은 번아웃을 겪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랬다면 그때의 심정은 어땠나요? 내가 나약한 탓이라며, 건강관리를 잘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자책하진 않았나요? 하지만 번아웃은 개인의 탓이 아니에요. 조직이나 사회의 문제가 개인에게 떠넘겨졌을 가능성이 높죠.
지난달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OECD 36개국 중 4번째로 길었다고 해요. 주당 3.8시간을 줄여야 겨우 평균에 다다르는 수준인데요.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번아웃에 취약할 수밖에 없겠죠. 미국에서 만들어진 MBI-GS라는 번아웃 진단 척도가 있는데요. 2015년 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이 40점대였다고 해요. 40점이면 이미 번아웃 위험군인데, 이 수치가 평균이라고 하니 심각성이 느껴지더라고요.
노동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프리랜서는 좀 나을까요? 글쎄요.. 노동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는 건, 무한정 일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죠.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일도 모자라 주말에도 일을 하고, 능력을 쌓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까지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 올리브 : 저는 회사 경험 없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프리랜서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조직 경험이 아예 없어서인지 어디서 어떻게 일을 따내와야 할지도 막막하고, 언제 어디서든 나를 알리고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 SNS를 밥 먹듯이 하다 보니 쉽게 지치기도 해요. 무엇보다 저 같은 사람들한테 워라밸은 불가능한 단어예요. 통장 잔고가 0원인데 새벽에 일을 주겠다고 연락이 오면, 잠이고 뭐고 벌떡 일어나지 않겠어요?😭
2. 능력주의
출처 : 알라딘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최근 안주연 작가의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라는, 제목부터 와닿는 책을 읽었는데요. 이런 인문심리학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난 건 처음이었어요. 특히 아래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요.
“직장을 유지하면서 번아웃에서도 살아남으려면 불합리한 환경에도 그저 체념하고 각자 알아서 애써야 하는 걸까요? (…) 경쟁사회의 흐름 앞에 건강하고 여유 있게 일하며 살아가고 싶은 한 노동자의 욕구는 무력하고 이상적인 바람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비슷한 감정을 더 일찍 겪어보지 않았나요? 학창 시절에 말입니다. 성적이 가장 중요하니 다른 욕구를 줄이고, 정신건강과 행복도 나중으로 미루라고 하죠. (…) 사회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지 말고, 팍팍한 기준에 맞추어 노력해야만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입을 막았잖아요. 그렇게 힘들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는데 이제는 직장이 문제입니다. 지치네요.”
또 저자는 “멘탈도 스펙이야”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쓰인, 대학생 대상의 한 명상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미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을 충족하느라 바쁜 대학생들에게, ‘그것만으로 되겠니? 정신건강은 어떻게 할래? 이것도 챙겨야 경쟁에서 살아남지!’라고 위협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죠. 설상가상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번아웃되지 않을 회복 탄력성이 있는 사람’을 인재상으로 제시한다고 해요. 🙁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는 특히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아요. 또 그걸 해낸 사람이 멋있다고 여겨지고요. 최근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어느 유명 가수가 ‘넘어질 만큼 세차게 달려라’라고 말하는 영상을 봤어요. 가장 상단에 있는 댓글엔 이렇게 적혀있었죠.
사실 저는 제가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직장을 다닌 지도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이엪지 일도 저보다 올리브가 훨씬 많이 하고요. 그런데도 무기력증과 허무주의가 다소 빠르게 찾아왔어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나약하게 느껴졌죠. 힘들긴 힘든데, 넘어질 만큼 세차게 달린 건 아니니, 이걸 번아웃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를 더 채찍질했던 것 같아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는 자책을 하다가 꿈에서도 일을 했죠.
그러다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나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계속 번(burn)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닐까. 늘 평가받고 줄 세워지는, 계속 달리지 않으면 도태될 것만 같다고 느껴지는 이 끝없는 경쟁사회에 지쳤다고나 할까요.
🔥 번아웃과 함께 살아가기
번아웃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제예요. 노동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지만, 급여나 환경 등의 노동 조건이 열악한 경우는 해외에도 많으니까요. 많은 이들의 목소리로 이런 잘못된 문화를 없애야겠지만, 당장 실현되긴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번아웃을 ‘극복’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불쑥불쑥 나타나는 번아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위에서 소개한 책을 보니 ‘나만의 응급 처방전’을 만들어 보길 권하더라고요.
“종종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고 나쁜 생각마저 드는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을 수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 맞닥뜨릴 정도로 지쳤을 때 내가 뭘 하면 좋을지 적어보며 응급 처방전을 만드는 겁니다.”
처방전의 내용은 구체적일수록 좋다고 해요. 음악을 듣는다면 어떤 음악을 들을지, 동영상을 본다면 어떤 동영상을 볼지. 산책을 나간다면 어떤 코스로 갈지 등을요. 정말 지쳤을 때는 이런 세세한 것들이 잘 생각나지 않으니까요.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 보세요! 하단 링크에서 pdf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답니다. 🙂 여러분의 리스트 속에는 어떤 행동이 있는지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우리는 모두 사회적 존재입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큰 위안과 안정감을 얻죠. 그 안정감이 사회로 확장되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서로의 힘듦을 평가하며 '뭘 했다고 힘들어하냐.'라고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안녕’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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