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워크숍 2편 : 2022년을 마무리하며, 부산 워크숍 후기

올리브

두 비건 지향인의 부산 먹방투어가 궁금하다면? 👉 1편 보러가기




지난 워크숍 1편에서는 부산에 있는 비건 식당을 리뷰했다면, 이번 워크숍 2편에서는 진.짜.로! 워크숍에 관한 얘기를 해보려 해요. 이엪지 에디터가 2박 3일동안 어떤 생각을 했는지, 워크숍을 통해서 무엇을 느꼈는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배운 점, 개선점을 발견했다면 무엇인지 등등. 이엪지 내부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릴게요(속닥속닥).


이번 부산 워크숍, 어땠어요? 


올리브 : 2021년에 다녀온 춘천 워크숍보다 시간이 훨씬 더 빨리 지나가서 아쉬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일 얘기만 하느라 부산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건 아닐까 싶어 브랜디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부산에 있는 몇몇 비건 맛집을 갔다는 것에 만족했답니다.


브랜디 : 이번이 이엪지의 3번째 워크숍이었는데요. 그동안의 워크숍은 여행처럼 여기저기 둘러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워낙 회의 안건이 많아 여행을 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어요. 특히 올리브가 부산 여행이 처음이었고, 가고 싶은 곳도 있다고 했는데 한 군데도 못 가서 아쉬울 거 같아요. 그래도 숙소가 바다 근처였던 덕에 부산의 예쁜 바다는 만끽할 수 있었네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


올리브 : "2022년은 올리브가 이엪지를 계속 해줘서 나도 이엪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서로가 있어서 버텼던 해였다"라는 브랜디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사실 둘 다 힘든 해였거든요. 실제로 5월에는 번아웃이 와서 두 달동안 긴 휴재를 하기도 했고요. 그때 브랜디 집 근처 카페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모습이 새록새록하네요. 그 시기를 지나 지금 부산에서 함께 2023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정말 꿈만 같아요. 서로가 없었다면 이엪지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브랜디 : 저도 올리브랑 똑같아요. 이번 워크숍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은 곳이 있다면?


올리브 : 특정 장소는 아니지만, 수영구에 가게 된다면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좋겠어요. 숙소 가는 루트 중에 큰 길로 가는 길이 있고 골목길을 지나서 가는 길이 있었는데요. 후자로 갔을 때 훨씬 볼거리도 많고 재미있었어요. 어린 시절에나 갔었던 굴뚝 있는 대중목욕탕을 오랜만에 보기도 했고, '바다 가는 길'이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도 봤죠. 골동품점이나 그릇,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파는 편집숍도 꽤 있었는데요. 들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네요ㅠㅠ


브랜디 : 편한집밥! 부산 비건 지도를 보고 찾아간 곳인데 리뷰 사진을 보니까 EFG 시즌1 중 <최고의 비건치킨을 찾아라> 에서 1위를 차지한 ‘소이킨’의 원산지(?)더라고요! 너무 반가운 마음에 숙소에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감수하고 다녀왔는데요. 사장님이 20년 넘게 비건을 하시면서 자녀분들께 더 좋은 음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오랜 시간 연구한 흔적이 엿보였어요. 소이킨 뿐만 아니라 만두국, 두개장, 심지어 밑반찬까지 너무너무 맛있더라고요. 부산에 거주하시거나 부산에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꼭 들러보시길 추천드려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올리브 : 숙소로 가려고 길을 걷다가 갑자기 앞에 바다가 펼쳐져서 우리 모두 "와-"하고 감탄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부산에 왔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죠.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에는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 앞에 있는 광안리 해변을 갔는데, 날씨가 정말 좋아서 잠시동안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던 순간도 기억에 남아요.


브랜디 : 이게 왜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는데… 저희가 2박 3일동안 음식물쓰레기를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는 게 기억에 남아요ㅋㅋㅋ 사실 제가 워낙 음식을 안 남기고 다 먹는 편이긴 한데요. 올리브도 양이 꽤 많이 늘었더라고요? 본인의 먹는 양이 적다고 한탄하던 올리브는 어디 가고 1인분을 뚝딱 해치우고 뿌듯해 하는 모습이 인상깊어요.


이번 워크숍을 통해 느낀 점, 배운 점?


올리브 : 시즌2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느낀 건데, 작년에는 새로운 곳을 가본 적이 많이 없더라고요. 하물며 전시회나 미술관이라도 가봤어야 했는데, 너무 집에만 있었더니 아이디어도 잘 나오지 않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이디어도 갑자기 쥐어 짜내려고 하면 되게 어렵더라고요? 몸을 움직이거나 생각을 요리조리 굴려 보는 활동을 먼저 해보는 것이 창의성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아이디어 회의에 맞는 회의 방식이나 분위기를 세팅하려고 해요. 단어나 문장 카드를 만들어서 회의할 때 써본다던지, 새로운 공간에 가서 가볍게 걷거나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싶어요. 무엇보다 2023년에는 이엪지 일을 핑계로라도 새로운 곳을 가보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싶어요. 영감은 현장에서 나온다고들 하잖아요!


브랜디 : 현재의 이엪지가 과도기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진지한 ‘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준비할 게 꽤 많더라고요.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부분도 있고요. 특히 요즘 ‘매체소개서’라는 걸 만들고 있는데, 어떤 건지 감이 잘 오지 않아서 어려웠던 중에 올리브가 아주 멋지게 <회사소개서를 만드는 가장 괜찮은 방법>이라는 책을 꺼내들어서 읽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 책을 읽고 많은 인사이트를 얻은 거 같아요. 괜히 무럭무럭 자라나는 앞으로의 이엪지를 상상하게 되기도 했고요. :)


이번 워크숍에서 발견한 동료의 새로운 점?


올리브 : 브랜디는 보부상이다?! 저는 짐이 많은 게 싫어서 최대한 가볍게 싸는 편인데, 잠옷이랑 노트북, 충전기랑 카메라만 챙겼는데도 배낭이 꽉차서 멜 때마다 숨을 골라야 했거든요. 반대로 브랜디는 커다란 쇼핑백에 뭔갈 바리바리 싸왔더라고요? 신기한 건 쇼핑백에 노트북이 있었어요..! (너가 왜 여기서 나와?) 대체 배낭에 뭐가 있는 건지 왓츠인마이백을 하고 싶었다니까요! 한편으로는 무거운 짐을 두 개나 들고 다니는데도 불평 하나 없었던 브랜디가 진심으로 존경스러웠어요.


브랜디 : 음.. 올리브의 ppt 빨리 만들기 능력..? 올리브가 ppt를 잘 만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빨리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줄은 처음 알았어요. 질과 속도를 모두 갖춘 프로같은 모습에 새삼 ‘역시 내 동료 멋지다’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워크숍에서 잘했다! 싶었던 것?


올리브 : 포토이즘에서 각자 프로필 사진 찍은 거! 최근에 마리끌레르에서 인터뷰를 요청받을 때 느꼈던 건데, 이모지로 올리브와 브랜디를 대신하는 것보다 우리 얼굴이 담긴 사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즉흥으로 찍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서 만족했답니다! 저희가 찍은 프로필 사진은 이엪지의 About 메뉴에서 볼 수 있어요.


브랜디 : 첫째날 밤에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다가 숙소 근처에 24시간 책방이 있는 걸 발견했어요. 그리고 문에는 언제든 들어와서 쉬라는 따뜻한 문구가 들어있었죠. 저랑 올리브 둘 다 책을 좋아해서 제가 먼저 “들어가보자!” 하고 이끌었는데, 책방 주인 분의 섬세함이 잔뜩 묻어있는 곳이더라고요. 제가 가자고 했는데 올리브가 더 좋아해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다음 워크숍 때는 이랬으면 좋겠다!


올리브 : KTX에서 3시간을 있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너무 저에겐 고되더라구요? 다음엔 저희 거주지와 가까운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워크숍이라는 게 친목 도모나 휴식, 놀이에 더 가까운 개념인데 제가 너무 일 생각만 한 거 같아서 아쉽고 미안했어요. 다음에는 각잡고 회의를 하기 보다 가볍고 즐거운 활동을 하면서 브랜디랑 도란도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으쌰으쌰 하려고 가는 게 워크숍이니까요! 아 그리고 다음에는 비건 맛집 탐방 말고 집에서 도구나 식재료를 챙겨와서 직접 끼니를 해결해보고 싶기도 해요. 서로의 원픽 요리를 뽐낼 기회를 주는 거죠. 


브랜디 : 사실 이번 워크숍 장소를 부산으로 정했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외 지역 중에서 비건 접근성이 꽤 높은 곳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저번 워크숍을 춘천에서 진행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고요. 그런데 늘 이런 관점으로 장소를 정하다보니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라 리프레시가 확실히 되지는 않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는 비건 불모지로 알려져 있는 곳에 가서 고군분투해보거나, 위 올리브 말처럼 같이 요리하면서 지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거 같아요!




💌  이엪지를 사랑해주시는 ___님께



처음 이엪지를 시작했던 2020년에는 뉴스레터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거 같은데, 이제는 많은 걸 넘어 그야말로 '포화 상태' 같아요. 훨씬 더 전문적이고, 통찰력 있으면서 디자인도 힙한 뉴스레터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이엪지의 미래가 뉴스레터에 있진 않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사실 그래서 많이 불안했어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해줄 수도 없고, 기자도 아니어서 저널리즘적으로 전달하기도 어렵고... 그저 환경과 동물권에 진심이었던 두 사람이 만든 곳이니까요. 경쟁이 치열한 뉴스레터 세계에서 이엪지가 오래토록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고, 우리가 전하려는 내용과 '뉴스레터'라는 그릇이 언제부턴가 맞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런 연유로 작년 여름에 두 달 동안 긴 휴재를 가지면서 저희의 고민을 구독자 분들께 공유했는데, 한 독자분이 이런 말을 남겨주셨어요.


"저는 이엪지의 생각과 통찰이 좋아서 구독하는 것이지 매주 읽을 뉴스레터가 필요해서 이엪지를 구독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저 브랜디님과 올리브님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콘텐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엪지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 감사한 피드백이었어요. 그동안은 세상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많은 뉴스와 이슈거리들을 큐레이션했다면, 이제는 나아가서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독자들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2022년에는 뉴스레터 의존도를 많이 낮추는 대신, 다양한 형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면서 이엪지만의 관점을 만들려고 애썼던 거 같아요. 그 덕분에 올해 하반기에 첫 번째 시즌을 시작하고, 연말에 마무리 모임까지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참 감사한 분들이 많아요. 한 분 한 분 이름을 불러드리고 싶고 뵙고 싶은 분들도 많은데, 작년에는 그러지 못해 너무나 아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2023년에는 보다 더 많은 분들을 뵙고 함께할 수 있도록 콘텐츠 면에서 많은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그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을 마무리하며, 2023년 1월 18일 수요일


EFG 올리브, 브랜디 드림