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로컬 투어하듯 제주 여행하는 법(+귤팁 3가지)

올리브

안녕하세요 독자님! 이엪지 에디터 올리브예요. 독자님은 제주도 여행을 가본 적 있나요? 실은 최근에 제가 생애 첫 제주 여행을 다녀왔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박 4일 동안의 제주 여행은 제게 무척이나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는데요. 2021년에 브랜디와 함께 다녀온 춘천 여행을 좋아해 주신 독자 분들이 많았어서, 이번 제주 여행도 이엪지스럽게 후기를 남겨 보려 해요. 😉

🌈 지역을 덕질하는 여행?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우연한 기회로 황상호 기자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청주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지금은  뉴스펭귄 LA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저서 <오프로드 야생 온천>을 내기도 하신 작가님인데요. 기자님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지역과 생태를 교차한’ 여행 방식을 알게 됐어요. 

 

💬 “가령 온천이라고 한다면 저는 온천 주변에서 살고 있는 지표종, 대표종을 검색해 봐요. 그게 식물이면 그 식물들이 어떻게 그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다른 식물들과 어떻게 연대해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요. 또 기후위기에 관심 있다면 지역신문이나 로컬 매거진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지역과 연결된 기후위기 이슈를 알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멋진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도 있고 문학을 만날 수도 있는 거예요. 인증샷을 찍기 위한 여행, 소비적인 여행을 하기 위해 왔던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일종의 지적 여정을 할 수 있는 거죠.”


황상호 기자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는 제가 이번 제주 여행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주었어요. 지역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여행을 하자고 마음먹게 됐죠. 

🔎 그래서 어떻게 다녀왔냐면요!


1. 떠나기 전, 제주를 검색했어요.

제가 묵었던 숙소는 서귀포 위미리 마을에 있는데요. 검색창에 ‘제주 위미리 역사’를 검색하기만 해도 자료가 워낙 많아서, 쉽게 지역사를 접할 수 있었어요. 간단한 자료조사를 마치고 나서는 지도 어플에 가고 싶은 곳을 표시해 놓았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위미리 마을이 제주 4.3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었어요. 위미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4.3성 돌담잃어버린 마을 종남굴은 당시 4.3으로 인한 위미리 마을의 피해를 짐작하게 했죠. 시간이 부족해 가진 못했지만, ‘잃어버린 마을 종남굴', ‘위미리 4.3성'을 북마크로 저장해 두었어요. 


*제주 4.3 :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7년여에 걸쳐 지속된,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2. 동네책방에서 지역과 관련된 책을 샀어요!

제가 묵었던 위미리에는 ‘라바북스'라는 지역서점이 오랫동안(무려 8년!) 자리를 지켜왔다고 해요. 흥미가 생겨 서점을 방문해 구경하다 한 권의 책을 발견했는데요. “WMWM(We Meet WiMi)”, 위미를 위한, 위미에 의한! 그야말로 올 어바웃 위미 같은 책이었어요. 알고 보니 라바북스가 직접 기획하고 펴낸 책이라 하더라고요. 제주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또 제가 위미리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사지 않았을 책이라고 느껴져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더군다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도저히 위미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죠. 🙂


💬 “내게 처음으로 제주를 여행이 아닌 삶의 형태로 보여준 동네.(..) 이곳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건 동네 산책이었다. (..) 골목을 따라 잘도 만들어 놓은 돌담, 그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꽃과 풀들, 색색의 지붕을 덮은 낮은 집들, 마을 아무 데나 터억 터억 자리한 낡은 돌창고, 마당에서 시작되어 골목까지 뻗은 나무들, 집과 집 사이의 귤밭, 그림 같은 순간들을 부지런히 수집하고 다녔다.” - 117p, 이희은, <WMWM#2>



3. 지역 곳곳을 걸어 다니며 열심히 관찰했어요.

예전에는 여행을 가면 최대한 많은 곳을 가보고 싶다는 욕심에 스케줄을 빡빡하게 채우고,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다니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유명한 랜드마크는 볼 수 있어도, 정작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볼 수 없어 아쉬운 적이 많았죠. 그래서 이번 제주 여행은 차 없이 숙소 근처를 걸어 다녔는데요.

 

엄마가 저와 함께 다니면서 넌지시 알려준 것은, 제가 나무에 유독 관심이 많아 보였대요. 그도 그런 게, 위미리에서 본 나무들은 제가 사는 신도시에 있는 나무들과 다르게 모양도 크기도, 길이도 들쭉날쭉 했거든요! 보호수로 지정될 만큼 우람하고 거대한 나무를 보면, 저도 모르게 멍하니 서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위미리를 돌아다니며 고양이 강아지들이 늘어져 자는 모습을 정말 많이 봤어요. 도시에서는 사람을 경계하거나 잽싸게 달려가는 고양이들을 자주 봤는데, 여기서는 사람이 지나가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여유로운 모습들이었죠. 사람도 동물도 도시에서는 편하게 살고 있지 못하고 있구나 싶어 잠시 골똘해지기도 했답니다.


🔎 땅과 호흡하는 여행



사람마다 여행하는 방식과 취향이 다르기에, 오늘 저의 여행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꽤나 지루했을 거 같은데요. 😂 사실 저는 지금까지 여행이라고 하면 ‘식도락’이나 ‘자연 힐링’, 이렇게 두 가지로만 바라봤던 거 같아요. ‘먹고 힐링하려고 여행하는 거 아냐?’, ‘돈 펑펑 쓰면서 스트레스 풀려고 가는 거 아냐?’ 이런 식의 태도로 여행하는 것이 나를 위한 여행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이번에 제주도를 다녀오면서, 지역을 알아보고 주민들의 삶의 행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여행에서 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황상호 기자님이 말했던 것처럼, 땅(지역)과 호흡하는 여행이 내게 의미 있는 여행이라는 걸 알게 됐죠. 엄마도 저와 비슷한 생각이셨는지, 제주도 역사를 알고 나서 제주를 더더욱 아끼고 보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대요. 어쩌면 땅과 호흡한다는 건, 지역의 역사를 알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 출발점이 아닐까 싶네요. 🙂


🙌 올리브의 로컬 여행 팁 3가지!



1. 떠나기 전, 내가 갈 지역을 가볍게 구글링 한다.


가령 서울 마포구를 여행한다고 하면 검색창에 [마포구 + 나무]를 검색해 보는 거예요! 혹 기후위기에 관심 있으면 [마포구 + 기후위기]를 검색하고요. 관심사에 맞는 키워드를 지역과 함께 검색하면 다방면에서 해당 지역을 감상할 수 있어요. 


2. 동네책방이나 역사박물관이 있다면 꼭 들러본다.


💬 "저희는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 있는 박물관이나 지역 서점을 꼭 갑니다. 특히 지역 서점에 가면 주민들이 쓴 독립출판물이 많아요. 그런 책들에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많이 담겨 있죠. 또 구글링으로 자료 수집을 하다 보면 숨어 있던 선주민들의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런 걸 찾는 과정을 통해서 제 세계가 더 풍부해질 수 있는 거예요." - 황상호 기자님


+지역에 있는 복지센터나 도서관, 미술관이 있다면 방문해 보시길 권해요! 가령 춘천에는 사회혁신센터 ‘커먼즈필드'가 있는데요. 춘천의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각종 워크숍부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소식과 행사를 확인할 수 있죠. 직접 가보니 훨씬 좋았던 곳이에요!


3. 가능한 차를 타지 않고 뚜벅이로 여행한다.


저는 뚜벅 여행을 할 때 큰 도로가 아닌 작은 도로 위주로 돌아서 가는 편이에요. 차를 타면 골목길 사이사이를 가기 어렵기도 하고, 주변 풍경에 집중하기도 어렵잖아요. 진득하게 쉬면서 현지인들처럼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면 특히 뚜벅 여행을 추천하고 싶어요. 🙂




📮 에디터가 발견한 이번 주 소식✨ (2023 5월 3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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