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워크숍 1편 : 두 비건 지향인의 부산 먹방투어

올리브


이엪지는 매년 한 두 번씩 워크숍을 다녀와요. 새로운 곳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먹으면서(?) 기분 전환도 할 겸, 영감도 받을 겸 말이죠. :) 실제로 지난 2021년에 다녀온 춘천 워크숍은 이엪지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낀 것들이 많아서, 별도의 아티클로 다룬 적이 있는데요. 많은 독자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어요. 


2020년에는 서울 마포구, 2021년에는 춘천을 다녀왔다면, 올해는 부산을 가기로 했답니다! 떠나기 전에 어느 식당을 가야 할지 미리 알아 놓기 위해 인별그램에서 비건 맛집을 추천해달라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독자분들이 이곳저곳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셔서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더라고요. :)


그렇다면 올해 부산 워크숍에서는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또 먹고 왔냐고요? 

#한민이의 마크로비오틱


이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바람도 꽤 불어서 추운 날씨였는데요. 저는 튀김 고명이 올라간 우동, 브랜디는 톳을 메인으로 한 올리브 파스타를 시켰어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동안 가게 곳곳을 둘러보는데 무척 포근한 인상이 들었어요. 가게 소개 글에는 '마이크로비오틱'의 뜻이 적혀 있었는데요. 마이크로비오틱은 음식의 궁합인 '음양'과 시간의 흐름인 '오행'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식생활법을 말한다고 해요. 메뉴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죠. 제철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식재료를 연구하고 메뉴를 바꾸는 가게의 원칙이 퍽 멋있다고 느꼈어요. 


버섯 튀김 고명이 올라간 우동과 톳나물 파스타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는데요(일단 너무 배고팠음). 다 먹고 나서는 후식으로 딸기 케이크랑 카페라테, 밀크티를 주문했어요(당연히 ALL 비건!). 혹시 부산 수영구 쪽으로 가게 된다면 꼭 여기서 딸기 케이크를 드셔 보시길 바라요.. 정말... JMT 그 잡채거든요.


#편한집밥


저와 브랜디 모두 연신 감탄만 했던 바로 그곳...!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던 부산의 편한집밥 식당! 부산이 넓긴 하지만 여기는 무조건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메뉴가 비건인 건 물론, 평소에 먹기 힘들었던 밥도둑 반찬들이 즐비하거든요. 특히 비건 참치가 들어간 묵은지김치찜, 무 조림은 밥을 리필해서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어요. (대신 반찬을 리필함ㅎ) 


메인 메뉴인 비건 만둣국과 채개장, 콩치킨도 완벽 그 자체였답니다. 콩치킨은 편한집밥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걸 주문해서 먹어본 적이 있어요. 실제로 <최고의 비건 치킨을 찾아라> 콘텐츠에서 1위를 차지한 음식인데, 현장에서 직접 먹어 보니 훨씬 맛있더라고요. 바삭한 건 물론 콩치킨 특유의 질긴 느낌도 없었고요. 같이 주신 소금이랑 칠리소스에도 찍어 먹고.. 그렇게 순삭했습니다. (여기가 맛집 블로그인지 뭔지)


#카페 소수


부산 비건 식당을 추천해달라는 인별그램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달아주신 카페 소수! 그래서 직접 찾아가 보았어요. :) 쑥스러워서 사장님께 "저희 왔어요~^^"라고 주접떨진 못했지만,, 직접 뵈니 반가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저희는 레몬 케이크와 아인슈페너, 얼그레이 밀크티를 주문했는데요. 여기도 전 메뉴 비건! 마음 편하다 편해~~!!!


사실 비건 지향을 하고 나면 가장 먹기 어려운 음료 중 하나가 '아인슈페너'잖아요. 부드러운 크림과 쌉싸름한 커피의 조화를 좋아해서, 비건 카페에 아인슈페너가 있으면 꼭 먹어보곤 해요.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 크림 맛을 어떻게 구현했을까 싶어서요! 그런 점에서 카페 소수의 아인슈페너 크림은 아몬드 향이 났고, 무척 고소해서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와 잘 어울렸어요. 무엇보다 위에 있는 크림만 먹다 보면 나중에는 쌉싸름한 아메리카노만 남아서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여기는 크림 양이 많아서 마지막까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었어요. 


부드러움이나 풍부한 바디감, 걸쭉함 등등. 사실 이런 말들은 대개 동물성 음식의 상징으로 여겨지곤 하잖아요. 채수는 밍밍하다거나, 귀리나 아몬드 우유는 물에 탄 것 같은 맛이라는 말들이 많고요. 하지만 제가 여러 비건 식당이나 카페를 가보면서 느낀 건, 어떤 과정으로 만드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는 거였어요. 어떤 곳의 비건 카페라테는 밍밍했지만, 어떤 곳은 오히려 걸쭉하고 풍부했죠. 


식물성으로도 충분히 비슷한 맛을 낼 수 있고, 오히려 특유의 깔끔하고 고소한 맛을 낼 수 있어요. 어떤 식재료가 만나는지에 따라 음식의 맛은 무궁무진해진다는 걸 비건 지향하면서 깨달았죠. 미식의 영역이 꼭 동물성에만 있지 않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맛있는 걸 먹었으니, 이제 일 얘기도 해야겠죠? 부산 워크숍 2탄으로 돌아올게요! 👉 2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