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본격 장애인 유튜버 브이로그 덕질하기

올리브

안녕하세요 독자님! 이엪지 에디터 올리브입니다. :)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었죠! 포털 사이트에서는 장애인의 날이라고 하던데, 왜 이엪지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부르냐고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맨 처음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을 땐, ‘재활의 날'이라는 말을 썼다고 해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재활이라는 단어는 신체장애자가 장애를 극복하고 생활한다는 뜻인데요. 장애를 극복한다는 관점은 장애를 역경과 불행상태로 단정 짓고, 나아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보고 있어요. 휠체어를 타든 안내견과 함께 다니든, 각자 다른 몸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그게 진짜 좋은 사회가 아닐까요? 달라도 같이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4월 20일 하루 정도는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하자’는 태도가 아니라 365일 관심을 갖자고 제안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유튜버 네 분을 소개하려고 해요. 원샷한솔, 굴러라 구르님, 우령의 유디오, 하개월까지! 네 분은 장애인 당사자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직접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구독자로서 영상을 보며 아차!하고 깨달음을 느낀 포인트를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절대로 저의 [수줍은 팬심]을 보인다거나 [채널 영업]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니에요! (사실 맞음 👉👈 💖)

💣 실태평가 ‘최우수’ 캠퍼스의 현실은?

출처 : 굴러라 구르님 유튜브 채널 (2023.01.29). 서울대 캠퍼스의 현실... 바로가기


굴러라 구르님 채널 중 <서울대 캠퍼스의 현실>이라는 영상을 흥미롭게 봤어요. ‘비장애인 학생의 캠퍼스 동선을 그대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만든 영상인데요. 비장애인 학생이 도보로 등교하는 데 걸린 시간이 15분이었다면, 휠체어 사용자인 구르님은 36분이 소요됐다고 해요.


시간이 2배나 차이 나는 것도 놀랍지만, 인도로 가기 어려워 차도로 이동할 때 중간중간 아찔한 상황이 보여서 보는 제가 조마조마하더라고요. 또 수업 후에는 각자 저녁을 먹으러 낙성대 역으로 향하는데요. 비장애인 학생이 버스를 타고 17분 만에 도착한 반면, 구르님은 휠체어로 1시간 내내 이동해야 했어요. 셔틀버스 중에 저상 버스가 단 한 대도 없거든요. 🤯


그 밖에도 아스팔트에 휠체어 바퀴가 끼어 하마터면 오토바이와 부딪칠 뻔한 장면도 있었고요. 동선을 고려하면서 다닐 필요가 없는 비장애인 학생과 달리, 동선 각(?)이 나오지 않아 외출을 포기하는 구르님의 모습을 보면서 ‘이거 정말 심각하구나’하고 느꼈어요. 놀라운 점은 그 어느 장면에서도 장애물이 없는 모습을 못 본 거 같은데, 서울대학교가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연속 최우수를 받고 있다는 거예요!🧐


😮‍💨 엘리베이터에서 기진맥진한 썰

출처 : 원샷한솔 유튜브 채널 (2021.07.13). 이건 진짜 심하네요…사회실험. / 바로가기


다음으로는 시각장애인 원샷한솔 채널의 사회실험 영상 중 하나인데요(팬입니다 한솔님). 항균필름 때문에 점자를 읽을 수 없어 원하는 층을 가지 못하고 그야말로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난처한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 영상이에요.


항균필름이 붙어 점자를 읽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영상에는 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데요. 어떤 엘리베이터는 층에 도착했을 때만 소리가 나고 버튼을 누르는 소리는 안 나와서, 그야말로 복불복인 상황이 있었고요. 또 어떤 엘리베이터는 버튼을 눌러도, 층에 도착해도 아무런 소리가 안 나서 한솔님이 무척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 있기도 했어요. 어떤 엘리베이터는 소리가 안 날뿐더러 점자도 장애인용 버튼도 없어 최악 오브 최악으로 평가받기도 했고요.😰


❤️‍🔥 최고의 조합, 디시스터즈!

출처 : 굴러라 구르님 유튜브 채널 (2022.08.13). "시각이랑 청각 중에 뭐가 더 야할까?" 언니들의 매운맛 토크와 함께 하는 호캉스 [디시스터즈]. / 바로가기


맑고 또렷한 목소리를 가진 시각장애인 유튜버 우령님, 웃을 때 초승달 모양이 되는 눈이 매력적인 농인 유튜버 하개월님. 그리고 ‘이달의 휠체어'를 통해 휠꾸의 매력을 알리고 있는 구르님까지! 세 유튜버의 합방 영상은 보는 내내 내적친밀감 1,000%를 느끼게 했는데요. 무엇보다 구르님의 책 낭독 장면은 저로 하여금 울컥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잠시 같이 읽어보자면요,


"서로 다르게 세상을 감각하는 사람들의 관계에서는 새로운 문법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어떠한 법칙처럼 한순간에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삐끗대며 실수해 나가면서 자연히 서로의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그렇게 어설피 생성되는 문법을 발견할 때 나는 우리가 한 차례 더 단단하게 묶이는 기분을 느낀다. 서로의 몸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장면을 사랑한다." -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


장애인 혹은 장애 유튜버로 곧잘 호명되는 이들이지만, 저는 이 영상이 여느 브이로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의 모습들로 보여서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작가가 된 친구를 위해 축하 파티를 열며 도란도란 노는 세 여성의 모습, 또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모습 등등! 무엇보다 "시각이랑 청각 중에 뭐가 더 야할까?"라는 매운맛 질문으로 가득한 디시스터즈의 수다는 저도 끼고 싶었답니다.😏

🥹 “이것도 꼭 담아줘!!”

막 결론으로 넘어가려던 찰나에 브랜디에게서 메시지가 한 통 왔는데요. 따끈따끈 새로 올라온 구르님과 우령님의 합방 영상, <장애여성 월경 경험과 귤팁 나눠봄>이 너무나도 좋아서 소개하고 싶었다 해요.


출처 : 굴러라 구르님 유튜브 채널 (2023.04.22). 장애 언니들이 알려주는 생리 이야기. / 바로가기


눈이 안 보이는데 월경을 시작한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시각장애여성인 우령님은 생리 주기 어플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감'으로 판단한다고 해요. 그런데 혈이라고 생각했던 게 냉이인 적도 많아서, 결과적으로 버리는 생리대가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생리대를 사는 과정조차 시각장애인에게 쉽지 않아요. 전부 다 네모나고, 비닐 포장이 되어 있고, 크기도 뒤죽박죽이라 내가 집은 게 소형인지 중형인지 구별이 어려운 거죠. 온라인에서 구매하려고 해도 대체텍스트가 잘 되어 있지 않아 구매가 어렵고요.


위생용품 쓰레기통에 관한 구르님과 우령님의 대담도 인상적이었는데요. 화장실 내 쓰레기통이 없어진 이후 여자화장실에 칸별로 위생용품 쓰레기통이 생겼는데, 별도의 안내나 점자 표기가 없어 당시 우령님이 혼란스러웠다고 해요. 또 지체장애인인 구르님은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는데, 휴지통도 없고 위생용품 쓰레기통도 없어 난처한 적이 있었다고..! 😰


✨ 감수성의 문제에서 나아가기


사실 처음 이 글을 기획했을 때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을 알리자, 배리어 프리를 알아보자, 이런 태도로 모니터 앞에 앉았던 거 같아요. 그러다 우령님과 구르님, 한솔님과 하개월님 등 장애인 당사자의 브이로그를 보면서 어쩌면 그들의 일상을 이야기하듯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무엇이고, 그 사례는 이것저것이 있으며~”라는 식으로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해시키려는 콘텐츠는 즐비하지만, 정작 장애인을 주체로 생산된 콘텐츠는 많지 않으니까요. 


유니버설 디자인(이하 UD) : '모두를 위한 디자인'.
연령,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


장애인권이나 장애감수성에 관한 이해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겪는 불편함에 공감하고 같이 목소리를 내는 걸지도 몰라요. 저는 우령님과 한솔님, 구르님과 하개월님을 장애인이기도 하지만 브이로거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좋아하는데요. 그들이 사는 일상을 보면서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를 알게 됐고,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지점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장애인에 대한 미안한 거리감, 막연한 어려움도 많이 줄어들었고요.


저는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장애인권을 대하는 저의 지난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성찰하게 됐어요. 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스쳐가는 일상을 느끼고, 사람과 공간을 보고, 관찰하고 느끼고 싶은 요즘입니다. 🙂 그러니 우리, 좀 더 예민함을 마음껏 표출하며 살아보기로 해요.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큰 용기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 본 뉴스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와 영상은 저작권법 제28조에 따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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